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7시 옥수동루터교회에서 천주교와 정교회, 개신교 성도들이 함께 모여 '2017년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를 개최했다.
24일 오후 7시 옥수동루터교회에서 천주교와 정교회, 개신교 성도들이 함께 모여 '2017년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를 개최했다. ©박용국 기자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직제협의회(이하 신앙과직제협) 주최로 '2017년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가 24일 오후 7시 옥수동루터교회에서 열렸다. "화해,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고후5:14~20)란 주제로 열린 이번 기도회에는 천주교와 정교회, 그리고 개신교 성도들이 함께 모여 '하나 됨'을 놓고 기도했다.

김희중 대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위원장, 광주대교구장)는 강론을 통해 "루터는 당시 교회 폐습을 시정하고자 했지만, 교회 개혁을 바랬던 그의 바램과는 달리 천주교와 개신교로 나뉘게 됐다"면서 "그동안 천주교와 개신교는 서로 반목해 남남처럼 서로를 적대시 하지 않았나 반성 한다"고 했다. 이어 "교회 개혁은 이전까지 없든 새로움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 "오히려 교회 구성원 간 인간적 부족함에서 기인한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본 모습을 찾아가는데 있다"면서 "교회의 진정한 개혁은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해달라고 하신 예수의 뜻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된다"고 했다.

김 대주교는 "그리스도께서 주신 사랑의 복음이 우리에게 밀려오고, 우리에게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면서 "화해로 이끄시는 성령께서 그리스도인들이 갈등과 반목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 화해하기를,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과 화해하도록 모두를 초대 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 분열이 큰 상처를 남기기도 했지만, 여러 다양한 교회의 모습 안에서 복음의 풍요로움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교회 일치는 다양성을 부인하지 않고 각자 주어진 성령의 선물을 인정하고 살아가면서 화해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틀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는 예수가 "당시 현실과 무관한 가르침을 준 것이 아니라 정의 평화 생명 등이 가득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한 것"이라 말하고, "성도들도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 자신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이웃에게 눈을 돌려 하나님 사랑과 자비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소외자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우리가 서로 화해하고, 상대방이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면서 "하나님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에게 은혜와 자비를 베푸시기를 원하신다"고 했다. 또 "성직자들 모두가 제자들 발을 씻기신 예수의 겸손을 따라 성도들을 존중하고 섬길 때 회개는 시작될 것"이라 했다.

김 대주교는 "천주교나 개신교나 모두 한국교회의 쇄신은 성직자 교직자 목회자들의 쇄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고, 또 "500년 전 서방에서 갈라진 분열의 역사를 우리가 이 땅에서 고스란히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어색하지 않느냐"면서 "서방교회의 일치를 기다리지 말고, 한국교회부터 교회일치를 위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그는 그것이 교직자나 성직자, 사제 계급에서 주도하는 것이 아닌, 교우 성도 등 풀뿌리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일치 운동이 될 것이라며 "차이점 보다는 복음의 신앙유산 가운데 공통된 점이 훨씬 많다"고 말하고, "민족복음화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참석자들은 청원기도를 드리면서 한 명씩 초에 불을 붙였다.
참석자들은 청원기도를 드리면서 한 명씩 초에 불을 붙였다. ©박용국 기자
기도회 중에는 촛불을 함께 켜는 의식이 있었다. 순서자들이 청년과 어린이들로부터 붙을 붙여 받고 있다.
기도회 중에는 촛불을 함께 켜는 의식이 있었다. 순서자들이 청년과 어린이들로부터 붙을 붙여 받고 있다. ©박용국 기자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축사를 통해 "교리와 실천의 차이들에 대해 좌절하지 말고, 오히려 그 차이들이 우리가 화해와 일치를 향한 여정에 나서도록 다그친다고 여겨야 한다"면서 "특히 구시대적인 생각과 의심을 극복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흔히 갈등으로 분열되고 세속화와 무관심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함께 고백해 일치를 더욱 믿음직하게 증언하고, 평화와 화해를 촉진하는 이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는다"고 이야기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도 축사를 통해 "신앙의 참 길을 찾았던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겪었던 그 눈물 나는 과정을 생각 한다"고 말하고,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이 때, 우리의 부족함을 주님 앞에 고백하고 우리들의 어리석음과 못남을 솔직하게 내려놓으며 우리 모두 하나 되는 그리스도인의 참 사랑을 경험하는 하나되는 역사가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 "참 신앙의 길을 가는 순례자로서 지금 이 시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하나 되라는 귀한 말씀을 기억 한다"면서 "정의와 평화, 생명이 넘치는 세상으로 만드는 사역에 앞장서는 그리스도인들이 다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신앙과직제협은 2002년부터 본격화된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의 활성화와 일치 증진의 성과에 힘입어, 2014년 5월 22일 창립됐다. 신앙과직제협은 "다양성 속의 일치는 교회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을 이 땅에서 실현해 나가는 선교행위와 다르지 않다"면서 "가깝게 사귀기, 함께 공부하기, 함께 행동하기, 함께 기도하기를 통해 한국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교파 간 신앙적 친교를 이루고, 이 땅의 그리스도인이 복음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신앙의 발걸음을 함께 해 나갈 것"이라 이야기 했다.

NCCK 회장 암브로시오스 대주교(한국정교회, 사진 가운데) 외 교단대표들이 공동 강복을 하고 있다.
NCCK 회장 암브로시오스 대주교(한국정교회, 사진 가운데) 외 교단대표들이 공동 강복을 하고 있다. ©박용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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