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를 바라보며 국기에 대한 맹세(Pledge of Allegiance)를 하는 학생들>

6살의 해나와 9살의 데이빗은 버지니아 페어펙스 카운티의 한 공립 초등학교를 다닌다. 1학년과 3학년인 해나와 데이빗이 학교에 가면 처음하는 것은 국기에 대한 맹세다. 교실에 걸려있는 성조기를 향해 서서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고는 국기에 대한 맹세(Pledge of Allegiance)를 한다.

'나는 모두가 하나님의 보호하심 속에 자유와 정의를 누리는 나의 나라 미 합중국 국기와 공화국에 단결하고 충성할 것을 맹세합니다'(I pledge allegiance to the flag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o the republic for which it stands, one nation, under God, indivisible, with liberty and justice for all)

국기에 대한 맹세는 미국 공립학교 뿐 아니라 사립학교에서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학교에 가면 하는 첫 일과다. 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며 국가에 대한 감사와 충성을 다짐하고 서약하고 있는 것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는 미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시민교육(civic education)의 일환이다. 시민 교육은 미국 초중고 교육의 중요한 목적으로 학생들이 미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바른 시민이 되도록 하는 기초가 되고 있다.

버지니아 페어펙스 카운티 공립학교는 197개 초중고등학교와 173,000여명의 학생들이 있어 미국에서 12번째로 크다. 미국의 8학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교육 수준이 높은 페어펙스 카운티 공립학교는 버지니아 교육위원회가 7년마다 업데이트해서 제시하는 시민교육 방침인 '버지니아 공립학교에서 이뤄지는 역사와 사회과학에 대한 기준'에 따라 시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방침에 따르면 학교 시민교육의 목적은 모든 학생들이 장차 미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필요한 내용을 잘 숙지한 참여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다음을 세부 방향으로 삼고 있다.

* 학생들이 인물, 사상, 버지니아와 미국을 형성해온 사건들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 지리, 시민의식, 경제원리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킨다.

* 2세기 전에 건국한 미국이 완전한 연방(union)은 아니지만 좀더 완벽한 연방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헌법적 자치정부(self-government)의 모델이 된 것을 이해하며 미국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한다.

* 미국의 헌법적 민주주의의 기본가치, 원칙,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학생들이 필요한 내용을 숙지하고 책임을 가지며 참여하는 시민이 되도록 준비시킨다.

이 방향에 기초해 역사, 지리, 시민의식, 경제원리를 한 셋트로 한 시민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버지니아 공립학교 시민교육 방침에서 특이한 점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의 시민교육 내용이 학년별, 주제별로 상세히 나와있다는 것이다.

가령, 유치원생들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마틴 루터 킹, 조지 워싱턴, 아브라함 링컨과 같은 미국 위인이 누구인지, 독립기념일, 성조기의 날, 콜럼버스 데이가 어떤 날인지 배운다. 미국기와 국기에 대한 맹세를 배우고 버지니아 및 미국 지도를 그려보고 규칙을 준수하는 등에 대한 기본적인 시민의식을 공부하며 돈에 대해 배운다.

1, 2학년 학생들 역시 모델이 되는 미국 위인과 미국 국경일을 배우고 서비스, 상품, 소비자, 생산자, 선택 등 경제원리, 차례지키기, 자기물건 관리하기 등 시민의식, 미국기, 흰머리수리 등 애국적 상징 등을 배운다.

3학년 학생들은 고대 4대 문명 등 세계에 대해 배우기 시작하고 현충일, 재향군인의 날 등을 배우며 미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전장에서 싸운 미국인들을 공부한다. 하지만 4학년 이후는 이처럼 상세하게 시민교육 내용을 규정하지 않고 대강의 방향만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니퍼 브라운 페어펙스카운티 초등학교 시민교육 담당자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가 어떻게 보면 시민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의 생각과 태도가 형성되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학년 이후의 시민교육은 각각의 내용들이 심화되는 것이다. 역사의 경우 미국 독립선언서, 버지니아 권리선언서, 버지니아 종교의 자유의 법령 등 역사적인 문서에 대해 배우고 버지니아 헌법과 미국 연방 헌법을 배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시민의 권리와 의무, 책임이 어떤 것인지 학생들은 알게 된다.

아메리카 인디안, 13개 식민지, 독립전쟁, 남북전쟁, 재건 등의 미국의 역사를 배우고 희소성, 물물교환, 인적자본, 물적 자본 등 시장경제원리를 익힌다. 8학년의 경우 고등학생들의 생활경제 지식 함양을 추진하는 Junior Achievement라는 단체와 함께 학생들이 실제 경제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경제에서 경제 결정들이 어떻게 이뤄지고 그 가운데 정부의 역할이 뭔지에 대해 학생들은 배운다.

학생들은 지역, 주, 연방정부의 구조와 역할 등에 대해 배우고 투표와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익히며 특히, 봉사하면서 배우는 'Service Learning' 활동을 통해 자신이 속한 학교, 동네, 주, 미국 등 커뮤니티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는지 고민하면서 커뮤니티에 대한 주인의식을 배우게 된다.

엘리스 라일리 페어펙스카운티 공립학교 시민교육 코디네이터는 "학생들이 미국과 미국이 한 일을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미국에 대한 주인의식과 자부심을 더 많이 갖는다"고 말했다.

브라운 시민교육 담당자는 "어린 아이들은 미국 역사를 배우면서 미국이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 시작해 지금의 미국이 되었다는 것을 좋아한다. 13개 식민지가 영국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워 이긴 것과 이를 위해 건국 아버지들이 수고하며 나라의 기초를 놓은 것을 이야기하니까 아이들이 어린데도 미국에 대한 애국심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초중고 학생들의 시민교육에 관심을 가진 학교 밖의 싱크탱크나 연구소, 재단들도 학생들이 시민교육을 배우는데 중요한 보조적 역할을 하고 있다.

아리조나 조 포스(Joe Foss) 연구소는 몇년 전부터 '시민교육 구상(Civics Education Initiative)'이라는 켐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재향군인들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복무 경험을 소개하는 특강을 주선하고 미국 국기와 헌법, 권리장전을 무료로 제공하며 미국 건국의 문서들의 의미와 미국시민들이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에 대한 내용를 다룬 비디오와 에세이 경연대회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산드라 오 코너 전 연방대법관은 "iCivics.org"라는 시민교육 온라인 웹사이트를 제작해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어떻게 행사하는지에 대해 만화를 통한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연방정부가 '뒤처진 아이 없도록 하기(No Child Left Behind)' 정책 등에 따라 수학과 읽기, 혹은 과학, 기술, 공학 등에 집중하며 많은 공립학교들은 시민교육을 줄이고 있다. 2007년 기준 45%의 미국 초등학교는 수학과 읽기에 집중하느라 시민교육 등 다른 과목에 대한 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펜실베니아대 공공정책센터가 미국 성인 14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6%의 미국인들만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삼권분립에 대해 정확히 말하고 35%는 이중 하나도 대답하지 못하는 등 시민교육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포스 연구소는 그 일환으로 고등학생들이 졸업할 때 미국에 온 이민자들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시민권 테스트'를 보도록 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아리조나 등 4개주가 참가해 관련 법을 채택했지만 이것은 단순 암기만 하면 풀 수 있는 시험만 하나 더 늘리고 학교가 실제적인 시민교육을 하는데 제한이 될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글·사진=케이아메리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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