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마약중독, 성중독, 알콜중독 등 모두 '해악'으로 여겨지는 '중독'. 그러나 '종교'가 중독의 원인이 된다면 어떨까. 선(善)해야 하는 종교가 중독의 원인이 될 때, 이 역설적인 상황을 경희대 박성철 박사가 풀어 설명하고 그 해악과 해결 방법을 돌아봤다.

최근 한국기독교철학회(회장 이경직)가 "중독 문제에 대한 철학 및 종교적 이해"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박성철 박사는 "종교 중독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종교 중독'이 종교적 경배의 행위가 초월자에서 벗어나 종교적 대상이나 종교적 활동에 극단적으로 집착할 때 발생한다고 봤다.

박성철 박사는 "기독교 심리학적 측면에서 사람들이 하나님과의 관계가 아니라, 개인의 삶을 통제하는 종교에 파괴적이고 위험스러울 정도 몰두할 때 신앙은 '해로운 신앙'(toxic faith)이 된다"며 "해로운 신앙은 종교 지도자나 종교 집단 자체를 섬기도록 초월자나 신앙을 조작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고, 사람을 학대하고 조종해 중독에 빠지게 한다"고 했다. 나아가 "하나님의 자리에 종교 집단의 지도자나 공동체 그 자체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 중독은 우상 숭배로 이해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박 박사는 "우리가 종교 중독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 종교 중독이 특정 기독교 사이비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 했다. 70~80년대 한국개신교회의 급속한 외적 성장의 근저에도 종교 중독의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대형 개신교회 내에서 교회의 세습과 같은 사유화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보이는 교회 지도자를 향한 맹목적 추종과 복종 그리고 비판자를 향한 극단적 배타성과 폭력성을 통해 나타 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종교 중독의 부정적 영향력을 종교적 영역으로만 제한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 했다.

그럼 '종교 중독'의 정의는 무엇일까. 박성철 박사는 "과정 중독의 일종으로, 종교에 통제력을 상실할 정돌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을 의미 한다"고 했다. 그는 "종교 중독이 언론에서 접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집단 자살이나 폭력적 행위 등과 같은 부정적 영향력을 사회에 미친다"고 말하고, "그러나 다른 여러 물질 중독과 달리 명확한 치료의 기준을 정하는데 어려움을 갖고 있다"며 "종교 중독은 어디까지가 적절한 종교행위인지 건강한 신앙인지를 규정하기 난해한데, 결국 삶의 통제력을 상실한 정도에 따라 평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박 박사는 종교 중독의 과정을 살펴봤다. 그에 따르면, 종교 중독의 초기 단계는 종교적 체험으로 인한 도취에서 시작된다. 이어 종교 중독이 진행될수록 중독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의존해 종교 집단의 기대에 순응하기 위해 특정한 종교적 행동을 강박적으로 추구하는데, 이와 함께 삶의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종교 중독자들은 종교 집단 이외의 영역에서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되고, 그 집착은 중독자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중독자의 삶은 파괴된다.

종교 중독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박 박사는 심리적 요인으로 낮은 자존감과 상처받은 내면아이(a wounded inner child), 애착장애, 자기강박 등을 꼽았다. 사회적 요인으로는 외상(트라우마, Trauma)와 현실 도피 욕구, 자본주의적 구매 욕구 등을 꼽았다. 그렇다면 그 특성은 무엇일까? 그는 삶의 극단적인 수동성과 권위에의 복종, 권력 중독, 감정의 고양(혹은 열광)과 강박적인 종교행위, 맹신과 폐쇄성, 분노와 폭력성 등을 꼽았으며, 집단 압력(group pressure)과 영적학대 등도 일어난다고 봤다.

박성철 박사는 "오늘날 많은 기독교 사이비 종교를 통해 종교 중독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교회가 이러한 종교 중독의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나아가 "한국교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성을 가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특히 종교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교회의 연대적 협력과 ▶한국교회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종교 중독의 요소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박사는 "한국교회가 종교 중독의 우상 숭배적 요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했어야 했지만, 현실은 이를 거부하기 보다는 적절하게 이용하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성장했다"면서 "과거 잘못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종교 중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예방의 문제에 접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대형 한국개신교회 내 종교 중독이 단순히 개인적 혹은 종교적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혹은 공적 영역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교회 스스로의 지속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서강대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박성철 박사의 발표 외 "중독의 철학적 해석과 치료: 그 필요성과 가능성"(김성진) "청소년 사이버불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 성별 차이를 중심으로"(김보람, 권진, 김진욱) "중독문제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재춘) 등의 발표가 이뤄졌으며, 이관표 김완종 이상헌 양선진 박사 등이 논평 및 토론자로 수고했다. 행사는 한국기독교철학회와 생명문화연구소(소장 강선경)가 공동주최했다.

한국기독교철학회와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가
한국기독교철학회와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가 "중독문제에 대한 철학 및 종교적 이해"를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조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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