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삼
▲백석대 채영삼 교수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상식이나 정당한 법을 어겨서는 안된다. 특권은 없다. 나는 기도하는 사람이고, 나는 성경을 아는 사람이고, 나는 구원받은 사람이니까, 나는 좀 특별하니까, 세상의 법이나 규칙 따위는 예외라고,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 그런가? 그것은 단지 세상의 정당한 법을 어기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주'되신 하나님, 그분의 창조질서와 공의에 합당한 인간적 질서 그 위에서 이 모든 세상을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권위에 불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특권은 없다. 신자들은 오늘 날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오만한가.

교회 안에서 행해지는 일들이 종종 세상 법질서에 어긋나서, 세상 재판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세상의 재판관들이 잘잘못을 가려주어야 가려지는 현실은, 과연 신앙적 특권이 어떤 식으로 오해되고 남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우리의 현주소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럴 수는 없다고, 베드로전서의 말씀은 힘주어 강조한다. 교회는 특별 계시를 받아 구원을 받는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그저 기도만 하고 용서만 구하면, 모든 것이 면제되고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교회나 기독교 단체들이, 그리고 개개인의 성도들이 세상의 정당한 법을 우습게 여기고, 무시하고, 파행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세상의 정당한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을 무시하고 이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자가당착이다. 입으로는 하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생활 속에서, 세상 속에서 하나님을 '주님'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 그대로이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하늘에 있는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하신 말씀 그대로이다. 입으로만 '주여'하고, 실제의 삶에 나타난 '주'의 뜻을 순복하지 않으면 가망이 없다.

'하늘에 있는 내 아버지의 뜻'은 하나님께서 세상의 주권자들에게 주신 '위임된 권위'와 그들이 만들어낸 '정당한' 질서로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배드리러 가기 위해, 신호등이나 주차 질서를 위반하여 이웃에게 불편을 주지 말라.

선교 목적으로 돈을 번다고 사업하면서 세금을 떼먹지 말라. 집무실에서 성경보고 기도한 후에, 나와서 거짓을 말하고 뇌물을 받고 권력을 남용하여 악한 일을 하지 말라.

신자는, 세상의 정당한 법에서 예외가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 속에서, 우리를 일차적으로는 세상의 정당한 법으로 통치하신다.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 속에 이런 식으로도 존재한다. 이것을 무시하지 말라.

('십자가와 선한 양심,'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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