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아침인지 저녁인지 태양이 보이지 않기에 분간조차 어려웠던 경찰서 감옥에서 43일간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폐결핵에 감염되었는데 이를 모르고 지냈습니다. 몸무게가 9kg이나 빠졌을 때도 너무 생활이 힘들어서 그랬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안티폴로시 교도소로 옮긴 것이 지난 7월 11일입니다. 12평 남짓한 공간에 150명이 생활하는 곳이었습니다. 전체 수감인원이 1,400여 명에 달하며 이미 수용인원의 한계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에 150여 명이 뿜어내는 열기로 온 몸에 피부병이 더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소음으로 인하여 항상 귓가가 따가울 지경이었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150명이 하나의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때로는 1시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때에도 몇 사람은 샤워를 하고 한 사람은 일을 보는 어려운 상황이 반복이었습니다.

안티폴로시 교도소에서는 개인전도가 가능하였습니다. 경찰서 감옥에서도 주의 은혜 가운데 결신자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곳은 좀 더 자유 했습니다. 성경에 대해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계속 얘기하고 결신자도 얻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같은 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150명에게 ‘좋으신 하나님’을 필리핀 따갈록어로 가르쳐 준 것입니다. 모임 때 150명이 교도소 안에서 ‘좋으신 하나님’을 합창할 수 있었던 것도 귀한 일이었습니다.

경찰서 감옥에서 시 교도소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폐결핵에 감염되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한 달 동안 약을 먹고 있습니다. 폐결핵으로 투약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라구나의 병원시설이 있는 교도소로 옮겨 달라는 교도소장의 공문이 병원에 접수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다시 한 번 하나님의 도움의 손길을 경험했습니다.

라구나의 병원으로 옮겨가면 면회하기가 심히 어려워집니다. 거의 왕복 6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먼 곳입니다. 아내와 함께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했습니다. 드디어 판사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집에서 10분밖에 안 떨어진 주립교도소로 옮기라는 결정이었습니다.

지난 8월 24일 오후에 주립교도소로 옮겨왔습니다. 이곳은 800여 명 수용시설에 현재 80여 명만 있기에 전에 비하여 훨씬 공간적인 여유가 있는 곳입니다. 또한 매일 오전과 오후 한 시간씩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에 걷기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전혀 운동이 불가능했었습니다. 주립교도소는 매일 예배가 있어서 함께 은혜를 나누고 있습니다. 도한 80여 일간 너무나도 저를 괴롭히고 힘들게 했던 가려움증도 거의 나았습니다. 지금은 아주 가끔만 가렵습니다.

너무 힘들었던 경찰서 감옥으로부터 힘들었던 시 교도소로, 그리고 숨통이 트인 것 같은 느낌의 주립교도소로 인도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조만간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보내주실 하나님을 기대합니다.

저는 ‘보석신청’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억울한 누명을 씌운 죄목이 ‘불법 폭발물 소지 혐의’인데 필리핀에서는 원래 보석이 안 되는 죄명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선한 역사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람들을 활용하여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제 인생에 왜 이런 시련이 찾아왔는지 다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로마서 8:28에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말씀하셨으니 끝내는 ‘선을 이루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러한 시력 속에도 하나님의 목적하심이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90여 일 교도소 생활이 기러지면서 때로 심신이 약해져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루를 거르지 않고 면회하며 격려해 준 아내 배순영 선교사와 희민이, 은자, 찬미가 아니었으면 견디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아내를 통해 편지로 격려해 주고 전화로 용기를 북돋아주시지 않았다면 제가 지금 제정신으로 버티고 있었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부터 직접 찾아오셔서 눈물로 기도해 주시고 손 붙들어 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견뎌올 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재판하러 갈 때마다 자리를 지켜주고 재판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도와주시는 한국대사관의 담당 영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기독교인이기에 더 관심 갖고 기도하면서 저의 사건에 신경을 써주신 대사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번 저의 재판진행을 살펴보면서 하나님이 당신의 사람들을 어디에 감추어 두셨는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람들을 어떻게 활용하시는지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더 하나님의 도우심의 손길에 감사하고 형편과 사정은 곤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제가 자유롭게 된 이후에 이 부분은 따로 나누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쉽지 않은 저의 ‘보석신청’을 위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9월 7일에도 심리가 진행됩니다. 오전 8:30분부터 11시까지 예상되는 시간이오니 함께 마음을 모아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지도록 간절히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거칠은 광야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약속의 땅까지 들어갔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기어합니다. 지금이 저에게 광야 같은 시간입니다. 외로운 시간입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갔던 것처럼 저도 사랑하는 가족과 사역의 터전으로 다시 돌아갈 날을 기대합니다. 이를 이루실 하나님을 기대합니다. 여러 기도의 동역자요 후원자님들의 뜨거운 기도를 기대합니다.

곧 좋은 소식으로 다시 연락드릴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줄입니다.

2018년 9월 3일

필리핀 주립교도소 안에서 백영모 선교사 올림

7일 마닐라 지방법원으로 호송되는 백선교사
7일 마닐라 지방법원으로 호송 되는 백 선교사의 모습. ©한국성결신문 제공
변호사랑 대화 중인 백 선교사의 모습.
변호사랑 대화 중인 백 선교사의 모습. 폐결핵 때문에 마스크를 썼다. ©한국성결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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