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삼
▲백석대 채영삼 교수

어색한 설교가 있다. 웃기지 않는 개그를 뿌려대는 설교이다. 딱히 그런 개그가 설교할 본문의 내용과 밀접한 관계가 없는데, 그냥 관심을 집중시키려고 하는 개그이다. 어색한 설교이다. 꼭 하려면, 설교 내용과 관련이 깊은 위트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

서투른 설교도 있다. 헬라어 단어 하나를, 그 단어가 쓰인 문맥을 떠나, 헤쳐 풀어 설명하는 경우이다. 그것은 서투른 것이다. 단어 하나의 의미는 그것이 놓인 원래 문맥이 결정한다. 서투른 헬라어 단어 풀이, 한자 풀이를 설교의 중심으로 삼는 설교는 서투른 설교일 것이다.

무례한 설교도 있다. 목사라고 해서 상식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성도들 중에는 전문가들이 많다. 전문가들 앞에서, 단지 설교단에 서 있다는 이유, 목사라는 이유로 상식을 꿰뚫는 듯이 말하는 것은, 청중을 무시하는 무례한 설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색한 설교도 참을 수 있고, 서투른 설교도 애써 들어줄 수 있다. 무례한 설교도 그런대로 견딜 수 있다. 하지 말아야 하는 설교가 있다. 그것은 깨끗하지 못한 설교이다.

깨끗하지 못한 설교란, 자신의 정치적 견해나 주관적인 입장을, 설교라는 틀에 담고, 목사라는 권위로 포장하고, 더구나 ‘거룩한’ 말씀을 빙자해서, 하나님의 거룩한 성도들을 더럽게 하는 행위이다.

목사 자신도, 정치적 입장이나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설교 중에 그런 편향이 새어 나올 수 있다. 그런 것은 어쩔 수 없기도 하고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명확하게’ 자신의 정치적 편향을 선전하고 유도하는 설교는, 깨끗지 못한, 더러운 설교이다. 하나님의 복음과 그의 거룩한 성도 앞에서, 주제넘은 월권을 행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에는 누구나 초대되어야 한다. 복음은 모든 이들의 것이다. 예수님은 철저한 보수이셨고 또한 급진적인 진보이셨다. 그래서 세리도 바리새인도 창녀도 군인도, 모두 그에게 나아와 죄 사함 받고 하나님 백성이 될 수 있었다.

그 나라의 가치관이 선포되는 것은 옳지만, 그것을 세상 정치적 편향으로 선동하고 나누어서는 안 된다. 말씀은 보수, 진보, 의인, 죄인, 남자, 여자, 부자, 유대인, 이방인, 가난한 자, 우파, 좌파, 모두를 회개케 하고, 모두를 돌이켜 하나님과 그의 나라로 초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단은 거룩해야 한다. 거룩하려면, 전하는 말씀이 깨끗해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로 가득한 복음 외에는 다른 것을 섞지 않으려는, 설교자의 자제력 있는 결단과 하나님 앞에서의 겸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나님의 성도들은 목사의 것이 아니다. 도적질하지 말라. 이 세상의 것도 아니다. 착각하지 말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것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 주어야 한다. 선거철이 다가온다. 교회여, 강단을 거룩하게 지키라. 단연코, 깨끗하지 못한 설교를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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