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가 24~27일 롯데호텔서울에서 개최 된 가운데, 25일과 26일 본격적인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가 24~27일 롯데호텔서울에서 개최 된 가운데, 25일과 26일 본격적인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조은식 기자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3.1운동을 '3.1혁명'으로 보자는 주장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진보 어른 백낙청 명예교수(서울대,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가 더 나아가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으로 부르며 '3.1혁명'과 대조해 관심을 모았다. 백낙청 교수는 24일부터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서서 "3.1운동과 한반도식 나라 만들기"란 제목으로 강연을 전했다.

특히 그는 "2016~7년 대규모 촛불시위와 그에 따른 한국사회의 변화를 과연 혁명이라 부를지는 아직 합의가 없다"고 지적하고, "촛불혁명은 '고전적' 혁명개념과 거리가 있음은 물론, 대한민국 역사에서도 4.19나 6월 항쟁처럼 정권교체를 넘어 새로운 헌법체제를 재빨리 만들어낸 사건에도 미달하는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3.1운동과 견준다면 어떨까? 백 교수는 "3.1이 총독부 지배를 종식시키지 못한 데 비해, 촛불은 현직 대통령을 퇴출하고 어떤 의미로는 대한민국 최초로 민주적 헌정을 실행할 길을 열었다"고 했지만, "3.1은 거족적 운동이었던 데 비해 촛불항쟁은 4.19 및 6.10과 마찬가지로 남한에 국한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3.1혁명의 수준에 못 미치는 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백 교수는 "촛불항쟁이 촛불혁명의 제1기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한반도의 남북을 아우르는 분단체제에 발본적인 변화를 여는 한층 혁명적인 변화를 달성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고, "3.1이 '근대적응의 본격적 출발'로 인정받는 것은, 비록 독립된 근대국가의 건설은 망명 임시정부의 형태로밖에 달성하지 못했으나, 주민생활 전역에 걸쳐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민중의 주체적 역량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라 했다.

때문에 그는 "남한의 촛불항쟁으로 시작한 한국의 정권교체가 남북관계에 획기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한반도 전역에 걸친 민중역량의 비약적 증대를 이룬다면, 이는 '혁명'의 이름에 전혀 손색 없을 것"이라 했다. 나아가 "촛불혁명이 '한국 근현대가 3.1에 진 채무'를 드디어 갚게 될 것"이라며 "100년의 지체 끝에 실현되는 채무이행은 3.1혁명이 미처 전망하지 못한 지평도 열어주게 마련"이라 했다.

그는 그 중 한 예로 '국가건설의 문제'를 들었다. 3.1의 거족적 염원이던 통일된 국민국가 수립은 촛불혁명 이후에도 가능하지 않으려니와 촛불시민이 꿈꾸는 새 세상의 기준으로는 오히려 낡은 관념일 수 있으니, 지금은 당장 통일이 아닌 점진적 단계적 창의적 한반도 재통합 방안을 강구할 때라는 것이다.

사진 가운데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왼쪽은 좌장 대한기독교서회 사장 서진한 목사, 오른쪽은 함께 강연을 전한 평통연대 이사장 박종화 목사
사진 가운데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왼쪽은 좌장 대한기독교서회 사장 서진한 목사, 오른쪽은 함께 강연을 전한 평통연대 이사장 박종화 목사 ©조은식 기자

이 부분에서, 백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현안 자체가 남북에 현존하는 두 국가의 상호인정과 평화공존을 전제하면서도, 남북기본합의서(1991)의 표현대로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는 것을 인정'하는 방식이 요구 된다"며 "이는 남북이 동시에 유엔 회원국이 된 후에 이룩한 합의라는 점에서 독특한 국가연합을 추진하는 매우 창의적인 방안"이라 했다.

이것에 대해 그는 "촛불혁명과 판문점 선언(2018.4.27.), 9월 평양선언 등으로 드디어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남북연합, 그것도 '낮은 단계의 남북연합'만 실현되어도 불가역적인 한반도 재통합의 '제1단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곧 한반도식 나라만들기의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 했다.

그는 "이것이 최종 단계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통일국가 건설을 최종 목표로 미리 설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점진적 단계적 진행은 현실여건상 불가피하기도 하려니와, 그러한 진행이야말로 민중참여의 폭을 최대한 넓히는 길이며 그에 따라 확대되는 민중의 역량과 지혜는 후천개벽시대의 한반도에 가장 걸맞는 형태와 수준의 정치공동체를 찾아낼 것이고, 3.1혁명조차 뛰어넘는 세계사적 성취를 이룩할 것"이라 내다 봤다.

한편 컨퍼런스에서는 백낙청 교수의 강연 외에도 윤경로 교수(한성대 명예교수)와 위르겐 몰트만 박사(튀빙엔대 명예교수), 박종화 목사(평통연대 이사장), 민경배 박사(백석대), 정운찬 교수(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KBO총재), 이관후 박사(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백영서 교수(연세대), 장미란 박사(한국YWCA연합회, 평화통일 위원장), 이재정 교육감 등이 주제별 강연자로 나서서 강연을 전했다. 더불어 테이블 토론의 시간도 마련됐다.

행사는 27일 임진각 평화누리, 제3땅굴, 도라전망대, 도라산역 등을 방문하는 '임진각 평화기행'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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