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환철 사무총장(미래나눔재단)이 종북 포비아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윤환철 사무총장(미래나눔재단)이 종북 포비아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김규진 기자

[기독일보 김규진 기자] 한국교회 '포비아'(phobia, 공포증) 현상을 다뤄왔던 청어람 아카데미가 24일 저녁 마지막 시간 한국사회 뿌리 깊은 '종북' 문제를 다뤘다. 홍대 부근의 카페 '후'에서 열린 이번 시간에는 윤환철 사무총장(미래나눔재단)이 "오래된 무지와 반복되는 거짓말을 어떻게 넘어설까?"라는 주제로 '종북몰이'의 실체를 파헤쳤다.

윤환철 사무총장은 "종북이란 대한민국 내 학생운동권에서 발원한 '주체사상파'(이하 주사파)가 조선노동당과 그 이념인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분파현상"이라 설명하고, "주체사상은 주사파 '원조'로 공인된 김영환을 필두로 남한 사회에서 불과 10년 내외의 시기 내에 버려질 정도로 허약한 것"이라며 "다만 그 인맥과 여파가 2012년 진보정당 내부 파동과 2014년 정당해산을 불러올 만큼 남아있었다"고 했다.

윤 사무총장에 따르면, 종북 노선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김영환과 그 라인이 가장 먼저 이 노선을 버렸다고 한다. 그는 "이들이 특유의 국가중심주의와 공산주의적 사회변혁 방법론은 그대로 간직한 채 타도의 대상을 남한에서 북한으로 바꾸는 '전향'을 통해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남한 사회의 진보좌파에서 보수, 우파 세력으로 교체해 지배 권력의 일부가 됐다"고 했다. 더불어 "전향하지 않은 (이석기 등의) 분파도 비슷한 시기에 진보정당의 당권 장악과 의회진출에 성공했으나, 폭력혁명노선을 폭로하는 내부고발을 기화로 정당해산이라는 더 극단적인 귀결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윤 사무총장은 "주사파 행로에서 발견되는 현상들로 말미암아 앞으로 한국사회 혹은 한반도 문제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 현상들은 ▶북한에 의한 남한 점령(남한의 붕괴)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선택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혁명도 정당화한 점 ▶밀입북 혹은 기아사태를 목도하고서야 판단을 철회했다는 점 ▶그러한 반성의 대안으로 '반북'이라는 정 반대편에 서서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비판자들을 적대시하는 또 하나의 극단을 선택했다는 점 ▶국민 통합에 역행하는 정치구도를 직간접적으로 조장하고, 그 공간에서 의회나 행정부의 일정한 권력을 점유하고 때로는 여론조작 등 대중 기만적 행위도 불사한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윤 사무총장은 "이러한 4가지 현상들을 통해 이들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도구적이거나 지나치게 권력 지향적이어서 소통 보다는 압도하려 하며,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전향 전후 일관되게 국가(집단)주의적 경향이 강하고, 방법론에 있어서도 전향 이전에 가졌을 통일전선전술과 유사하게 연대와 배제 전략에 익숙하다"고 했다. 또 "이들은 깊고 넓은 소통을 통한 이해, 관용, 다양성 존중이 절실한 사회사회(social world)에 부적합한 심성이며, 권력체계로서의 국가(state)의 주인이자 저작주체인 역사적 공동체를 무시하는 태도"라며 "쟁취한 권력의 뒤에 숨어서 인간을 조종하다가, 그것이 발각되면 또 그 뒤에 숨는 권력도취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윤 사무총장은 "(전향한) 개인들에게 권고하자면, 과거 주사파 중 비정치 영역에서 사업을 잘 경영하는 이들을 모범으로 삼아 자신들의 재능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고, "굳이 정파성이 강한 일에 종사하려면 지적한 4가지 기본태도에 대 전환이 요구되는데,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전향"이라며 "한 마디로 정치일에 종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별히 윤 사무총장은 "이러한 '종북' 자체의 명멸보다도 더 큰 문제는 그것의 '확대 재생산'을 통해 대중들을 종북 대 반북, 국가주의 대 반 국가세력으로 갈라서 비판을 통해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시민들과 남북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정파를 '적'으로 상정하는 구도(scheme)를 짜고, 선거 때마다 재활용하면서 정치권력을 획득하려는 시도"라 지적했다. 그는 "현재 여당 세력이 주체이며, 참여의 정도와 동기는 다를지라도, 이러한 인사들의 글은 수구 매체 그룹에 집약되어 나타난다"면서 "이 때 동원되는 주요한 기제가 대중들의 포비아, 조급증, 혐오 등을 부추기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궤변, 무시, 명백한 거짓 등으로 구성된 논조가 등장 한다"고 했다.

물론 윤 사무총장은 "이와 같은 포비아와 작위적 여론지형이 만들어지고 권력으로 연결될 수 있는 근본 원인은 조선노동당(북한)의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인 모든 행위들"이라 밝히고, "적대적 분단은 1950년 이후 현재까지 존재하는 숙제이고, 그것을 풀어보겠다는 논리 위에 이 모든 논란이 존재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종북 포비아'를 극복할 것인가? 윤 사무총장은 먼저 매체들의 전달하는 소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매체의 중심이동과 검증, 숙고 등이 필요하며 "가능하다면 능동적으로 매체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개인을 무시하는 국가주의적 태도를 배격하고, '국가'론을 다시 숙고해 국가(state)를 다시금 저작(著作)해 내는 공동체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 영토 개념의 국가를 넘어, 백성들이 속한 공동체(커뮤니티)를 의식하면서 남북통일 문제도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청어람 월례강좌에서 토론에 나선 윤환철 사무총장(미래나눔재단, 가운데)과 주성하 기자(동아일보, 왼쪽). 양희송 대표(청어람 아카데미, 오른쪽)가 사회를 맡아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청어람 월례강좌에서 토론에 나선 윤환철 사무총장(미래나눔재단, 가운데)과 주성하 기자(동아일보, 왼쪽). 양희송 대표(청어람 아카데미, 오른쪽)가 사회를 맡아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김규진 기자

한편 윤 사무총장의 발표 전에는 탈북민 주성하 기자(동아일보)가 "남북한 문제, 사실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자"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대북지원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 길이 맞다고 본다"면서 "개성 같은 곳은 여러 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어떻게든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하기에"라고 했다. 그는 '어떻게'가 아니라, '언제' 통일이 이뤄질까에 초점을 둬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 북한을 지원해 경제, 생활 등의 수준을 (통일 전에) 남한과 비슷하게 맞춰줘야 한다"고도 했다.

더불어 "대한민국에 김정은의 통치를 좋아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라 말하고, "한국은 김정은 체제로 도저히 통치할 수 없는 곳"이라며 '적화통일'과 '남침야욕' 등의 발상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종북으로 몰려 억울해 하는데, 사실 '종북'문제는 한 세대가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며 맞서 싸우지 말고, 세월이 흘러가기를 기다릴 것을 이야기 했다.

청어람 아카데미는 한국교회 '포비아' 문제를 정확하게 바라보기 위해 민감한 이슈인 '이슬람 포비아' '동성애 포비아' '여성 혐오' 등의 주제를 다뤄왔으며, 이번 '종북 포비아'가 마지막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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