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성 어거스틴의 어머니 모니카와 네로 황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는 로마제국 말기라는 동시대를 살았지만 몹시 대조적이었습니다. 모니카는 방탕한 아들을 위해 13년 동안이나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기도로 키운 자식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끈질기게 기도하여 마침내 어거스틴이 서른한 살이 되던 주후 385년 극적으로 회개하여 성자로 거듭나게 했습니다. 어거스틴의 <참회록>과 <신의 도성> 같은 저서는 불후의 명작으로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으며 기독교 역사상 바울 이후 어거스틴 만큼 깊은 영향을 미치고 큰 족적을 남긴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는 가장 모범적인 그리스도인이요 탁월한 신학자요 깊은 영성가요 숱한 이단들의 도전 앞에서 용감하게 기독교 진리를 방어하고 사수한 변증가였습니다. 삼십 세가 넘도록 오로지 육체적인 향락과 세속적인 출세와 이교적인 철학에만 탐닉하던 어거스틴을 일깨워 그렇듯 위대한 믿음의 사람으로 만든 것은 어머니 모니카의 절절한 기도였습니다. 어거스틴은 <고백록>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이여,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되었다면 그것은 오직 아버지께서 제게 이런 어머니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기도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진리의 발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마음, 그 밖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마음을 주신 것도 순전히 어머니의 기도 덕분입니다.>

네로 황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 역시 그의 아들을 몹시 사랑했던 여인이었습니다. 그것은 거의 병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아들 네로를 하루라도 빨리 황제로 만들기 위해 남편인 클라우디우스 황제를 독살했습니다. 아그리피나는 칼리굴라 황제의 누이동생이었는데 숙부인 클라우디우스 황제와 결혼하여 황후의 지위를 얻은 여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황제요 숙부요 남편인 클라우디우스를 살해하고 아들 네로를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하는데 생모인 그녀가 아들을 유혹하여 네로 황제로 하여금 그녀의 성의 포로가 되게 합니다. 모자간에 벌인 상상할 수도 없는 엽기행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네로가 환멸을 느껴 자기 어머니를 살해하고 맙니다. 심복 아니케토우스를 시켜 아그리파나가 머물던 안토니아 궁을 습격해 그녀를 칼로 죽인 것입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모니카나 아그리피나가 서로 다르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며 사랑하므로 아들을 위대한 성자로 만들었고, 야심과 권력욕에 사로잡혀 사랑한 아그리피나는 자식을 괴물로 만들어 결국 그의 칼에 참혹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주후 64년 여름 네로 황제의 광기에 로마시가지가 다 불타고 무수한 초대 그리스도인들이 방화범의 누명을 쓰고 무참하게 죽어가지 않았습니까?

사랑은 아름답고 위대하지만 반드시 믿음과 진리와 함께해야 합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며 진리와 함께 기뻐한다>(고전 13:4-7)고 했습니다. 진리와 믿음을 떠난 사랑은 그게 어머니의 사랑일지라도 한낱 이기심이요 탐욕이요 집착일 뿐입니다. 모쪼록 기도하는 믿음의 사랑으로 더욱 행복한 가정 되시길 빕니다.

/노나라의별이보내는편지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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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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