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이사회·총회에서 박상은 원장이 '인공지능과 생명윤리'를 주제로 특강을 전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이사회·총회에서 박상은 원장이 '인공지능과 생명윤리'를 주제로 특강을 전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 제공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필자는 고교시절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와 '로봇' 시리즈를 아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로봇 공학의 3원칙'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 원칙은 기사 중간에 소개한다.) 그런데…단지 상상력의 소치일 것이라 생각했던 이러한 로봇 윤리가 이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바로 우리 세대에서.

박상은 원장(샘병원, 대통령직속 국가생명윤리위원장)은 최근 열린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정기 이사회와 총회 특강을 맡아 전하면서, 인공지능 로봇과 공생하는 인류의 소름(?)끼치는 미래를 그래냈다. 그는 먼저 맞춤아기, 인간복제, 그리고 전례 없이 쉽고 정확하게 유전자 조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일어날 수 있는 유전자 변형 등 인류 앞의 도전을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특히 박 원장은 '아이, 로봇' '트랜센던스' 'her(그녀)' 등의 SF영화를 소개하고, 이것이 SF영화만이 아닌, 잘 알려진 '알파고'와 킬러로봇 등으로 구현되는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가장 첨예한 논쟁은 바로 인공지능과 관련된 윤리"라 지적하고, "인간의 명령 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살인할 수 있는 로봇인 ‘킬러 로봇’(자동살인기계)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인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물었다.

또 박 원장은 특별히 로봇 의사 'IBM 왓슨'을 소개했다. 그는 "IBM의 서비스형 SW 클라우드(SaaS)로 제공하는 왓슨 포 온콜로지는 방대한 분량의 정형·비정형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암환자에게 개별화된 치료 옵션과 관련한 정보를 의사에게 제공 한다"고 밝히고, "이미 길병원이 도입해 암 진단에 사용하고 있는데, 수집된 개인정보가 입력되면 왓슨은 이미 축적된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동원해 수초 만에 분석을 끝마친다. 이는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라 했다.

특히 왓슨은 분석 정확성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길병원은 현재까지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이 의료진이 예상한 결과와 거의 유사했다고 밝혔다. 이언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우리도 깜짝 놀랄 정도로 왓슨이 내놓은 결과 치는 인간(의사)의 판단과 대부분 일치했다"고 밝히고, "환자들 역시 의사와 상담과 더불어 왓슨에게도 치료법을 제안 받으니 더 신뢰가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박 원장에게 귀뜸 했다고 한다.

박 원장이 여러 가지 예로 들면서 설명한 '로봇' 시대는 이제 현실이다. 때문에 그는 이제 '로봇 윤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로봇 제조자와 사용자가 가져야 할 윤리에 대해 설명하고, '로봇 윤리의 원칙'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 내용이 그것이다.

* 로봇은 제작 목적에 부합하는 구조와 작동 특성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도록 설계, 제작, 관리되어야 한다.
* 로봇의 기능과 그것을 토대로 로봇에 위임된 권한의 종류와 양상을 포함하는 로봇의 작동 범위는 명확히 규정되고 충실히 준수되어야 한다.
* 로봇은 사용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 하도록 뿐 아니라 그것의 작동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안전이나 건강에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위해가 없도록 설계, 제작, 관리되어야 한다.
* 로봇은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지 않도록 설계, 제작, 관리되어야 한다.
* 로봇기술의 개발과 적용은 개별자 차원이나 유적(類的)차원에서 인간 정체성에 관한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단 인간 정체성은 본질주의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 보정 가능한 개념으로 간주된다.

처음 필자가 이야기 했던 '아시모프의 로봇 윤리'(1940)는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명령들이 법칙1과 상충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자기보호가 법칙1과 법칙2와 상충하지 않을 때만 유효하다 등 3가지를 설명한다.

그런데 아시모프가 제안하는 수정된 로봇 윤리법칙(1985)에는 한 가지가 더 포함되고 수정이 일어난다.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류를 방관해서도 안 된다“는 내용이 삽입되는데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는 내용 앞에 ”이것이 법칙0을 위반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서 추가 된다. 그 뒤의 내용들은 동일하다.

2007년에는 로봇윤리헌장 초안(ICRA)이 마련됐다. ▶인간과 로봇은 상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정해진 권리, 정보윤리 및 공학윤리 등의 공동원칙을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 ▶인간은 로봇을 제조하고 사용할 때 항상 선(善)한 방법으로 지혜롭게 판단하고 의사 결정해야 한다 ▶로봇은 사용자인 인간의 친구·도우미·동반자로서 인간의 명령에 항상 순종해야 한다 ▶로봇 제조자는 로봇윤리헌장을 준수해야 할 제1 책임자로서 인류와 공생하기에 적합하고, 사회적 공익성과 책임감에 기반한 로봇을 제조하여야 한다 ▶로봇 사용자는 로봇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법규에 따라 사용하되, 로봇 남용을 통한 중독 등에 주의해야 한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것들을 기반으로 박 원장은 더 미래를 상상했다. 로보-사피엔스(Robo-Sapiens)가 바로 그것인데, 인간의 유전자가 삽입된 로봇, 인간의 피부와 눈, 입술을 가진 로봇, 인간지능을 가진 자율로봇(Autonomous Robot), 인간감정을 가진 휴먼로봇(Human Robot) 등이 그것이다. 그는 로봇이 섹스파트너일 뿐 아니라 가족구성원이 되고, 로봇이 또 다른 로봇을 재생산하는 것도 상상했다. SF영화가 이제 현실이 되는 것이다.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박 원장은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로 대비해 설명했다. 그는 먼저 하나님의 인간 창조는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자율성을 지닌 존재(Autonomy)로, 도덕적 존재(Morality)로 지으셨다고 했다. 그리고 인간의 로봇 제작은 인간의 형상으로, 내재화(프로그램화)된 자율성을 기반으로, 준-도덕적 존재로 만들어 낸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그는 강연을 마무리 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철학적 신학적 물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인공지능에 대한 개발과 사용, 윤리 가이드라인 모두가 제작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했다.

한편 박상은 원장은 (현)아프리카미래재단 대표, (현)고려의대 및 한동대 겸임교수, (현)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이사장이기도 하다. 그가 위원장이기도 한 대통령직속 국가생명윤리위원회는 보건복지부장관(수석간사), 미래창조과학부장관(간사), 법무부장관, 교육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산업자원부장관 등 6인이 당연직 위원으로 있으며, 과학계 의학계 위원 7명, 윤리계 종교계 시민단체 7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통령직속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전문위원회는 생명윤리 및 안전 정책, 배아연구, 유전자검사 및 치료, 인공수정, 연구윤리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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