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서울신학대학생회는 15일 오후 7시부터 ‘창조는 어떻게 HOW? 왜 WHY? 무엇 WHAT?’이란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했다. 서울대 우종학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초청한 이번 강연회는 서울 신학대 박영식 조직 신학 교수도 참여해, 신학과 과학이 창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우선 박영식 서울신학대 조직 신학 교수는 ‘신학이 바라보는 창조’라는 주제로 강연을 전했다. 그는 “한국교회를 포함해 종래의 기독교는 종교개혁 이후 창조보다 구원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구원 속죄보다 성경 전체를 덮고 있는 주제는 아마 창조”라며 “창조는 성경의 아주 핵심적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장로교는 하나님의 영광이 바로 창조의 목표라고 강조하지만, 성경에는 뚜렷이 드러나는 구절은 없다”며 “창세기에 나와 있는 대로 인간 창조의 목표는 생육과 번성, 곧 생명의 충만함이 이 땅위에 번져가는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안식일 역시 하나님께서 일손을 놓고 쉬시는 개념이 아니라 피조물이 복을 받는 방향으로 세계 질서가 온전히 유지되는 날”이라며 “마태복음 12장에 손 마른 사람을 안식일에 고치시는 예수를 보며, 안식은 곧 무너졌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여 그는 “안식과 창조는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기독교는 무로부터의 창조를 전하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것에서 무언가를 창조하셨다는 개념”며 “실은 성경이 말하는 무는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닌 혼돈의 개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성경은 무가 바로 우리 삶의 복된 질서를 방해하는 세력을 뜻하며, 이는 혼돈으로부터의 위협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신학대 창조 세미나 우종학
서울신학대 박영식 조직신학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그렇다면 박영식 교수의 말대로, 교회 신앙에서 창조를 경시하는 흐름이 생긴 이유는 뭘까? 앞서 말했듯, 그는 “17세기 이후 루터 및 칼빈의 개신교 정통주의로 인해, 태초의 창조뿐만 아니라 계속된 창조를 더 많이 강조했다”며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섭리의 하나님”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그는 “섭리란 지금 만든 것을 보전하시면서, 이제 피조물과 함께 협동으로 질서를 세워 가시는 하나님의 통치와 창조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섭리로 본다면, 창조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게 된다. “하나님의 창조를 섭리로 볼 수 있다면, 내 삶에 하나님의 섭리는 창조 행위라 볼 수 있다”며 그는 창세기 22장의 ‘여호와이레’를 들었다. 이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기적으로 주신 이삭을 다시 번제할 것을 요구하는 장면으로, ‘여호와이레’는 그럼에도 하나님이 약속대로 준비하실 것이란 아브라함의 믿음의 고백이다.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부활한 이삭이든 이삭 대신 번제할 양이든 말이다. 결국 여호와 이레는 섭리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아브라함의 절대 신뢰였다.

이에, 그는 “섭리란 하나님이 미리 계획하신 개념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예비하시는 창조의 과정”이라며 “하나님은 항상 우리에게 창을 열어 놓으셨다”고 강조했다. 하여, 그는 “절망 가운데 흑암이 깊을 수 있지만, 하나님은 그 가운데 창문을 열어 놓으시면서 새로운 빛을 열어주시고 길을 새롭게 내신다”며 “이러한 하나님의 섭리가 어쩌면 우리 삶을 계속해서 창조하시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 삶은 창조 6일째와 7일째 사이를 살고 있다”며 “즉 완전한 창조가 완성되지 않는 채 십자가와 부활 사이를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고난도 있겠지만 부활하신 예수를 바라보며, 하나님이 우리 삶을 복되게 빚어 가시는 과정 곧 선한 섭리를 믿으며 사는 게 우리 신앙”이라고 역설했다.

곧바로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과학이 바라보는 창조’를 놓고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하나님이 세상을 말씀으로 창조하셨다고 성경에 나와 있지만, 빛이 어떻게 창조됐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며 성경이 ‘HOW’보다 ‘WHY’에 집중한 계시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자연은 하나님이 세상을 어떻게 창조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이기에, 이런 인과과정을 탐구하는 학문이 과학”이라고 덧붙였다. 즉 과학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또 다른 계시인 자연이 ‘어떻게’ 창조됐는지, 인과율에 따라 분석하는 학문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서울신학대 창조 세미나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먼저 그는 과학적 탐구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그는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에서 빅뱅 우주론은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뉴턴은 중력의 속성은 인력(끌어당기는 힘)만 있는데, 결국 우주가 유한한 공간이라면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한 점으로 모든 은하가 뭉쳐져 우주는 붕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뉴턴의 주장을 풀면서, “우주는 유한한 공간이 아닌 무한한 공간을 지닌다”고 말했다.

19세기 올버스란 과학자도 밤하늘이 왜 어두운가를 놓고 질문했다. 우종학 교수는 “만약이 우주가 무한히 크고 균일하다면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별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면 밤하늘이 일정정도 환하게 빛나야 하는데, 실제 밤하늘 을 보면 어둡다”고 반박하면서, “그래서 밤하늘이 어두워지려면 우주는 끝없이 팽창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우주팽창론을 제시한 1920년대 학자인 허블을 설명했다. 그는 “‘먼 은하들이 가까운 은하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멀어 진다’는 사실이 우주 팽창의 증거”라며 “풍선을 불면 풍선 위 각점은 서로 멀어지는데, 멀리 있는 점이 더 빨리 멀어진다는 사실은 우주도 풍선처럼 팽창한다는 증거”라고 못 박았다.

또 그는 빅뱅우주론의 구체적 데이터를 설명했다. 바로 우주배경복사다. 그는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1965년에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했다”며 “그들이 전파망원경 관측 중 잡음을 발견했는데, 모든 방향에서 균일하게 관측된 사실로 미루어 우주배경복사로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즉 우주배경복사의 높은 등방성(等方性)은 어느 특정한 천체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태양계 밖 우주공간에 충만히 퍼져있는 전파임을 방증하는 셈이다. 이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다. 나아가 그는 “1992년 NASA의 COBE위성은 우주배경복사의 등방성을 확인해 구체적인 실험 데이터를 제시했다”며 “전 방향에서 절대온도 2.73도의 복사파도 균일하게 검출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그는 “창세기 1:3을 우주배경복사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유로 그는 “성경은 ‘왜’라는 의미에 집중하지만, ‘어떻게’라는 인과율에는 집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그는 “빅뱅우주론은 우주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탐구하는 과학적 가설”이라며 “과학은 신학적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138억 년 전, 빅뱅이라는 특이점에 우주의 모든 물질이 포함되고 응축됐고 지금도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은 하나님이 지금도 창조하시고 일하고 계신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그는 “무에서 유로 창조됐다는 기독교적 해석을 뒤따라 적용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우주과학은 우주가 탄생한 138억 년 전부터 지금 까지 과정을 대략 밝혔지만, 빅뱅 당시 138억년의 시점은 현대물리학으로 규명할 수 없다”며 이를 특이점이라 지칭했다. 그는 이를 1/10^43 초라고 설명하며, “현대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극한의 시간이기에, 모든 비밀을 다 풀 수 있을 것처럼 과학을 맹신해서도 안 됨”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과학은 경험적 데이타가 핵심”이라며 “자연이라는 실재가 있으면 자연을 파악하는 과정이 과학이고, 이는 근사치를 제공할 뿐”이라며 과학만능주의를 경계했다.

때문에 그는 “과학은 절대주의도 아니고 상대주의 및 주관주의도 아닌 그 중간 지대에 있다”며 “과학은 존재의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가치중립”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하나님이 일반 은총으로 주신 자연을 이해하는 도구로 과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여, 그는 신앙 안에서 과학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태도를 제시했다. 그는 “과학으로 신앙을 증명하려는 게 아닌, 신앙 안에서 과학적 사실은 하나님의 창조 신비를 이해하는 도구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그는 “과학은 가변적이기에, 과학에 기대어 창세기 및 기독교신앙을 증명하려는 태도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구속 신학을 가진 사람이 과학을 보면 하나님이 창조하신 신비로 이해할 수 있지만, 과학적 사고관에 입각해 신앙을 바라보면 오류와 허점투성이”라며 “자칫하면 무신론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에 그는 “똑같은 과학적 사실을 가지고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문제도 발생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현현상은 주어진 데이터이고, 과학은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체계”라며 “그 다음은 세계관이 뒤 따른다”고 했다. 즉 그는 “동일한 과학 현상에서 다른 세계관이 도출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그는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입증된 생물진화이론에서 신이 개입되지 않은 생물 스스로의 진화를 주장했다”며 “반면 세계적 유전학자인 프란시스 콜린스는 생물진화이론을 통해 하나님께서 다양한 생물 종을 창조하셨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그는 “과학은 유신론 혹은 무신론의 증거로서 제시되는 게 아닌, 어떻게 자연이 창조됐는지 인과관계만 알려 준다”고 전했다. 따라서 그는 “창조에 있어 하나님의 기적이 개입되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과학은 일단 기적을 탐구하지 않고 다룰 수도 없다”며 “과학은 인과관계에 입각해 자연을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적은 인과관계를 초월하기 때문에 과학이 다룰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연현상을 놓고 어떤 작동원리로 창조됐는지 밝히는 게 과학”이라며 “과학적 작동원리를 가지고, 여러 가지 해석이 도출될 수 있다”고 재차 말했다. 가령 그는 진화론을 놓고, “‘우주와 자연은 스스로 진화한다’는 무신론적 해석, ‘신이 자연을 창조했지만 더 이상 인간세계에 개입하지 않고, 자연은 내재하는 법칙에 의해 운행된다’는 이신론적 해석, ‘하나님이 자연을 붙들고 계셔서, 질서 있게 자연법칙을 부여하시고 우주를 다스린다’는 유신론적 해석”이 도출됨을 설명했다.

또 그는 “유신론 안에도 생물 진화를 인정하는 입장이 있는 반면 아닌 입장도 있다”며 “점진적 창조론, 젊은 지구론은 대표적으로 생물진화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여, 그는 “과학적 사실과 세계관은 엄연히 분리된 해석”임을 재차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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