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학
▲이강학 교수(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 ©기독일보DB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영성지도'라는 말이 익숙지 않다. 성경에서 영성지도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가 영성의 목표라면, 이강학 목사는 “영성지도란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경험하도록 일대일 또는 소그룹 환경에서 돕는 사역”이라고 정의했다.

2018 한양대 제4차 목회자 영성세미나가 '하나님을 만나는 통로'라는 제목으로 17일부터 19일까지 한양대 다솜 채플에서 개최됐다. 특히 18일 오전에는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 교수인 이강학 목사가 ‘영성지도’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영성지도를 놓고 그는 “바로 삼위일체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도자가 피지도자를 도와주는 사역”이라며, 신·구약에 나오는 인물들을 통해 영성지도의 특징들을 설명했다. 바로 다윗의 영적 지도자인 나단, 그리고 사마리아인을 만나주셨던 예수다.

우선 그는 다윗의 영적 지도자인 나단을 제시했다. 그는 “나단은 다윗이 영적 충만의 시기와 영적 위기 가운데서 다른 특징으로 다윗에게 지도 했다”며 영적지도자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볼지어다 나는 백향목 궁에 살거늘 하나님의 궤는 휘장 가운데에 있도다’(삼하 7:1-3)처럼, 다윗이 영적으로 충만했을 때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성전을 짓고 싶은 갈망이 가득했다”며 “다윗에게 있어 나단은 하나님을 향한 마음을 포함해서 무엇이든지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대상”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영성지도자는 무엇보다 피지도자가 믿고 신뢰하며 솔직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여호와께서 왕과 함께 계시니 마음에 있는 모든 것을 행하소서’(삼하 7:3)처럼, 나단은 다윗에 대한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며 “피지도자가 누리는 영적 충만이 바로 하나님과 함께 하신 결과라는 사실을 주지시킴과 동시에 마음이 하나님을 향해 겸손히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윗이 영적으로 충만했던 시기는 궁전의 편안한 삶으로 이어졌고 이윽고 영적인 위기의 시기로 바뀌었다. 다윗은 저녁 왕궁 옥상을 거닐다가 밧세바를 보고 간음죄로 지었고, 결국 동침하여 아이를 낳게 된다. 또한 다윗은 술수를 꾸며 밧세바의 남편을 전쟁터에서 죽게 한다. 이 목사는 “나태에서 비롯된 영적위기가 다윗으로 하여금 음란, 거짓말, 그리고 살인에 이르는 범죄를 저지르게 했다”며 “하나님께서 예언자 나단을 다윗에게 다시 보내셔서 영성지도를 받게 했다”고 전했다.

하여, 이강학 목사는 나단이 다윗에게 사용했던 영성지도를 세 단계로 구분했다. 그는 “첫째 나단은 한 부자가 가난한 사람의 유일한 소유인 암양 새끼를 빼앗아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다윗의 면전에 ‘당신이 그 사람이야’라고 말하며 다윗의 범죄를 낱낱이 그대로 말해주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다윗은 “내가 여호와께 죄를 범하였노라”며, 자신의 범죄를 자복했다.

또한 그는 나단의 사례를 빌려, “둘째 영성지도자는 피지도자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돌아서 정욕에 사로잡혔을 때, 죄악 가운데 내버려두지 않고 그것이 얼마나 하나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정확하게 일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셋째로 피지도자가 하나님 앞에서 죄를 고백했을 때, 하나님의 용서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는 “하나님 앞에 죄를 고백한 사람을 하나님이 용서하신다는 것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근거해 전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양대 제 4차 목회자 영성 세미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또 이강학 목사는 신약 성경에 나오는 영성지도 모델로 예수를 뽑았다. 그는 “예수가 성육신하신 목적은 하나님 아버지와 자녀 사에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것”이라며, 예수의 영성지도 예로서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를 제시했다. 아울러 그는 “예수는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육체적, 정신적, 영적 목마름을 공감하시고 해결해주셨다”며 영성지도에 있어 피지도자의 영적 상황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사마리아인은 날마다 우물에서 물을 마셔야 하는 육체적 목마름에 시달렸는데, 예수는 그녀의 현실적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해 주셨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예수는 여인이 자연스레 삶을 고백하도록 유도하셨다. 추궁하지 않으시는 그러나 “네 남편을 불러 오라”는 예수의 제안에, 그녀는 5명의 남편이 그녀를 거쳐 갔다는 사실을 예수께 털어놓는다. 이 목사는 “예수는 그녀가 그토록 집착했던 ‘남편’이 삶의 궁극적 목마름을 해결해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식시켰다”며 “현실의 어려움을 뛰어 넘어 예수 자신이 목마름의 근본적 해결임을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바로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4:13-14)는 말이 이를 드러낸다.

사마리아 여인은 ‘예배’라는 영적 갈급함도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이산에서 예배하였는데 당신들의 말은 예배할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 하더이다‘(요 4:19)에서 그녀는 하나님을 만나고 싶었던 갈망을 드러낸다. 이에 이 목사는 “예수는 예배란 공간의 문제가 아닌, 시간의 문제라 가르쳐 주셨다”며 “곧 메시야의 때가 오는데, 이는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 나누던 예수님이 바로 메시야임을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메시야를 만난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던 사마리아 여인은 곧바로 마을로 가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만난 예수를 증거 한다. 이처럼 그는 “영적지도자는 피지도자에게 육체적, 정신적, 영적 갈망에서 나아가 복음 전도라는 거룩한 갈망까지 깊은 갈망을 알아차리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영성 지도에서 영성지도자는 피지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특히 그는 “유대인 남자라는 선입견으로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를 만났을 때 처음에는 마음을 열지 못했지만, 대화가 진행되면서 예수는 여인의 신뢰를 얻어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며 “영성지도자는 피지도가 자기를 신뢰하고 마음 깊은 곳의 갈망을 말해주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양대 제 4차 목회자 영성 세미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이강학 목사는 “전통적 영성지도는 지도자와 피지도자 간 단순한 가르침과 순종의 관계가 전부였다”며 “수도원에서 수도원장과 수사들의 관계, 로마 카톨릭에서 고백성사의 의무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또 다른 전통적 영성 지도로 영적 친구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종교 개혁 전통에서는 주로 편지를 통해 영성지도가 이뤄졌다”며 “하지만 지도자들은 대체적으로 지시적인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현대 영성지도는 좀 더 평등하고 대등한 관계를 암시하는 ‘영혼의 친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전통적 지시 관계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그는 “영성지도자는 경청과 공감을 통해 피지도자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심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대화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영적 지도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피지도자는 기도생활을 통해 경험한 것을 영성지도자에게 자연스레 말하고, 영성지도자는 피지도자가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 친밀감과 성숙함을 경험케 하고, 나아가 성령 안에서 꾸준한 영성생활과 분별력을 지니도록 노력해야”함을 전했다.

나아가 그는 가톨릭 영성 지도자 윌리엄 베리의 말을 인용했다. 윌리엄 베리의 말은 이렇다. “하나님은 우리와 인격적인 관계 안에 있기를 간절히 원하신다. 하나님이 그 관계를 시작하시고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응답 하신다”

이어 그는 “‘피지도자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피지도자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역설했다. 특히 그는 “한국인 피지도자의 경우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 유교문화라는 변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수님은 능력과 지혜에 있어 우리가 따를 수 없는 분”이라며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의 마음을 읽고, 그 삶을 다 아시는 전능자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영성지도자는 오직 피지도자가 예수님과 관계가 더욱 친밀해지도록 돕는 역할에 불과하다”며 영성지도자의 한계를 인정하고 성령께 온전히 맡겨드려야 함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영성지도자는 피지도자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권을 성경께 맡기려고 노력 한다”고 역설했다. 또 그는 “정답을 피지도자에게 직접 주지 않으며 그저 경청하면서, 피지도자가 성령께 주의를 기울이도록 돕고 성령께서 피지도자에게 답변을 직접 주시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영성지도는 영성지도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이 하시는 것임을 명심하는 것이 영성지도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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