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를 인정하는 아혹 주지사
▲지난달 19일 실시된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결선 투표에서 패배한 아혹 주지사. ©꼼빠스닷컴

[기독일보=국제] 이슬람교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수도 자카르타의 첫 기독교인 수장에 오른 중국계 바수끼 짜하야 뿌르나마(일명 아혹) 자카르타 주지사가 9일(현지시간) 이슬람의 유일신 알라를 모독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날 오전 북부 자카르타 지방법원 재판부는 “아혹 주지사가 형법 156조 ‘신성 모독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보다 훨씬 강한 처벌이 내려진 것이다.

재판부는 또 이날 바로 아혹 주지사에게 구금을 명령해 그는 곧바로 자카르타 찌삐낭 교도소로 이송돼 수감됐다.

이날 판결은 남부 자카르타 소재 농업부 청사에 마련된 임시 재판정에서 열렸다. 재판정 밖에는 아혹 지지자와 강경 이슬람단체 회원들이 집결해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진행됐다.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 밖에 모여 있던 강경 이슬람단체 회원들은 환호한 반면, 아혹 지지자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아혹 주지사는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지만 세속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아혹 주지사가 연임에 실패한 데 이어 실형을 선고 받자, 일각에서는 원리주의 이슬람의 확산과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는 신진 개혁세력인 조꼬 위도도(일명 조꼬위) 대통령과 그의 정치적 동반자인 아혹 주지사를 겨냥해 기득권을 가진 구 정치세력이 강경 이슬람 세력을 통해 반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혹 주지사는 지난해 9월 27일 뿔라우스리부 지역 뿌라무까 섬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연설 중 '유대인과 기독교도를 지도자로 삼지 말라'는 이슬람 경전인 '꾸란' 구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에게 속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신성모독 논란에 휘말렸다.

이를 빌미로 이슬람수호자전선(FPI)을 비롯한 강경 이슬람 단체 회원 10만여 명이 모여 대규모 거리시위를 수차례 벌리면서 아혹 주지사는 결국 검찰에 기소됐고, 이런 악 조건 가운데 주지사 선거 운동을 펼쳤으나 지난 4월 19일 결선투표에서 결국 패배했다.

지난해 9월 '신성 모독' 스캔들 이전에 아혹 주지사의 지지율은 60%에 육박해, 주지사 연임 가능성이 높았지만, 신성 모독 논란 이후 지지도가 급락해 20%대로 추락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아혹 주지사는 올해 2월 15일 열린 1차 주지사 선거에서 42%를 득표하며 선전했지만,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투표까지 가게 됐다. 결국 무슬림 후보인 아니스 바스웨단 전 교육문화부 장관에게 패배하면서 재선에 실패했다.

한편, 아혹 주지사는 지난해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왜냐면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며 공식석상에서 전한 담대한 신앙고백을 담은 영상이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큰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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