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혹시 나무를 크게 껴안아 본 적이 있는가?

숲에 가면 특유의 향내가 나고 무언가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낀다. 바로 테르펜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테르펜은 샬균, 진정, 소염 등 20여 가지 약리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피톤치드는 그 가운데 가장 큰 살균 작용을 하는 성분이다. 피톤치드는 그리스어로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Phyton)’과 살균력을 의미하는‘치드(Cide)’를 합성한 말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성 살균 물질의 총칭인 것이다. 이것들은 나무와 식물이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해충이나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스스로 만들어 발산하는 휘발성 물질이다. 이것이 우리 인체 내에서 진정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우연한 진화가 맞다면 식물들은 식물들을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마음대로 다루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이 접근 못하도록 인간에게 유해한 물질을 발산하도록 진화하는 게 유리할 것이다. 이들 방향 물질이 단순히 우연하게 발산되는 게 아닌 하나님이 지구촌 생명체에 주신 독특한 물질임을 증거한다.

피톤치드는 이미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송편을 찔 때 솔잎을 넣는 것은 은은한 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피톤치드의 방부효과를 활용해 잘 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뽕나무 잎에서 나오는 흰 즙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민간요법은 피톤치드의 항균작용을 이용하는 것이다. 핀란드에서 사우나를 할 때 얇은 자작나무 가지로 몸을 두드리는 것이나 나무 욕조를 사용하는 것은 피톤치드의 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숲에는 인간에게 유익한 음이온도 충만하다. 신원섭 교수(전 산림청장, 충북대 산림학)는 숲이 혈압 안정과 맥박 감소, 뇌파를 진정 시켜 알파파를 증가시킨다고 말한다.

충북대 동물의학연구소 실험결과에 따르면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피톤치드는 폐렴, 고열, 설사를 유발하는 레지오넬라균은 95%, 여성 질염의 원인인 칸디다균은 80% 살균했다. 병원감염의 원인인 항생제 내성 포도상구균(MRSA)도 50% 정도 살균하는 효과가 있었다.

일본 니혼 의과대학 리큉 교수와 삼림총합연구소 공동 연구팀이 피곤에 지친 도시 직장인에게 일정 기간 산림욕을 하게 한 뒤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제거하는‘NK(Natural Killer)세포’의 활성도를 조사한 결과, 산림욕 전 18%였던 NK세포 활성도가 첫째 날에는 21%, 둘째날에는 26%로 증가했다.

숲 연구 전문가인 일본 지바 대학 환경건강필드과학센터 박범진 교수는 “숲에 가면 암이나 감기 증상이 좋아지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나무나 식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보내는 다양한 종류의 피톤치드와 숲의 좋은 환경이 인체의 생리적 화학반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심장병이나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혈압과 혈당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최근 소나무·잣나무·편백나무·화백나무에서 방출되는 피톤치드를 닭에게 주입한 뒤, 2시간 동안 15분 간격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나무 네 그루에서 추출한 피톤치드 모두 5~7% 닭의 평균 동맥압(動脈壓)을 떨어뜨렸다.

혈압강하 효과는 화백나무가 가장컸다. 또다른 동물실험에선 피톤치드가 최소 10%에서 최고 100%까지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경영과 유리화 박사는“앞으로 피톤치드 성분을 몸에 직접 주입하는 것과 숲속에서 호흡을 통해 자연스레 피톤치드를 흡입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피톤치드는 우울증은 물론 고혈압, 비만, 골다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도 떨어뜨린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팀이 전기 자극을 가한 흰쥐들을 소나무·잣나무·편백나무·화백나무에서 추출한 피톤치드를 뿌린 방 안에 넣었더니 쥐들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방안에 넣기 전에 비해 25~70% 감소했다. 숲에서 뇌의 알파파는 도시보다 2배로 증가하였다.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김원 교수는 “피톤치드의 중추신경계에 대한 진정작용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정상인뿐만 아니라 우울증 환자도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보다 숲에서 치료받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잘 떨어진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백병원 스트레스 클리닉이 우울증환자 6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숲과 병원에서 주 1회, 3시간씩 4주 동안 똑같은 치료를 시행한 결과, 숲에서 치료받은 환자는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가 0.113㎍/dL에서 0.082㎍/dL로 37% 감소했다. 이에 반해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는 0.125㎍/dL에서 0.132㎍/dL로 오히려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감사하게도 전국토의 65%가 산과 숲으로 이뤄져있다. 세계적 산림국 스웨덴의 숲 비율이 68%라고 하니 우리나라는 가히 ‘산림국’이라 할만하다.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조림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60년대 산에 대한 기억은 늘 민둥산과 산사태와 가뭄으로 인한 황량한 풍경의 산들 모습이었다. 지금 그 산들이 울창한 숲으로 변하여 계곡에 물이 흐르게 만들고 짙은 향을 발산하는 모습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60-70년대 실시한 정부의 강력한 조림 덕분이다. 우리 민족의 저력을 산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 않다. 북한도 속히 산야의 모습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보물 같은 숲이 최근 단순한 휴식 차원을 넘어 치유의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산림청이 전국 각지에 만들고 있는 18개 ‘치유의 숲’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질병에 대한 숲의 치료효과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우리의 수도 서울은 외국의 어느 대도시와도 구별되는 아주 울창한 숲을 가진 명산들을 주변에 거느리고 있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요 축복이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는 어느 도시든지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울창한 숲을 만날 수 있다. 숲으로 나가보자. 그리고 이 나라에 숲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자. 도대체 누가 한반도에 대해 "헬조선"이라는 아주 부정적인 말을 지어 퍼뜨렸는가. 잠잠히 숲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절대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진짜 지옥에서는 분명 숲을 볼 수 없을 테니까. 금번 추석은 정말 길다. 고향 숲은 그 이름만 불러도 얼마나 그리운 향기가 퍼지던가. 여유를 누리며 고향 숲을 걷는 데는 돈도 한푼 들지 않는다. 이번 추석에는 값없이 하나님이 주시는 주변의 숲을 찾아 치유의 은총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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