KRIM 창립 25주년 감사예배 및 한국선교현황 보고회가 진행됐다.   ©이지희 기자

[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작년 한 해 중도 탈락 및 포기 선교사는 한국 선교사(2만 467명) 중 1.5%(304명)를 차지했으며, 비자발적으로 철수한 강제 출국 선교사도 1.3%(267명)로 나타났다. 또 강제 출국한 선교사는 지난 3년 동안 계속 증가해 총 599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선교연구원(KRIM·원장 문상철 박사)은 1일 남서울교회 교육관에서 창립 25주년 감사예배 및 한국선교현황 보고회를 통해 이같이 발표하고, 선교사 중도 탈락의 원인과 멤버케어의 중요성 등을 설명했다. KRIM은 작년 11월 14일부터 지난 1월 16일까지 교단선교부, 초교파단체 및 지원단체 등 총 162곳을 대상으로 이메일, 전화, 팩스로 설문 조사했으며, 이에 대한 전체 보고서는 미국 해외선교연구센터(OMSC)가 발행하는 저명한 국제 선교학술지 IBMR(International Bulletin of Missionary Research) 4월호에 실렸다

KRIM 문상철 원장이 이날 예배에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문상철 원장은 '한국 선교 2015: 선교지를 떠나야 했던 선교사들'(문상철·유희주·김은미)을 주제로 한 보고서 요약본에서 "선교사 중도탈락 및 포기의 주요 원인은 전반적인 한국교회의 쇠퇴에 따른 후원 기반의 약화, 곧 재정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선교사 중도탈락 및 포기'는 자발적 철수나 파송 선교단체, 교회가 소환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예정된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귀국하는 모든 경우를 포함하며, '비자발적 철수'는 선교대상국이 사역을 거부(강제 출국, 비자 갱신 거부, 재입국 거부 등)하거나 선교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전염병, 사회적 불안 등)를 포함한다.

그는 또 "선교사가 비자발적으로 출국하는 원인도 한국 선교계 주요 이슈"라며 "선교하기 어려운 창의적 접근지역 선교사들이 강제 철수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많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원인으로 강제 철수한 선교사는 2012년 117명(전체 선교사의 0.6%), 2013년 215명(1.1%), 2014년 267명(1.3%)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수치는 한국 53개 주요 선교단체의 보고와 비자발적 철수 경험이 있는 63개 중소규모 선교단체의 사례들을 추산해서 나왔다. 비자발적 철수를 한 선교사들은 선교사 중도탈락 및 포기의 경우와 달리 대부분 사역 자체를 포기하지 않고 일정 기간 후 새로운 선교지를 향해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타문화권에서 15~20년간 사역했으나 비자 갱신 또는 재입국 거부로 추방된 7명의 선교사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 "선교사들의 추방 전후의 심리적 경험은 선교 대상국에서 선교사라는 신분이 노출될 것에 대한 염려와 연관된 긴장과 불안으로 대표된다"며 "선교사들은 추방 당시 거절감과 원망, 지역 교인들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 선교지를 잃은 박탈감을 경험했고 사역의 열매를 충분히 맺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방된 선교사들은 시간이 갈수록 쉼과 자유로움을 느끼고 묵상 후 위로 및 수용을 경험했다. 문 원장은 "이들은 개인 묵상과 공동체 나눔,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결과적으로 선교사 정체성을 특정 국가로 제한하지 않고 확장시키고, 재확립했으며 새로운 선교지를 고려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긴급 철수 후 한국으로 돌아온 선교사들은 주거 정착의 어려움과 한국 문화에 대한 재적응과 같은 실질적인 문제를 경험했다"며 "이들이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게 되는 과정에서 교회의 도움으로 재적응하며 하나님의 위로를 경험하는 등 믿음의 공동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선교사 부모의 긴급 철수는 선교사 자녀(MK)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문 원장은 "MK는 선교지를 떠나며 친구, 이웃, 그리고 익숙한 모든 것을 잃어야 했기 때문에 뿌리가 뽑히고 집을 잃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한다"며 "갑자기 사역을 잃는 위기를 겪은 부모들로서는 자녀들의 문제를 제대로 돌볼 수 없어 선교단체는 이러한 MK들을 지원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교를 중단해야 하는 선교사를 위한 멤버케어는 사후대책뿐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상철 원장은 "이들을 위한 스트레스 관리 교육, 다음 사역을 시작하기 전 회복을 위한 정책과 규정이 필요하다"며 "또 선교단체는 추방된 선교사를 위한 디브리핑과 위기 디브리핑 전문가를 영입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트라우마를 경험한 선교사는 5~6개월 이내 개인적으로 애도 상담(grief counseling)을 받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디브리핑 담당자와 상담자들은 선교사가 선교지뿐 아니라 집을 잃는 경험으로 인한 상실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최형근 서울신대 교수는 "선교사 디브리핑을 하면서 추방 당시에는 큰 충격을 받지 않다가 정작 한국에 들어와서 충격을 받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한국교회에 선교사 케어에 대한 공감이 적고 상담 전문가도 많이 부족해 '추방은 선교사의 잘못'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강제 추방 선교사에게 가장 먼저 생활비를 끊는 등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일들로 선교사가 교회에 굉장히 부정적 인식을 갖기도 하고, 특히 MK의 교회를 향한 실망감, 적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 교수는 "선교를 현장에서 이뤄놓은 것으로 보지 말고, 선교는 곧 선교사이며 선교사가 가장 중요한 선교 자원이라는 한국교회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현장 선교사는 "선교사 탈락 및 포기의 주요 원인인 한국교회의 후원 기반 약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협력 채널이 필요할지, 또 어려움을 겪은 선교사를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해서도 논의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상철 원장은 "그렇지 않아도 GMF의 권고로 교회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어떻게 선교 운동을 발전시킬지에 대한 연구프로젝트가 현재 진행 중이다"며 "한국교회의 지원 기반을 다지는 방안, 역사적 사례 연구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KRIM은 2014년 말 현재 162개 선교단체에서 파송된 2만 467명의 한국 선교사가 163개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는 2013년 말보다 1.9% 증가한 수라고 밝혔다. 전체 선교사 중 1만 0,779명은 초교파 선교단체, 9,306명은 교단 소속 단체, 나머지 382명은 지원 단체 소속이었고, 전체 선교사의 50.6%가 활동 중인 10대 선교 대상국은 중국, 미국, 인도, 일본,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터키, 캄보디아, 러시아 순이었다. 창의적 접근지역인 47개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선교사는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6.9%였다.

KRIM은 1979년 나일선 박사(Marlin L. Nelson)의 한국선교현황 연구를 이어받아 1990년부터 2년마다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통계작업을 시행하고 2011년 말부터 매년 통계작업을 진행해 왔다. 처음부터 선교사 기준을 국제기준에 맞춰 조사하여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자료를 제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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