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모초등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학교폭력사안이 발생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최된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이후 학폭위)의 결과가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많이 벗어나 있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가해 학생들이 유명연예인의 자녀와 대기업 회장의 손자라서 국민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사건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가해 학생 측 부모들이 가진 유명세나 힘을 가지고 사건을 편파적으로 처리하지 않았을까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의 자초지종과 상관없이 이번 일이 해당 초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님을 주목해야 합니다. 학교폭력 처리 절차와 관련해서 가‧피해 학생 및 부모들, 그리고 학교 사이의 법적 분쟁이 전국의 많은 학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해 학생 측은 가해 학생이 행한 일에 대한 온당한 책임을 질 것과 진정한 사과 및 재발방지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반면, 가해 학생 측은 행한 일 이상의 부당하고 과도한 처벌에 대한 두려움, 향후 학교생활에 대한 불이익을 염려하며 변호사까지 사용하여 자기 책임을 축소하려고 합니다. 응당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을 찾아가 사과하고,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학생들이 마땅히 배워야 할 도리입니다. 장난이었다 해도 피해가 발생했다면, 발생한 피해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하고, 그 과정이 가‧피해 학생 모두에게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적 제도로서 만들어 져야 합니다. 물론, 사회적 상규를 넘어선 심각하고 집단적인 폭력에 대해서 필요하다면 사법적 처벌도 필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행법에 규정된 처리절차를 따르면, 피해 학생의 회복과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은 없이 법적 의무만 남아, 진심어린 사과 없이도 학폭위에서 행한 조치만 이행하면 모든 의무가 끝나버리는 인간 소외가 발생하게 됩니다. 교육은 없고 처벌만 남는 시스템 속에서 피해 학생의 온전한 회복과 가해 학생의 반성을 통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학교 안에서 학생간 갈등의 결과로 발생하는 폭력사건은 응보적 정의를 바탕으로 한 일반 사법 시스템 방식으로 처리되어야 할 사안이 아닙니다. 회복적 정의에 근거하여 다루어져야 할 사건입니다. 우리가 가입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청소년 사법에 관해서는 대안적 방식의 처리를 채택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우리나라 사법에서도 청소년 사법의 경우 화해권고제도를 통해 회복적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우리 교육계가 오랜 세월 학교폭력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의 결과로 매우 강력한 처벌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법률로 인해 우리사회가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학교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을 새롭게 함으로써 학교폭력을 낮추는 역할을 했지만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사법 시스템처럼 피해자의 피해에 주목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의 처벌수위를 낮추는 것에 가해자가 집중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학교가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어지는 것보다는 정해진 절차를 통해 빠른 시간안에 사건을 처리하는 것에만 급급한 결과, 형식적 절차는 갖추었지만 피해 학생측이나 사회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았다고 봅니다.

이제 사법적 절차와 처리에 집중하는 방식에서 갈등에 대해 근본적이고 교육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기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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