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권 교수ㅣ숭실대·평통기연 실행위원

[기독일보=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다윗이 주도하는 남유다와 북이스라엘 지파의 통일과정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사무엘하 1-5장은, 다윗의 왕위등극과 치세를 기록한 역대기상 10-29장과는 달리 북지파들과 남유다의 통일을 이끌어낸 다윗의 현실정치가적 경륜을 자세하게 추적한다.

사울과 요나단의 길보아산 전사 후에 바로 다윗이 통일이스라엘의 군주가 되었다고 보도하는 역대기서와는 달리 사무엘서는 사울 전사 후 7년간 벌어진 헤브론의 유다와 마하나임의 사울 왕실간의 내전을 다윗이 슬기롭게 극복하고 '통일이스라엘 시대'를 열었다고 증언한다.

사무엘하 1-5장은 다윗이 북지파의 추대를 받아 전 이스라엘의 왕이 되는 현실정치적 과정을 보도한다. 사무엘하 5장에서는 두 가지 사실에 근거하여 이스라엘 지파 장로들이 다윗을 온 이스라엘의 왕으로 옹립한다. 하나는 사울 왕에 의해 임명된 다윗의 군사적 영도력이며 다른 하나는 이새의 아들 다윗을 이스라엘의 치리자로 세우시는 하나님의 뜻을 대언한 사무엘 신탁이다.

이 중에 더 중요한 근거는 사무엘 신탁에 대한 이스라엘 장로들의 굳건한 신뢰다. "온 이스라엘의 치리자가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신탁은 모세의 시내산 계시같은 공개적인 계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은밀하고 사사로운 신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사로운 사무엘 신탁이 민중적으로 긍정되고 수납된 민중신탁이 된 후에 다윗은 온 이스라엘의 치리자가 된 것이다.

사무엘서는 역대기와는 달리 민중적 추인과 추대가 신적 지명과 도유를 완성시키는 필수절차라고 보는 것이다. 하나님의 신탁이 그 신탁수납자의 능동적이고 의도적인 순종을 통해 성취되어가는 과정에서 민중신탁으로 승화된 것이다. 다윗은 자신이 이스라엘의 목자가 될 것이라는 사무엘 신탁을 그냥 믿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려고 능동적으로 기투(企投)했다.

하나님의 신적 경륜이 다윗의 주도면밀한 순종과 실천을 통해 실현되었다. 이 과정에서 다윗은 유다와 북이스라엘 지파들의 통일을 위해 북지파들의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주도면밀한 감성정치를 시도했다. 감성정치는 북왕국의 두 지도자인 사울왕과 아브넬을 잃고 방황하던 북지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화해지향적 정치였다.

칼날의 밭이라는 뜻을 가진 헬갓 핫수림(삼하 2:16) 동족상잔 참사에서 드러나듯이 남북지파들이 극도로 고조된 적개심으로 대치하고 있을 때, 다윗은 소프트 파워에 의지하여 통일과 화해를 이루었다. 다윗은 군사적 정복으로 통일을 지향하지 않고 사울왕과 아브넬의 장례식 때 조가를 지어 남북지파에게 널리 유포함으로써 북지파들의 상처입은 자존심을 회복시켰다.

다윗은 두 차례의 조가 정치, 사울 왕가의 후손을 돌보는 인애의 보훈정치(요나단과의 헤세드 수행), 군사적 통일을 지향하는 요압의 하드파워를 견제하는 민심호소 정치를 통해 통일과 화해를 성취해 간다. 북한주민의 마음을 얻는 정치, 북한관료의 마음을 사로잡는 고도로 책략적인 대북접근이 요청되는 때이다.

글ㅣ김회권 교수(숭실대·평통기연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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