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미래사회연구소 정지웅 소장
정지웅 소장(통일미래사회연구소)

7월 27일은 정전 협정 62주년이 되는 날이고 올해는 분단 70년이 되는 해이다. T-40 공식, 즉 40년이 지나면 전쟁 트라우마가 회복된다는 이론도 우리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회복은커녕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며, 이 땅에는 여전히 전쟁이라는 망령과 핵이라는 리바이어던이 횡행하고 있다. 분단이라는 것은 인간 욕심의 총체적 발로다. 이 속에는 지배, 권력욕, 강제적 분할통치, 기득권유지, 독재, 인권유린, 적대적 공존 등 온갖 모순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런데 정전 62년, 분단 7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통일이라는 종착역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가? 아니 남북한간 평화라는 간이역까지는 얼마나 와 있는가? 언젠가 사석에서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내신 이만열 교수님께서 당신이 살아 계시는 동안 통일 보시는 것 포기하셨다고 말씀하신다. 원로의 회한 섞인 말씀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우리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다음 세대도 통일 보기는 글렀기 때문이다.

혹자는 북한이 저렇게 헐벗고 무자비한 체제인데 오래 버티겠는가? 한다. 아랍과 달리 북한 체제의 여러 가지 특성상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도 않겠지만, 무너졌을 때 북한 지역이 당연히 우리 땅이 된다는 생각은 참으로 순진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유엔감시 하에 선거를 치른 지역만 대한민국으로 유엔은 인정하고 있다. 6.26전쟁 때 평양 수복 후 이승만 대통령은 유엔군에 의해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이 아니라 개인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였다. 안타깝게도 북한 체제가 망해도 그것은 국제법적으로 우리 땅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2013년, 홍콩 밍(明)보는 북한이 붕괴했을 때 대한민국이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중국의 인민해방군들이 신의주, 영변, 두만강 하구, 장산곶 등 요지를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2014년, 미국 랜드연구소의 부르스 베넷은 북한정권이 붕괴했을 때 미중간 전쟁을 피하기 위해 북한지역을 분할하는 3가지 방안을 대놓고 제안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간 북한지역을 송두리째 잃거나 휴전선이 조금 위로 갈 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니 이제 북한정권이 망하면 자연스럽게 우리 땅이 된다는 순진한 생각 좀 버리시라. 그리고 북한붕괴를 가정한 대비는 하되 붕괴를 당연시한 정책과 담론은 제발 좀 그만하시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북한 주민들이, 북한지도층들조차 대한민국을 선택하도록(최상층부는 쉽지 않겠지만)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피 흘리지 않고 북한과 평화통일을 하는 방법이다. 다행히 남북기본합의서에서는 남북한 관계를 국가 대 국가 간이 아닌 특수한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이 합의에 근거하여 우리는 북한 땅이 한민족의 땅임을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유엔이 동의할 수 있는 그 특수관계는 접촉, 인도적 지원, 그리고 교류를 통해서 구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또 혹자는 독재체제 유지에 정신없고,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기고, 인권탄압이 심각한 북한과 무슨 대화를 하는가? 라는 반론을 편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원래 그런 나라라고 치부하고 관계를 시작해야 속이 편하다. 북한에 대해서는 애초에 진정성을 기대하지 말고, 관리해야 한다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하다. 즉 '평화적 이행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지칭한 레이건도 "악마의 제국이기 때문에 그들과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협상을 하고, 대화를 통해 나쁜 짓을 못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하여 헬싱키 프로세스를 추진하여 마침내 소련을 해체시켰다. 박정희 정부가 핵개발을 추진하고 인권문제 있었으나 미국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와 대화를 지속하였다. 북한과도 마찬가지다.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북한과의 교류를 통한 통일로의 출발 속에 핵문제 해결을 포함한 모든 문제의 답이 있다.

그러니 이제 우리 국민들은 통일문제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인도적 지원, 순수민간교류, 경협 등은 과감하게 추진하라고 봇물처럼 외쳐야 된다. 그냥 이대로 가다가는 70년을 넘어 백년이 지나도 통일은 먼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분단이 지속된다면 우리에게는 절대로 영원한 자유도, 영원한 평화도, 영원한 민주주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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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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