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목회준비 세미나가 20일 한소망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동윤 기자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은혜를 믿는 것이 믿음이다."

20일 경기도 파주시 한소망교회(담임 류영모 목사)에서 '루터에게 개혁의 길을 배우다'라는 주제로 '종교개혁 500주년 목회준비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루터의 칭의론'에 대해 발제한 박일영 목사(루터대 전 총장, 루터신학교 교수)는 '칭의'(의롭다 선언하시는 하나님의 행위)와 믿음에 대해 "믿음이 있어야 칭의가 아니라, 칭의를 믿는 것이 믿음이다. 믿음이 있어야 은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은혜를 믿는 것이 믿음"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루터가 강조한 믿음에 대해 "루터가 말한 믿음이란 그리스도 사건이 '나를 위해' 일어난 사건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이며, 믿음이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전했다.

루터는 자신의 영적 시련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엄격한 수도사의 생활, 신학자로서 깊은 지적탐구(어거스틴 등 교부들, 교회사에 정통함), 특별히 열정적인 성서연구를 했고 죄, 은혜, 의, 신론, 기독론, 성례전론, 교회론 등의 새로운 이해에 도달했다. 루터가 새롭게 발견한 핵심은 칭의론으로 요약되며 이 칭의론이 루터의 신학과 사상의 중심교리로 자리 잡으며, 그의 모든 교리들(성서론, 신론, 인간론, 교회론, 윤리 및 신앙이해 등)은 이 칭의론에 의해 판단되고 조명됐다.

박 목사는 이어 믿음이란 칭의의 조건이나 인간의 공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중세에는 믿음을 인간 자신의 내적 능력, 보상받아야 할 선행, 공적 등으로 가르쳤다면 여기에 대해 루터는 믿음을 '받는 손'이라고 말했다"며 "요약하면 믿음은 칭의의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칭의의 선포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신칭의'(믿음으로 의롭게 된다)에서의 믿음은 철저하게 인간의 공로, 인간의 내적 의를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루터는 믿음 자체가 칭의의 조건이 되거나, 믿음 자체를 우리 자신의 의로운 부분으로 만드는 것을 경계했다. 믿음은 그저 은혜를 받아들이는 은혜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루터는 믿음이란 인간의 주체적 결단의 행위라고 봤다. 가톨릭의 사효성 신학(성례전을 받는 사람의 믿음에 관계없이 규범대로 행해진 성례전은 효력을 가진다는 신학)에 반대해 개인의 주관적 믿음의 결단을 중요하게 여겼다"며 "믿음은 개인적인 행위이며, 하나님은 나에게 말씀하신다. 그러나 믿음은 나를 의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건이 '나를 위해' 일어난 사건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 목사는 칭의와 성화의 관계를 논했다.

그는 "루터는 칭의와 성화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때가 많았다. 칭의는 일회적 사건이고, 그후 성화는 인간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루터가 말한 칭의의 이해에 어긋난다"며 "칭의는 계속돼야 하는 것이다. 즉 인간은 칭의를 받았어도 언제나 하나님 앞에 죄인으로 머물 수밖에 없고, 때문에 인간은 언제나 칭의의 은혜가 있어야 하는 늘 하나님의 은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박 목사는 루터의 칭의론이 행함없는 믿음을 야기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론을 펼쳤다.

그는 "칭의의 사건은 실제적인 신앙적, 체험적, 윤리적 사건이다. 값없이 주어지는 칭의의 은혜에 열매가 없을 수 없다. 칭의가 주는 자유에는 섬김과 사랑을 향한 의무감이 따른다"며 "참 믿음은 스스로를 위인하는 조작된 느낌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은혜의 참된 체험이다. 그 믿음은 이웃과 가정과 교회와 사회를 향한 새로운 능력으로 확장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루터의 칭의 강조는 성화와 선행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작용되기도 했으나(본회퍼가 값싼 은혜라고 비판한 것처럼), 이것은 루터 칭의론에 대한 왜곡이다. 하지만 실제로 루터 칭의론을 이용해 열매없는 값싼 은혜로 전락시킨 경우도 많았다"며 칭의론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루터의 칭의론 왜곡에 대해 "루터는 '오직 믿음'으로 인해 의롭게 된다고 했지만, 이 믿음만으로 선행의 열매를 배제시키는 '오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칭의의 복음을 믿는 믿음은 사랑의 열매를 맺지 않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후 박 목사는 칭의론의 왜곡과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복음과 구원이 필요하기에 칭의의 설교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루터의 칭의론을 다시 말해야 하는 이유로, 하나님에게서 스스로를 소외시킨 현대인들은 그 소외의 현실에서 '허무, 불안, 무력감, 두려움, 절망, 포기, 자학 등을 경험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이 시대에 하나님과 복음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루터의 칭의론 발견으로 인한 신학의 전환을 신학자들과 교회사가들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일컫는다"며 "현 한국 개신교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과 그 해결책을 칭의론의 빛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칭의의 복음만이 내 영혼의 내적 화유, 그리고 모든 대외적 관계의 화해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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