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대 신대원 조직신학 장호광 박사.
안양대 신대원 조직신학 장호광 박사. ©조은식 기자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세상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이 당당하게 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호광 박사(안양대 신대원 조직신학)가 그리스도인의 ‘주체성’(Subjectivity)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28일 저녁 백석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철학회 모임에서 그는 ‘칼빈의 인간 이해’를 통해 이 문제를 설명했다.

장호광 박사는 먼저 철학사적 고찰, 특히 데카르트로부터 시작해 칸트와 셸링, 헤겔까지 이어지는 근대 주체성을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사유와 인식, 행위의 근건이 주체에 있다”는 핵심사상에 바탕을 두고 살펴본 후 反주체성 운동과 새로운 주체성 운동 등도 설명해 냈다. 다만 그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만, 칼빈의 인간론에서 나타난 주체성과 유사성 내지 공통점도 있다고 했다.

먼저 장 박사는 “주체성의 출처에 있어서 인간의 주체성이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이 철학적 입장이라면, 칼빈은 우주 만물을 지으신 하나님으로부터 나왔다는 ‘의존성’ 입장을 견지한다” 말하고, “하나님이 인간 주체성의 원형(原刑)이며, 우리는 그 원형의 모형(模型)”이라며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는 주체성 확립은 우리의 자아가 아니라 하나님께 달려 있는 것”이라 주장했다.

때문에 철학자 레비나스의 ‘상호주체성’이나, 데카르트 등의 주체성 ‘변화’ 등은 칼빈의 주체성과 비슷해 보이나 비할 수 없다는 것이 장 박사의 주장이었다. 전자는 본래 주체성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어느 정도 흉내를 낼 수 있겠지만, 온전한 상호주체성의 실현은 요원한 것이고, 후자는 인간의 자율성에 의한 ‘주체성 변화‘를 주장하지만 칼빈은 성령 하나님의 자유로부터 그것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장 박사는 탈주체성에서 ’거듭난 주체성’으로의 변화가 인간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 간의 결의에 의해 선택된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것은 인간의 자연적 이성으로는 이해하거나 파악할 수 없는 ‘은닉된’ 하나님의 뜻으로, 믿음으로만 받아들여질 뿐”이라며 “철학자들과 칼빈의 ‘주체성’은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지만, 그 속 의미는 유사성에도 불구, 대개 큰 차이점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 장 박사는 한국교회를 향해 ‘신앙적 주체성 확립’ 내지 ‘주체적 신앙 확립’을 제언했다. 그는 “신앙을 견고히 해주는 교리적 용어인 소명, 중생, 회개, 믿음, 칭의, 성화, 견인을 비롯해 영광, 순종, 겸손, 경외 등의 용어가 어떤 면에서 우리의 주체성을 확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게 실질적 효과를 발한다면, 신앙의 ‘홀로서기’가 가능해질 것”이라 했다.

장 박사가 말하는 ‘신앙적 홀로서기’는 신앙정립을 목회자 도움 없이 가능하다거나 교회를 다니지 않고서도 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교리교육이나 홀로 성경을 읽어도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이 동반된 성경공부를 통해 확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한국교회가 이런 신앙적 홀로서기 기반이 취약해 여러 문제가 발생된다고 보고 있었다.

가령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목회자의 설교에 목매달거나, 세상과 교회를 엄격히 구분해 교회에서만 신앙 확립을 세우려는 안타까운 현실을 본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그 대안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일상 속에서’ 신앙적 홀로서리를 확립할 것”을 제언하고, 이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거대 담론이 아니라 미시 담론이 형성되어 하나님 나라의 저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 봤다.

한편 장 박사는 “대개 칼빈의 인간론 하면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 ‘죄인으로서 인간’ ‘은혜 안에 있는 인간’ 등으로 구별해 다루는 것이 통례인데, ‘주체성’이라는 주제로 다룬 시도는 처음일 것”이라 밝히고, 자신의 연구 주제가 앞으로 후속연구를 위한 단초가 됨으로써 이 분야에 활발한 연구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면서 강연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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