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남한강공원묘원에서 묘소 참배
17일 오전 남한강공원묘원에서 故 강원용 목사 묘소 참배가 있었다. ©경동교회 제공

[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한국 현대사의 큰 스승이자, 빈들에서 외치는 소리였던 故 여해 강원용 목사의 10주기 추모 행사가 경동교회 · (재)여해와 함께 · 대한기독교서회 주최로 열렸다.

1917년 함경남도에서 태어난 강원용 목사는 2006년 타계할 때까지 한국 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종교 지도자이자 평화 운동가였다.

경동교회 측은 "그가 몸담은 경동교회에서 보여준 부단한 교회 갱신, 한국 사회의 제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크리스찬아카데미 운동과 대화운동, 그리고 훗날 정치적 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인간화에 이바지한 1970년대의 중간집단교육 프로그램이 남긴 유무형의 유산은 한국 사회에 주어진 큰 축복이었다"고 밝히고, "이번 10주기 추모 행사는 강원용 목사가 남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와 그 유무형의 유산을 어떻게 소중한 미래의 유산으로 이어갈 것인지 반추해볼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먼저 행사 참석자들은 17일 오전 남한강공원묘원에서 묘소 참배를 했다. 이후 같은날 저녁 경동교회 본당에서 '우리 모두 여해와 함께'란 주제로 추모음악회를 개최했고, 음악회를 마친 후 자리를 옮겨 추모 설교선집 "돌들이 소리치리라"(대한기독교서회) 출간 기념 간담회를 가졌다.

박수길(한양대 명예교수)의 총감독으로 진행됐던 음악회는 극작가 이강백과 작곡가 강은수, 채문경(오르간), 권정원(피아노) 등의 예술인이 참여하는 추모 음악회로 꾸며졌다. 경동교회 연합 성가대와 더불어 성악가 이재은·송승연·심전정·김홍태·정록기 등의 협연 공연도 이어졌다. 교회 측은 "강원용 목사가 시무한 경동교회가 예배문화의 토착화 측면에서 세계 교회적 예전과 우리나라 예배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번 추모의 밤은 경동교회 성도들이 마련한 정성스러운 추모의 자리였다"고 밝혔다.

경동교회 본당에서 '우리 모두 여해와 함께'란 주제로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경동교회 본당에서 '우리 모두 여해와 함께'란 주제로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경동교회 제공

또 "돌들이 소리치리라"는 경동교회에서 행한 강원용 목사의 설교들을 모아 최초로 출간한 것이다. 강원용 목사는 평생 교역자였으며, 그 자신이 한 번도 이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의 자리는 강단이었고, 강단에서 선포한 ’말씀’은 그의 평생 ‘실천’의 지표가 되어, 그를 움직이고, 우리 사회를 변혁한 원동력이었다.

교회 측은 "지금 그의 설교가 우리 귀에 맴도는 것은, 그 ‘말씀’의 진심과 생동력 때문"이라 밝히고, "이번 10주기를 맞아 발행하는 ‘설교선집’은 교계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사회에 큰 선물"이라며 "특별히 강원용 목사가 평생 행한 설교 가운데 역사의 위기 때마다 길잡이 역할을 해온 중요한 설교 중 48편을 선별하여 출판하는 것은, 특별히 설교의 빈곤과 교회의 위기가 맞물린 우리 시대에, 삼가 모범적 범례가 되어 한국교회 강단을 새롭게 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 전했다.

설교집 출간기념 간담회_왼쪽 박근원 박사(편저자) 오른쪽 채수일 목사(경동교회)
설교집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왼쪽 박근원 박사(편저자) 오른쪽 채수일 목사(경동교회). ©경동교회 제공

특히 이번 설교선집의 편집은 실천신학, 특히 설교학 분야에서 한국 최고의 학자인 박근원 목사(한신대학교 명예교수)와 그 후학들이 진행해 그 의의가 더 크다. 설교집은 강원용 목사의 삶의 여정과 맞물려, 1부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1950-60년대)’로 꾸며졌으며, 2부는 ‘오직 말씀으로 (1970년대)’, 3부는 ‘순례하는 강단 (1980년대)’ 그리고 마지막 4부는 ‘하나님의 나라를 향하여 (은퇴 이후의 절기별 설교)’로 구성됐다. 더불어 편찬을 담당한 박근원 목사의 논문 '강원용 설교의 세계교회사적인 지평'이 부록으로 실려 설교집의 의의를 더하고 있다.

한편 강원용 목사 10주기를 맞아, 추모 메시지도 이어졌다. 윤후정 이화여대 명예총장은 "우리나라 여성운동과 여성학의 발전에 가장 큰 도움을 준 남성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강원용 목사이다. 한평생 여성의 인권을 위해 애쓰신 목사님께 우리 여성들은 참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여성혐오, 남성 혐오로 얼룩져가는 현재의 우리 사회 모습을 볼 때 목사님 모습이 더욱 그리워지며, 한편으로는 뵐 낯도 없는 듯하다. 아직 갈 길도 멀다"고 전했다.

여해 故 강원용 목사
고(故) 여해(如海) 강원용 목사 ©여해강원용사이버아카이브

또 한승헌 변호사는 "강 목사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고자 힘쓴 성직자였다. 그가 내세운 ‘중간, 그리고 그것을넘어서’는 지향(志向)으로서는 아름다웠으나, 실현에는 난제가 많았다. 이상의 높이에 따르는 불확실성도 있었다. 그러기에 강 목사 자신도 '나를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중간파, 때로는 회색분자 취급도 받았다'고 실토하신 바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런 위험한 택일의 도그마를 극복하고자 크리스찬아카데미를 출범시켰고, ‘대화’를 통하여 이 세상을 민주와 화합의 장(場)으로 변화시켜보고자 힘을 기울였다. 그처럼 이상의 현실화를 추구하다 가신 강 목사님과의 인연을 통하여 배움과 깨달음을 넓힐 수 있었기에 나는 더욱이나 그 어른을 잊을 수가 없다"고 추억했다.

이런 추모의 내용들은 모두 故 여해 강원용 목사 10주기 추모 기념호 '여해가 띄우는 희망의 편지'에 실렸다. 2006년 강원용 목사의 소천 당시 발행되었던 '여해가 띄우는 희망의 편지'는 강 목사와의 이별을 추모하는 많은 이의 정성으로 꾸며진 기념 책자로, 교회 측은 10주기를 맞아 다시 한 번 증보판 형식으로 10주기 추모 기념호를 발행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원용 #강원용목사 #경동교회 #10주기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