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전 통일 부총리
한완상 전 통일 부총리. ©서울신대 기독교사회윤리연구소 제공

[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서울신대 기독교사회윤리연구소(소장 강병오 교수)가 2일 오후 서울신대 성봉기념관 강당에서 한완상 전 통일 부총리를 초청, "한반도 평화통일과 기독교의 과제"를 주제로 제12회 정기세미나를 열었다. 한 전 부총리는 남북통일에 대한 기독교인의 자세를 예수의 '원수사랑'에서 찾았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한반도를 아프게 옥죄어온 분단, 열전, 냉전의 70년(내년에는 70년이 되지요)을 겪으면서, (본인은) 갈릴리 예수께서 간곡하게 당부하셨던 원수 사랑의 명령이 더욱 더 강렬하게 사로잡고 있다"고 말하고, "일제 식민지로 36년간 부당하고 아프게 살았던 저의 민족이 이른바 해방(1945년 8월 15일)을 맞았지만, 진정한 민족해방과 광복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체험한 적이 없었다고 판단하기에 그러하다"고 했다.

한 전 부총리는 "동족상잔 이후 혹독한 냉전 상태에 돌입한지 벌써 61년인데, 이 긴 기간 우리는 동족을 주적으로, 사탄으로 증오해 왔다"면서 "이 일에 기독교인들이 앞장서 왔다"고 했다. 이어 "과거 적이었던 일본, 러시아 중국과 모두 수교했는데, 이는 잘 한 일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유독 같은 민족인 북한과는 아직도 철천지원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우리 민족을 고통스럽게 했던 외세들보다 같은 동족을 더욱 더 주적으로 증오하고 죽이려고 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일이며 발마직한 짓인지를 이제는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본인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국민 다수가 이 같은 부당한 분단 현실에서 아파하지 않는다는 현실"이라 지적하고, 특히 "정말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예수 잘 믿는다고 스스로 자랑하는 한국 기독교인들, 그 지도자들이 같은 동족을 주적으로, 사탄으로 몰아 부치는 일에 더욱 열을 내며 앞장선다는 비극적 현실"이라며 "한국교회의 이러한 냉전 근본주의 신앙이 참된 민족 광복과 해방이라는 종말론적 희망을 휴지조각처럼 내던져버리는 이유가 됨을 깨달으며 끝없이 부끄러워 진다"고 했다. 때문에 "원수사랑 실천이야말로 기독교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새삼 깨닫게 된다"면서 "갈릴리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의 본질이 바로 원수사랑 실천에 있음을 절실하게 깨닫는다"고 했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원수 사랑이란, 단순히 가장 높은 도덕 수준의 행위를 뜻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비정하게 오랫동안 분단된 우리 민족의 현실에서 원수사랑 실천이야말로 바로 이 비극의 땅에 하나님의 사랑 지배, 공의 지배, 그리고 평화 지배를 일궈내는 동력임을 예수 따르미들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원수 사랑의 가치, 그 메시지를 냉소적으로 인식하고 원수사랑 실천을 거부하면서 기독교신자로 자처하는 것은 가장 가증스러운 위선"이라 했다. 때문에 "이런 상황일수록 하나님의 축복으로 하나님의 딸과 아들이 되려면, 무엇보다 원수사랑에 앞장서서 평화 세우기에 헌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든 한 전 부총리는 "이 비유에서 예수가 원수인 사마리아인이 희생자 유대인을 먼저 사랑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고 말하고,  "사랑의 실천만이 모든 적대 관계를 근원적으로 극복해낼 수 있다는 진리를 증언해 주는 것"이라 했다. 게다가 "진짜 착한 분들이라고 유대인들이 믿었던 유대 종교 지도자를 결단코 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선적인 지도자임을 밝히 드러내보였는데, 이는 신랄한 권력비판"이라 말한 그는 "종교 지도자의 지도력, 곧 거룩한 이념으로 포장된 지도력으로는 결코 평화와 공의의 새 질서가 세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소중하다"고 이야기 하고, "오늘 한국교회에도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은 많은데, 착한 ‘쌍놈’, 선한 ‘잡놈’들은 없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그런지 교회 안에도 참 평화가 없고, 교회 밖에서도 비정한 냉전대결을 극복하려는 평화 일꾼, 원수사랑 일꾼들도 별로 없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한 전 부총리는 "예수가 로마권력의 악과 예루살렘 성전 권력의 악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원수 같은 그 벌거벗은 권력을 사랑으로 극복해내는 길을 짐짓 선택하신 것, 이와 같은 결단은 결코 조용한 종교적 명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가 "가장 수치스럽고 가장 고통스러운 십자가 처형을 당하면서도 자기를 그렇게 처형했던 사람들의 용서를 빌었다"면서 "그 철저한 자기 비움, 곧 자기 지움의 실천, 바로 그것이 원수 사랑을 통한 악의 극복 행위로, 이것이 예수 따르미들이 선택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덧붙여 "피안적 신앙, 초월적 천국에만 매달리게 하는 신앙은 역사적 악을 방치, 방관하는 잘못된 종교 이데올로기"라며 "이런 신앙이 한반도를 이토록 오래 아프게 하는 우리 민족 현실에서 한국교회로 하여금,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될 수 없게 한다"고 했다.

때문에 한 전 부총리는 "분단을 빙자해 안으로 정치기득권을 공고하게 다져온 정치권력이 민족 분단을 구실 삼아 온갖 무력 충동들을 남북 간에 부추기고 있는 오늘의 비극상황에서 예수 따르미들은 자기 비움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원수사랑 실천으로 샬롬의 새 질서를 아름답고 굳건하게 세워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하나님 나라는 바로 이런 치열한 실천을 통해서만 아름답게 세워진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교회가 이원화된 하나님 나라 신앙을 강조하면서 복음을 개인화 시키고, 사사화시키며, 탈역사화 시키면서 예수의 하나님나라 건설이 주는 실천적 감동, 그 공공적 가치, 그 변혁 효험을 모두 증발시켰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전 부총리는 이 대목에서 슈바이처가 지적한 철저한 회의론의 대표자인 크로산(John Dominic Crossan)의 역사 예수 이해를 인용했다. 크로산은 "그 나라가 완성되는 때까지 교회가 수동적인 기도와 개인적 경건한 수양이나 수행의 삶으로 기다리기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인물로, 부활 예수의 능력을 힘입어 그리스도와 굳게 손잡고 그와 그 나라 건설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신인 협동적 종말신천'을 주장한다. 크로산의 주장을 받아들인 한 전 부총리는 "가장 비정하게, 비정상적으로 오랫동안 동족끼리 피 튀기는 싸움을 해온 민족 구성원으로 교회는 이제 진정한 평화를 앞장서서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한국교회가 부활의 그리스도 힘을 힘입어 주님과 손에 손을 잡고 원수사랑 실현에 앞서야 한다"면서 "신인 합동의 힘으로 새 하늘과 새 땅을 이 분단의 비극의 조국에 우뚝 세워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한 전 부총리는 "예수가 한국교회를 원수사랑 실천으로 불러주셨고, 지금 이 순간도 부르고 계신데, 이 부르심에 호응하여 북한 동포가 주리면 먹을 것을 넉넉하게 주고, 그들이 목마르게 되면 마실 것을 시원하게 주며, 그들이 헐벗을 때 따뜻하게 입을 것을 주는 일에 앞장선다면, 한반도의 냉전빙벽은 녹아내릴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형식적 해방과 껍데기 광복만 70년간 기념해온 우리 민족이 이제는 참된 해방과 광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도록 한국교회와 한국 예수 따르미들은 원수 사랑을 결연하게 실천해내야 한다"면서 "이 사랑을 열쇠 삼아 분단을 극복한 평화체제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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