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펼치는 현 대북정책의 기조는 남과 북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뢰프로세스'이다. 2014년 3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발표했던 "대북 3대 제안"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드레스덴의 "대북 3대 제안"을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했다. 북한은 독일이라는 장소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혹시 남한이 동독의 흡수통일을 한반도에서도 재현해 보려는 속셈이 아닌가 하며 강력 반발했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 우리는 북한을 향해 '비이성적 언사와 비난'을 중단해야 한다고 즉각 응수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즉, 우리는 북한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 정말 몰랐던 것인가? 사실 대한민국은 북한과 이미 10년 이상의 많은 교류경험을 가져왔고 남측의 많은 인력이 북한을 방문했던 경험도 있다. 더구나 오늘날 남측의 많은 매스미디어들은 북한뉴스와 소식들을 매일 취급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남한 내 많은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들도 확보하고 있다. 어찌 보면 오히려 우리 남한이 북한 내부에 관해 훤히 알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남측이 이해하는 북한에 대한 시각이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이 평양 보통강 호텔에서 발표 될 때 그의 죽음을 바라보는 세계 각국의 TV 뉴스의 배경화면은 두 종류였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군사훈련 장면을 배경화면으로 활용한 반면, 그 외 국가들은 북한 내 일상의 모습을 배경화면으로 사용했다. 이는 대한민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시각이라 생각된다.

어쩌면 우리는 북한에 대하여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동설과 같은 자기중심적 시각과 이해를 갖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우리의 대북정책은 마치 갈릴레이의 지동설과 같은 관점과 이해로 바뀌어야 한다. 만일 남측의 대북정책이 전쟁이 없는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고 남과 북이 하나되는 통일정책을 취하고 있다면 상생(相生)의 파트너인 북한의 마음을 바로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주장이 오로지 맹목적으로 북한의 주장을 들어주고 배려하자는 뜻은 아니다. 이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의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남측의 대북정책은 남한 중심의 일방통행이 되어서는 곤란하며 경제적 우위의 입장에서 북한을 무시하거나, 열등감을 주어서도 안된다. 더욱이 북한체제를 무너뜨리고 흡수 통일하겠다는 의도를 비춰서도 안 될 것이다. 흡수통일은 사실 통일 이후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질 통일 이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대북정책과 이에 따른 북한의 이해는 우리의 세계관이 마치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뀐 것과 같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회'가 필요하리라 본다.

글ㅣ박영환 서울신대 교수(평통기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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