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목사   ©고려대 CCC

30일 서울영동교회 교육관에서 진행된 성경·삶·사역회 여름 컨퍼런스에서 최영진 목사(CCC간사)는 '캠퍼스 사역의 잠재력, 현황 그리고 보완점'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이 기회를 빌려 한국교회를 새롭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의 하나로 캠퍼스(대학) 사역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고 했다.

잠재력, '때가 무르익고 조건이 맞게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힘 드러내는 힘'

최 목사는 "'잠재력'이란 당장에는 그 힘이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때가 무르익고 조건이 맞게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며 "19세기 말에 시작되어 57년간 지속된 'SVM(Student Volunteer Movement for Foreign Mission)운동'은 청년 대학생들의 잠재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된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의 선교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던 당시의 선교는 목숨을 걸지 않고는 실행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었다"며 "그런데 그 일에 청년 대학생들은 뜨겁게 반응했고, 전 세계를 향해 나아가 SVM은 총 10만여명의 선교 헌신자를 배출했고 그 중 20,500명을 해외 선교사로 파송했다"고 했다.

덧붙여 "그 중에는 미지의 땅 조선에 첫 발을 내디딘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도 있었다"며 "청년 대학생이 중심이 된 SVM은 세계 선교의 흐름을 바꾸는 모멘텀이 되었다"고 했다.

최 목사는 또 "청년들의 잠재력은 기독교 사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영역에도 적용된다"며 "일제 강점기를 종식시킨 독립운동의 중심에 청년들이 있었고, 독재를 종식시키고 이 땅에 민주주의를 세우는 일에도 청년 대학생들은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성취가 요원해 보이는 일도 청년들이 참여하게 되면 힘을 받게 되고 변곡점을 형성하게 되며 더 나아가 성취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불리하게도 작용할 수 있는 캠퍼스 잠재력, 동성애 담론도 캠퍼스서 시작

이어 최 목사는 "캠퍼스의 잠재력은 대단하지만 그 잠재력은 럭비공과 같다고 할 수 있다"며 "그 잠재력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고 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고 했다.

그는 "반기독교적인 사상들 또한 대학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있다"며 "동성애 이슈가 우리 사회에서 담론이 된 것도 20년 전(1995년) 소위 '스카이(SKY)'대학들에 동성애 동아리들이 때를 같이하여 결성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덧붙여 "그들은 처음엔 그야말로 소수였지만 지금은 전국 거의 모든 주요 대학들에 동아리를 조직하고, 정기 간행물을 발행하고 있고, 소수자 보호를 사명으로 삼고 있는 총학생회, 동아리연합회 그리고 진보 지식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의 잠재력은 그것을 활용하는 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이것을 아는 자들은 사이비, 이단을 포함해서 대학에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서 앞을 다투어 달려들고 있다"며 "오늘 우리가 대학을 잃게 되면, 내일 우리는 민족/사회에서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다"고 했다.

학복협 소속 12개 선교단체 등 20여 학생선교단체, 아직까지는 캠퍼스 사역 주도

그는 2013년 교육통계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수는 200개 정원은 약 220만명이라고 소개했다. 또 전문대학 수는 140개에 학생수는 76만명이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주관 2012년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20-24세) 전체 대비 기독교인 비율은 17.2%였다.

학원선교단체 현황으로는 학복협에 가입된 12개 선교단체인 DSM, CMI, JDM, IVF, DFC, JOY, CAM, ESF, SFC, CMF, YWAM, CCC와 UBF, 네이게이토, ENM 같은 미가입 단체를 비롯해 대략 20개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학생선교단체 외 캠퍼스 사역 주체들은 기독교수회, 기독학생연합(기연), 대학교회, 교목실(기독교대학), 기독교 동문 모임, 대학 주변 지역 교회, 대형교회 대학부 등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학생선교단체를 제외한 사역의 주체들의 움직임은 대체로 그리 활발하지 못하다"며 "그나마 인력이 있고 움직임이 있는 주체는 대학 주변 지역 교회와 대형교회 대학부이지만 이들의 사역은 연초 신입생 입학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고 했다.

또 "그 사역조차도 전도보다는 대학 입학 때문에 거주지를 옮기게 된 기존의 기독 신입생들에게 자신들의 교회를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최 목사는 "제 생각에는 캠퍼스 사역의 자리를 아직까지는 학생선교단체들이 지키고 있는 것 같다"고 파악했다.

10년 전보다 사역 규모 30% 줄어...동아리 재등록 심사에서 탈락도

그러면서 자신이 사역하는 고려대의 경우를 소개했다. 그는 고려대의 경우 약 20개의 선교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3-4개 단체가 활발한 편이며 다른 3-4개 단체는 20명 미만의 회원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그 나머지 단체들은 사역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현황은 1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사역의 규모 면에서 대략 30%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고려대를 포함해서 전국 곳곳에서 선교단체들이 회원을 확보하지 못해 동아리 재등록 심사에서 탈락하고 제명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어려운 중에도 여전히 활발한 사역을 유지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고, 중간 규모의 단체들 중에는 사역의 규모가 증가하는 곳들도 있다"며 "사역 환경이 아무리 어려웠졌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하면 여전히 사람을 얻을 수 있구나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선교 단체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기독 대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는 선교단체들을 선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다.

캠퍼스 전도 예전처럼 잘 되지 않는다

그는 현재 캠퍼스 사역이 어려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전도가 예전처럼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했다. 이어 전도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는 '대학의 분위기 변화'를 첫번째로 꼽았다.

최 목사는 "과거 20-30년 전에 비해 현재의 대학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과거의 대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종교를 포함해 인간의 기본적 가치들에 대해 열린 마음이었다"며 "그러나 현재의 대학생들에게는 정규직 취업의 어려움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좋은 학점 취득, 어학공부, 자격증 취득, 자원봉사, 인턴십 참가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1990년대 중반 국가 부도 사태 때, IMF 구제금융 지원을 받을 때 수많은 근로자들이 구조 조정에 내몰렸고 구직자들의 구직 활동도 어려움에 몰렸다"며 "그 결과 대학생들이 취업 외에 다른 가치들에 관심을 기울이기 어렵게 되었고 이는 복음 전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또 정부의 '대학 평가'로 학교가 졸업 요건을 강화하고 영어강의 등을 확대한 것이 학생들에게 추가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부담이 되었다고도 보았다.

그는 하락한 한국교회의 신뢰도도 한가지 이유로 들었다. 그는 "대학마다 학생들에 의해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고려대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등)에 기독교에 대한 이슈가 나오면 다른 종교 이슈에 비해서 훨씬 더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은 어떤 공감대(기독교/한국교회에 대해 부정적인)가 형성도 있어서일 것이다"고 했다.

또 "더욱 놀라운 것은 복음 전도에 대해 캠퍼스 보안 요원에게 신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대학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며 "전도에 대해 신고를 하는 것이 꼭 한국교회의 신뢰도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연관성이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최 목사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상적 영향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정신은 기독교를 거대 담론으로 인정하기보다는 서양 또는 이스라엘의 이야기로 국한시키려 한다"고 했다.

또 "복음 전도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또 하나의 사상은 진화론이다. 진화론은 과학이 아니라 사상이다"며 "처음에 그것은 과학적 논의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여러 분야의 사상적 기초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 이외 '사이비, 이단의 영향', '개인주의' 등을 들었다.

캠퍼스, 무신론·반기독교 비율 높은 '타문화권' 선교지처럼 변해가

그는 어려운 상황에도 활발히 사역하고 있는 단체들의 비결은 "'무조건 열심히' 보다는 '창의적 또는 삶으로'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혼의 필요를 읽어가면서 거기에 맞는 접촉점들을 개발하고, 삶이 뒤따르지 않는 화려한 수사에 물린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는 삶으로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교회가 대학 캠퍼스를 선교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캠퍼스 사역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고 이것은 교회를 향한 요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 목사는 "제가 보기에 캠퍼스는 점점 선교지처럼 변해가고 있다. 문화적으로 일반 대중문화와 구별되어 소위 '타문화권'이라고 할 수 있고 무신론 또는 반기독교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고 또 선교대상 국가 외국인들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13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약 86,000명이라고 소개하며 이 숫자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고 했다. 또 각 대학의 한국어 교육 과정에 많은 외국인들이 등록돼 있다고 했다.

최영진 목사는 "만일 교회가 캠퍼스를 선교지로 인식할 수 있다면, 그 사역은 수평 이동하는 신자를 찾는 수준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선교/전도 사역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덧붙여 "지금처럼 캠퍼스 사역을 몇몇 학생선교단체들에게만 맡겨두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럭비공 같은 캠퍼스의 성격은 장차 한국교회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기독교 근본적 물음에 답 줘야...전선으로의 이동 요청

또한 '연합 사역'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연합의 시너지를 통해 캠퍼스 전체를 감당하는 모습으로 자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각 사역 주체에게 부담을 주는 연합이 아니라 각 사역의 주체들과 함께 자라가는 연합 사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고 했다.

최 목사는 "기독교가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지적했다. 그는 변증적 질문, 진화와 동성애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언급하며 "물론 이런 주제들에 대한 기독교의 답변이 있는 줄 알지만 그것은 기독교 학자들의 책상 위에 있는 것이지, 일반 청년 대학생들이 받아들일만한 형태로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창조와 진화에 관해 기독교계의 대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특정 바운더리 안에만 갇혀 있는 느낌이다"며 "전선으로의 이동을 요청한다"고 했다.

최영진 목사는 이외 청년들의 필요를 읽는 사역, 이단에 대한 체계적 대응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이단 대응을 위해 "한국교회가 배출한 수많은 신학자들을 캠퍼스 사역의 서포터즈(Supporters)로 연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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