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복 목사(평통기연 공동운영위원장·전 NCCK교육훈련원장)

[기독일보=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새는 튼실한 집을 짓기 위해 바람 부는 날에 둥지를 튼다고 합니다. 그런 까닭에 태풍이 몰아쳐도 나무 꼭대기에 있는 새둥지는 끄떡없습니다. 요즘 남북관계도 태풍전야입니다. 어찌 보면 작은 사건에도 휘청거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가 평화통일의 견고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 모릅니다.

요즘 우리는 모든 것을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물질만능주의의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작년 9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창립40주년 학술대회에서 홍기빈 박사가 군사정권 시절에는 좌우를 막론하고 물질적 경제성장이 깊게 침윤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 새삼 물질주의의 마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인하여 우리사회에 물질 경제주의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노동자들이 권리향상을 위해 합법적인 파업을 하여도 경제적 손실부터 따집니다. 공기업조차도 노동조합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며 노동운동을 옥조이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취업중심으로 구조조정하고 있습니다. 결혼의 배우자 선택도 경제적 능력을 우선시합니다. 기독인 기업과 학교 등 대부분의 기독교 기관에서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간접고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통일도 경제주의적 관점에서만 바라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을 '대박'이라고 말했을 때, 민족의 숙원인 평화통일 과제를 경제주의적 관점으로 천박하게 표현했음에도 대다수 국민들은 환호하였습니다. 어느덧 리퍼트 주한 미 대사의 피습사건이 터지자 지배권력은 종복몰이에 혈안이 되어버렸습니다. '통일대박'이란 경제주의는 포기하고 어느덧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앞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민족의 통일조차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남북관계도 악화되다보니 어느덧 통일은 매력 없는 논의가 되었습니다. 한반도 통일은 잘 먹고 잘 사는데 장애가 된다는 생각이 날이 갈수록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의 예멘사태에서 보듯이 전쟁을 통한 통일은 재앙입니다. 우리의 통일도 양극화의 극복과 공정한 사회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한국교회는 시대의 가치관을 바꾸는 예언자적인 역할을 통하여 새로운 통일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민족통일은 궁극적으로 평화와 인간화의 구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이윤극대화만을 추구하는 탐욕적인 신자유주의 가치관을 넘어설 수 있는 나눔과 섬김, 연대와 공생의 가치관을 심어가야 합니다. 교회를 통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관이 이 땅에 자리잡아 북쪽 사회가 남쪽의 사회와 삶을 흠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평화통일은 민족의 새날을 기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위기인 현 상황에서도 우리 한국교회가 민족통일에 기여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물질주의와 성장제일주의로 오염된 세속적 가치관을 버려야 합니다. 번영신학과 성공주의 신앙을 회개하고, 기득권과 재산을 내려놓으며, 희생과 나눔의 신앙본질을 회복하기에 힘쓴다면 민족통일의 든든한 토대를 놓게 되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글ㅣ이근복 목사(평통기연 공동운영위원장·전 NCCK교육훈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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