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교수가 생명문화학회 정책토론회에 앞서 기조강연하고 있다.   ©오상아 기자

[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이 땅(현세)의 삶에 의미를 두는 유교문화가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최고의 가치로 만들면서 이로 인한 극심한 경쟁으로 한국사회가 불행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연세대학교 장기원 기념관에서 개최된 생명문화학회 정책토론회 및 창립총회에서 기조강연한 손봉호 전 동덕여대 총장(고신대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생명은 사실의 범주에 속하고 생명존중은 문화의 문제며 하나의 당위다"며 "생명은 주어진 것이고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므로 문화에 의해 결정되지 않지만 생명존중은 인간 공동체가 형성한 가치관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한국사회가 생명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태도"라며 "오늘날은 본질이 아니라 문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문화결정론적인 특징이 있다. 생명 그 자체가 뭐냐,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보다는 그 공동체가 생명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생명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천재지변이었고, 인류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위험과 불편, 고통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그런데 인간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인간 문화의 힘과 영역이 확대되었지만, 이제는 자연이 사람의 생명 위협하는 것은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었고 사람이 사람을 위협하는 것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손봉호 전 총장은 "모든 문화의 맹아며 요람은 종교다"며 "한국인의 생명관 또한 한국인의 종교와 세계관의 중요한 일부다"고 말을 이었다.

한국문화의 세계관을 설명하며 그는 '이 세계를 초월하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내세를 인정하지 않는 차세중심적 세계관'을 특성으로 꼽았다.

손 전 총장은 공자와 자로의 대화를 소개하며 "공자가 제자 자로로부터 귀신 섬기는 일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사람도 제대로 섬기지 못하는데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느냐?'하고 대답하고 죽음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을 때 '삶도 잘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하고 대답함으로 신이나 내세 같은 것에 관심이 없음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런 세계관은 주로 샤머니즘과 유교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며 "무속종교는 귀신에 대한 관념이 있으나 전능한 신이 아니고 황천을 말하나 가고 싶은 곳이 아니다"고 전했다.

손봉호 교수는 "힌두교와 불교는 동물의 생명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기독교는 인간의 생명을 신성한 것으로 취급하고 자신이나 타인에 의한 생명 살해를 큰 죄악으로 금지했다"며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과 맞닿아 있는 것고 자연까지도 함부로 하면 하나님의 생명을 훼손하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차세중심적 세계관'에 대해 설명하며 "삶의 의미가 이 세상에서 다 충족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내세도 초월적인 신도 없으니까..."라며 "이 세상에서의 삶의 의미는 '효경'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입신양명'이다. 효(孝) 또한 입신양명이라고 했다. 효도의 극치는 입신양명이었다"고 말했다.

손봉호 전 총장은 직접 노인들에게 이것을 실험해봐도 딱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며 둘째 아들은 부모의 말을 잘 들으며 공경하지만 유명하지는 않고, 첫째아들은 부모에게 전화도 잘 안하지만 유명해졌다고 쳤을 때 '누가 더 효자입니까?' 라고 물으면 대부분이 첫째아들이 효도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손 전 총장은 "결국 한국인은 삶의 의미를 거기서 찾는 상황이 벌어졌다. 출세해서 이름이 나려면 1등 돼야하니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사회가 돼버렸다"며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치는 돈, 명예, 권력이다. 사랑, 자비 지혜 이런 건 경쟁의 대상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로섬 형식으로 분배되는 경쟁적 가치들은 '하급 가치'이니 경쟁사회에서는 하급가치가 주목을 받고 지배적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중국, 대만 등 유교적 전통을 가진 나라들과 함께 세계에서 돈을 가장 좋아하는 사회로 알려졌다. 하급가치가 중요해질수록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하급가치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쟁은 하급가치들을 더욱 중요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이 심하다보면 경쟁에서 패배하는 사람들이 있고, 패배하는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 된다"며 "1등만 삶의 의미를 충족할 수 있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것을 자살의 많은 이유 중 하나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거기에서 부인까지 잃는 참혹한 시련을 겪으며 살아남은 프랑클(Victor Frankle)의 책을 소개하며 "그에 의하면 재소자 중 끝까지 버티면서 살아남은 사람은 체력이 좋고 재능이 뛰어나며 민첩한 수완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연약하더라도 삶의 의미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했다.

손봉호 전 동덕여대 총장은 "경쟁이 심하더라도 경쟁이 공평(Fair)하게 이뤄지면 덜 불행할 것인데 '페어 플레이'라는 것은 도덕성이 높아야 이뤄지는데 한국은 경쟁이 엄청 심할 뿐만 아니라 페어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는 나라다"며 "물론 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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