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영 박사, 배기찬 교수, 서훈 교수(왼쪽부터 차례대로)가 토크 콘서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하나님께서는 이미 우리에게 통일을 주셨습니다. 이제는 통일의 열쇠를 쥔 남한이 통일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통일에 대한 진정한 의지와 내용도 없으면서 구호만 외쳐서는 안 됩니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2015년 새해를 여는 1월 마지막 주, 서울 불광동 팀비전센터 마이어즈관 1층 주집회장은 남북한 평화통일의 염원을 가슴에 품은 20~30대의 청년, 대학생을 비롯해 중보기도자, 현장 사역자, 활동가 등 2백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달 26일부터 30일까지 진행 중인 2015 통일비전캠프에서 이들은 다양한 주제의 전체강의와 선택강의, 현장 이야기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예배와 기도를 통해 통일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비전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27일에는 '분단 70년과 통일'을 주제로 토크 콘서트가 열려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캠프는 부흥한국, 평화한국, 예수전도단(YWAM),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안디옥선교훈련원(YWAM-AIIM)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날 토크 콘서트는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인 배기찬 교수의 진행으로 평화한국 대표 허문영 박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훈 이화여대 초빙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분단이 유지되는 이유는 남북한이 가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두려움, 주변 강대국의 국가이익, 분단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세력 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평화적 통일이 북한 정권과의 평화적 공존으로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현재의 북한 독재정권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들은 "평화적 통일은 그 어느 나라도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 우리가 주도해서 이뤄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고 "통일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먼저는 통일을 최우선 가치에 두고 정책의 선택과 기준, 기도의 내용까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2015 통일비전캠프가 26일부터 30일까지 팀비전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이지희 기자

■ 평화적 통일에 대한 이해

이날 서훈 교수는 모두 발언에서 "우리나라가 1945년 광복을 맞이했을진 몰라도 진정한 광복은 통일의 그 날"이라며 "분단 1세기 안에 통일의 돌파구를 반드시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통일을 바란다고 하지만, 그들의 한반도에 대한 이해는 우리와 다르다"며 "미국과 중국이 이야기하는 '평화적 통일'은 남북전쟁, 곧 무력대결은 원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우리는 '평화적 통일'에 대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진 독재정권이 붕괴해 자연스럽게 북한을 흡수하는 것을 머릿속에 그린다"며 평화적 통일의 개념을 개인적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붕괴되면 통일로 이어질 것으로 보거나, 통일은 갑자기 찾아온다고 보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정확히 표현하면 김정은 정권의 붕괴는 어느 날 갑자기 도둑처럼 올 수 있지만, 김 정권 붕괴가 통일로 이어지는 것은 우리의 기대와 희망일 뿐이며 오히려 복잡한 상황이 한반도에 펼쳐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과 사회가 정말로 통일을 원한다면 대북정책, 대동북아정책, 대미정책도 통일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문영 박사는 모두 발언에서 "분단의 원인을 파악하면 통일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며 "국제 정치적 이유, 국내 민족적 이유 등 현실적 이유뿐 아니라 크리스천으로서 영적 이유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솔로몬의 우상숭배로 아들 때 나라가 분열된 것처럼, 한국교회가 1938년 신사참배를 결의, 우상숭배를 했기 때문에 분단됐다고 본다"며 "결국 영적으로는 하나님이 허락하셔야만 통일이 가능하며, 우리는 기도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순종해야만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국제환경요인, 국가능력요인, 국민의지요인의 3가지도 진작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오후에는 '분단 70년과 통일'을 주제로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서훈 교수(맨 오른쪽)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 통일의 장애물, 분단을 고착시키는 힘 '두려움'

배기찬 교수는 이날 "1945년 분단선이 그어졌으나, 근본적으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만들어진 순간부터 한반도는 분열되기 시작했다고 본다"며 "임시정부가 만들어졌으나 독립운동세력이 공산주의와 민족주의로, 해방 이후에는 공산세력과 반공세력으로 나뉘어 분단과 6·25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일 국가를 이루는 통합된 힘, 국내 정치 세력, 사회 세력의 공통된 비전이 통일을 이루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라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는 적화에 대한 두려움, 북한은 미국에 대한 두려움 등 두려움의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훈 교수는 분단이 고착되는 배경으로 흡수통일을 두려워하는 북한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북한 경수로 건설 관계자로 참여한 그는 "2년간 북한에서 살아보니 우리는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배우고 자랐다면, 북쪽 사람들은 6·25 전쟁이 북침이라며 역사와 전혀 다른 교육을 받고 남한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며 "이미 남북 간 국력경쟁은 끝났고, 북한 정권도 지금 통일되면 어떤 통일이 될지 너무 잘 알고 있어 통일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경수로 건설을 위해 들어가 신포에서 일하는 남한 사람들을 위해 '신포교회'를 세웠다. 1950년 이후 최초로 관제 교회가 아닌 자발적으로 세워진 북한교회다.

한편 서 교수는 "최근 몇 년간 통일이 사회적 공론이 되고 관련 모임, 세미나, 기도회가 많아지면서 통일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좋을 일이지만, 엄밀하게 통일의 상대가 있기 때문에 의지와 내용 없이 구호만 크게 떠들수록 통일이 멀어질 수 있다는 역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말하는 통일에서 뒤따라오는 전제조건은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통일을 하자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북한 정권이 통일을 원치 않는 것도 큰 변수"라고 말했다.

허문영 박사는 "한반도의 통일 문제는 4중적 의미가 있다"며 "민족적으로 남북한 분단, 지정학적으로 미국, 일본의 해양 세력과 중국, 러시아의 대륙세력간 대치선,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대결선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인정하는 진영과 불신하는 진영 간의 영적인 전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통일은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4국의 국가이익이 걸린 문제로 총체적이고 균형적으로 봐야 하며, 북한을 사로잡는 악한 영을 물리치는 기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 통일로 영향력 축소를 우려하는 미국에 대해 "우리와 기독교적 가치관과 정치체제,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마음을 잘 달래주어 동아시아 평화와 통일을 이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기찬 교수는 "분단을 유지하는 힘은 분단으로 이익을 얻는 세력, 곧 분단된 상태가 이익이 되는 주변 국가들과 분단에 편승해 있는 남한의 일부 보수 체제 및 기득권 세력에 있는 것 같다"며 "현 분단체제에 손해를 보고, 통일이 되어야 어깨가 펴지는 이들이 앞으로 통일을 이루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오후에 진행된 토크 콘서트 참석자들.   ©이지희 기자

■ 크리스천의 한반도 분단 극복 노력이 중요

한반도 분단이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인간의 입장이 아닌, 하나님의 입장에서 어떻게 극복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서훈 교수는 "통일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며 "문제는 우리가 통일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 없느냐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안에 증오, 두려움, 분노가 북한을 향해 있고, 막연히 북한을 정죄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아픈 기억, 역사적 불행을 겪은 분들의 가슴 속에는 그것이 더 크다"며 통일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기도의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며 "이제까지 해 온 기도의 내용을 점검하고, 분단 1세기까지 남은 마지막 30년 동안 하나님의 뜻에 맞추고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먼저 성경의 방법대로 우리 마음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북한을 바라보는 훈련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문영 박사는 "통일을 위해 국제환경을 잘 만들고, 국가 능력을 키우며 국민 마음의 의지를 재고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를 위해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야 하고, 국민의 마음속에 통일에 대한 열망을 키워주셔야 하기 때문에 기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많은 크리스천이 평등의 가치로 평등중심의 국가를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인간의 노력에 의해 실패했다"며 "평등가치를 가진 북한과 자유가치를 가진 대한민국은 영원한 평행선으로 갈 수밖에 없으나, 둘이 연결되게 하려면 십자가 사랑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실적 노력으로는 "미국과 안보관계를 튼튼히 하고, 중국과 경제교류를 발전시키며, 일본과 러시아도 함께 가는 '균형십자외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기찬 교수도 "기도하면 하나님의 마음과 능력이 들어와서 담대하고 용감해지는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를 덮은 가장 큰 문제인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은 기도"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또 "통일의 열쇠는 세상적으로는 남한과 미국이 갖고 있다"며 "남한과 미국의 새로운 통일 한국인들이 기도함으로 담대해지고, 한편으로는 한국과 미국의 정권 담당자들에게 통일의 이점을 말하고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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