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cal Crisis Forum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여전히 제주 예멘 난민 사태는 꼬여있는 실타래 같다. 한편에는 불법 이주 목적을 가진 예멘인을 당장 본국으로 송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독일, 영국 등 유럽 이주 정책의 실패 사례와 무슬림이 주도한 각종 테러 사건을 열거하며, 반 이슬람 정서를 내걸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예멘 난민도 하나님 형상으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리 이웃으로 환대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다만 시혜적 방안만 있을 뿐, 난민들이 한국 사회 안에서 적응 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 방안은 찾을 수 없다. 이처럼 과격한 구호와 붕 뜬 구호 사이 첨예한 대립만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제주 예멘인 들이 처한 국가적 상황, 그리고 미국, 독일에서 성공한 이주 정책 사례를 소개하며 교회의 실질적 역할을 논의한 포럼이 열렸다. 한국세계선교협회의(KWMA)는 21일 오전 10시 은현교회에서 세계평화의 날을 맞이해 ‘Glocal Crisis Forum Yemen'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공요셉 전 주안대 교수가 나섰다. 그는 최근 예멘의 정치적 상황을 전하며, “무슬림에 대한 실태조사와 현장 연구가 심도 있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교회는 여전히 탁상공론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 예멘은 4년째 내전 중이며 2014년 부터 예멘 국가 전복을 노리는 반군 지도자 후시(Houthi)를 대항하여 사우디와 UAE 연합군이 현 정부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참고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계열이다.

반면 그는 “후시는 현재 북예멘 지역에서 통치를 하고 있으며, 현재 ‘시아파’ 분파인 ‘자이디파’ 소속으로 ‘시아파’ 계열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시아파와 수니파는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 패권을 두고 1400년간 앙숙처럼 지내왔다. 현재 후시는 예멘의 수도 사나를 점령하고 있고, 따라서 예멘 정부군은 남부 예멘 지역의 아덴을 임시 수도로 지정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지난 6일 예멘 정부 측과 후시 대표가 제네바에서 만나 평화 협정을 위한 교섭이 예정됐으나, 결국 후시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현재 이븐 다르그 예멘 총리는 “무기를 내려놓고 양측이 국민투표를 한 뒤 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후시 측은 거부한 상태다.

이와 같은 예멘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예멘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공요셉 교수는 “사회적 혼란, 환율하락, 생필품 부족, 빈곤, 테러와 폭력 등이 예멘 각지로 확대 됐고, 특히 2017년부터 수인성 전염병이 돌아 100만명 이상이 콜레라 의심증세를 보였다”며 “그중 2310명이 사망했고, 대부분은 어린아이였다”고 전했다.

현재 그는 “대부분의 예멘 난민은 대부분 후시 반란군이 장악하고 있는 예멘 북부 출신들로, 2018년 예멘인 중 난민을 신청하고 있거나 난민 인정된 사람은 총 28만명”이며 “또한 후시 반란군이 징집하려는 소년병의 숫자는 2만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예멘 주변 국가인 사우디,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등 경제와 치안, 인구증가를 염려해 현재 시리아와 예멘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독일, 영국 등 유럽이나 터키로 난민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는 “512명 제주 예멘 난민들중 대부분은 후시 반란군의 징집과 핍박을 피해 한국에 왔으며, 예멘에 사는 동안 시아파와 순니파의 종족 갈등을 겪어 민주 시민의식은 낯설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2007년 한 조사에 따르면, 독일에 사는 무슬림들 중 절반은 이슬람이 민주주의보다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사단법인 ‘피난처’ 이호택 대표가 ‘국제 난민 보호와 예멘 난민’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일각에선 제주 예멘 난민이 ‘난민의 가난함‘이 보이지 않는다며 난민 수용 거부를 외치고 있다. 다시 말해, 이호택 대표는 ‘스마트 폰으로 무장하고, 패셔너블한 옷, 젊은 남성들, 브로커존재 의심, 제주 난민 신청하면 2주 후 서울에서 200만원 받는 직장 얻는다는 정보 유통 등’으로 제주 예멘 난민은 ‘가짜 난민’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젊은 남성이 대부분인 이유는 예멘 내전으로 소년병이나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강제징집이 이뤄지기 때문에 도망친 남성이 많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예멘은 최빈국 중 하나이기에 예멘인에게 항공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고, 때문에 돈을 모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남성을 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그는 “무조건 ‘난민’이라고 가난함을 보여야 하는 이유는 없다”며 “‘난민’은 가난한 자가 아니라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자를 뜻하며, 이에 난민들이 쓰는 스마트 폰, 패션 등 겉모습을 보는 게 아닌 현재 예멘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전과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최빈국이라고 해서 문명의 혜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며, 제주 예멘 난민들 대부분은 예멘 내전 격전지인 대도시 ‘사나’에서 왔다”고 전했다. 예멘이 최빈국이라 해도 ‘사나’는 대도시이기에, 주민들은 스마트 폰, SNS 등에 능숙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GCK 이호택 대표
GCK 이호택 대표.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다만 그는 현재 ‘진짜 난민’을 선별하지 못하고, 취업을 위해 ‘난민을 위장한 사람’도 신청 가능한 대한민국 난민 인정 절차의 허술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난민제도는 난민 신청만 하면, 6개월의 심사 기간 동안 한국에 체류 가능하고 심지어 취업까지 가능하다”며 “이는 남용적 난민신청으로 흐를 수 있기에 잘못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는 “난민 신청을 할 때부터, 모든 난민 신청을 난민 심사에 회부하지 않고 조건을 달아, 명백한 남용적 신청을 거부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진짜 난민인지 아닌지 스크리닝(Screening)하는 예비적 심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캐나다의 회부 적격심사제도는 난민신청을 받은 3일 이내에 난민 신청을 회부할지를 결정한다. 불회부 사유에는 ‘과거 난민신청이 거부된 자, 국가안보 중대한 범죄 등으로 과거 입국이 되지 않는 자, 과거 난민신청이 거부된 자 등’이 있다. 이로서 난민신청자격심사를 빠른 시일 내 선행함으로, 국제 난민 협약에 의해 보호가 필요한 ‘진짜 난민’을 선별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벌어진 테러가 이슬람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테러 우려 목소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제주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이호택 대표는 “테러범들은 난민으로 오지 않는다”며 “왜냐면 난민 절차 심사를 받기 때문에, 테러범 들은 주로 비즈니스맨 혹은 여행객으로 온다”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한국의 난민인정심사는 그래도 엄격하게 잘 운영되고 있다”며 “어떤 테러범들이 난민신청서에 자신의 가족, 개인정보, 과거 등을 공개하고 조사 절차를 밟아가며 입국할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난민 수용 반대의 또 다른 이유로 ‘무슬림의 게토화 경향으로 사회통합은 불가능하여 아예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즉 무슬림의 여성인권경시, 성 범죄 가능성, 일부다처 다자녀 출산 등으로 급격한 무슬림화에 대한 우려다. 이에 대해 그는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정부 차원이 아닌 교회가 적극 역할을 감당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국민들이 무슬림난민들의 사회통합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이 있기에, 오히려 교회가 적극 사회통합과 선교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유럽식 사회복지 시스템으로 무슬림 난민들에게 무조건적 시혜를 베풀기보다, 미국처럼 취업자립원칙을 부과해야 한다”고 전했다. 가령 사회복지 시스템이 강한 영국은 무슬림 난민에게 무조건적 시혜 정책을 시행하자, 그 폐해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슬림 난민들의 범죄율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제임스 카메런 영국 총리는 “영국의 이민자 정책은 실패 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반면 “현재 미국은 난민들에 대한 정부지원을 3개월로 제한했다”며 “그 기간마저도 취업 교육을 통한 경제적 자립지원에 올인 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미국은 난민을 ‘시혜적 대상’ 또는 ‘국가의 짐’으로 보는 유럽과 달리, 국가 경제와 시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자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여, 이호택 대표는 “난민 정착의 관건은 난민들이 취업을 통해 자립하며,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난민신청자 단계에서부터 난민들이 사회통합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명시하고, 이후 주기적 모니터링과 사후관리, 멘토링 등에 교회가 적극 참여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희망의 마을센터장 정연주 대표
희망의 마을센터장 정연주 대표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정연주 희망의 마을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의 WIN-WIN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2015년 The Economist 잡지에 미국 볼티모어 시장 Stephanie Rawlings-Blake의 발언을 인용했다. 내용은 이렇다

“난민들은 10년 동안 음식과 물을 공급하며 난민촌 천막에 가두어둘 존재들이 아닙니다. 난민들도 꿈을 꿉니다. 자신과 자녀들의 삶에 좀 더 나은 미래를 갖기 위해 어떤 대가라도 치를 각오하고 목숨을 골고 미지의 땅을 찾았기에...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의 일들을 해 내며 우리의 도시를 발게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시작한 작은 자영 업장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정과 친절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정연주 센터장은 “볼티모어 시장은 난민들을 ‘탄력성’을 가진 집단이라 표현하며 난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다”며 “그저 난민을 ‘구제나 해주자’는 대상이 아닌, 볼티모어가 잃어버렸던 특징을 되살려 주는 시민의 일원으로 보았다”고 전했다. 그렇게 스테파니 볼티모어 시장은 난민들에게 적절히 일할 기회를 주고 작은 자영업장을 운영할 기회를 주며, 볼티모어 경제는 서서히 살아나고 난민들도 일을 통해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 등 WIN-WIN 전략은 먹혀든 셈이다.

하여 그는 “제주 예멘 난민들을 대한민국 국민을 해치러 왔다고 볼 것이 아니”라며 “한국 사회와 교회를 깨우치는 막대기로서 하나님께서 제주 난민을 허락하셨고, 우리는 그들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독일 부퍼탈 시의 ‘고용주의와 난민을 기치로 개정된 망명자 수당법을 제시했다. 그는 “난민들과 망명 신청자가 고용에 대한 접근이 거부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립되고 우울해 지며 점점 나약한 존재가 된다”며 “이에 독일 부퍼탈 시는 ‘고용주와 난민’들을 연결해주며 동시에 난민들이 고용될 준비를 시켜주는 ‘Partizipation'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독일 부퍼탈 시는 난민들의 노동 시장 통합을 촉진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 프로그램은 지방정부와 NGO들은 기업들과 고용주들에게 직접 찾아 나서 고용 부탁을 했고, 난민들에게 독일어, 일자리 적응 교육 등 구제적인 직업교육을 시행했다. 이후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157건의 고용이 성사됐고, 78건의 정규직 고용이 성사됐다. 또한 난민들은 그들의 가족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했고, 특히 아빠들은 일을 통해 긍지를 갖고 자녀들은 아빠를 존경하며 서로를 격려하기 시작했다.

정연주 센터장은 “취업 준비를 위한 부퍼탈 시의 섬김 프로젝트는 난민들의 사회통합에 크게 이바지 했고, 지방정부의 예산 확보에 큰 기여를 했다”며 WIN-WIN 사례를 제시했다. 부퍼탈 시의 섬김 프로젝트는 바로 그리스도의 섬김, 희생 그리고 돌봄을 현실 제도로 착안한 제도인 셈이다.

나아가 그는 “사회통합은 한국 사람의 문화를 난민들에게 강요하는 ‘동화주의’만으로 갈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무슬림 난민들과 같이 살면서 사회통합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교회는 이 역할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그녀는 영국의 예를 들며, “2011년 영국은 ‘동화주의 요소를 가진 보편주의’를 지향하며, 무슬림들에게 너무 잘 맞춰주었지만 폐해는 심각했다”며 “10년 동안 물주고 밥 주는 무조건적 시혜를 준다 해서 사회통합은 과연 될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이어 그는 “결국엔 더 어둡고 우울하고 활력을 잃어버리는 이슬람 난민이 될 것”이라며 “우리와 동등한 이웃으로 그들이 사회에서 일자리를 찾고 우리와 함께 어울려 지내도록 적극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기독교인들이 무슬림 전도를 두려워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데, 이슬람 난민을 향한 무조건적 두려움을 내려놓자”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일화를 꺼내며, “희망 마을 센터에 기독교인이 되고 싶다 찾아온 무슬림이 있었는데, 이유는 시리아난민 중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이 행복해 보이는 것을 보고 나도 믿어 보고 싶다”며 “기독교 전도를 그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 기독교를 믿는 우리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벧전 3:15를 빌리며, 그는 “또 다른 문제는 결국 우리 안에 예수님을 믿는 소망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누구든 내 안에 그리스도의 행복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무슬림에게 전도해도 소용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덧붙여 그는 “아침 큐티, 예배 회복을 통해 내 안에 예수 소망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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