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오 목사(미국 시온루터교회 한인 담당목사)

[기독일보=美루터교회 정진오 목사] 최근 한국 교회 개척과 부흥운동에 앞장섰던 목사들이 은퇴 후 불투명한 재정운용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오순절 성령운동의 산 증인으로 한국 교회 부흥을 주도했던 J 목사나, 차세대 지도자로 불리며 주목 받아왔던 미아동에 위치한 H 목사,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40년 넘게 목회를 해 온 A 목사는 이미 80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업무상 횡령으로 법정 구속됐다. 이러한 목회자의 고질적인 재정횡령은 한국 교회의 신뢰도를 추락시킬 뿐만 아니라, 교회 분열과 갈등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목회자의 불투명한 교회 재정 운용의 이면에는 한국 교회가 성장 위주에만 몰두한 나머지 교회 내 체계적이고 공정한 재정 시스템에는 무관심한 결과이다. 이와는 달리 미국 교회는 제도적으로 목회자가 재정을 횡령하거나 유용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지난 12월 필자는 본지를 통해 "한국교회 공정한 인사 시스템 개혁을 위한 제안"으로 미국 교회 목회자 및 부교역자 청빙 절차에 대해 소개했다. 이번에는 한국 교회 투명한 재정개혁을 위해 미국 교회 헌금 및 재정 집행 절차를 상세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 미국 교회는 십일조 및 감사헌금이 없다?

한국 기독교인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십일조, 감사헌금, 특별헌금 등은 한국 교회에만 있고, 미국 교회에는 주일 헌금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 교회 헌금제도에 대한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된 견해이다.

매년 1월이나 2월 미국 교회는 모든 교인들을 대상으로 '스튜어드십'(Stewardship)이라 불리는 한국 교회 '신앙 교육'에 해당하는 시간을 갖는다. 목회자는 소그룹 형태로 교인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하나님 나라의 사명은 무엇인지, 교회의 본질은 무엇이고 기독교인들이 하나님 나라와 교회를 위해 어떻게 헌신해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교육한다.

예를 들면, 올해 시온루터교회 '스튜어드십'은 '믿음의 헌신', '개인의 헌신', 그리고 '올바른 재정 활용' 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교육했다. 믿음의 헌신에서는 주로 주일성수의 중요성과 기도, 성경적인 삶과 섬기며 사는 삶에 대하여, 그리고 개인의 헌신에서는 하나님의 소명의 중요성, 건강의 중요성, 배우기를 힘쓰는 삶, 올바른 인간관계 맺기 등에 대하여 교육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재정을 어떻게 올바로 활용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교육이 끝나면 참석한 교우들에게 봉투가 주어 지는데, 이 봉투 안에는 자신이 교회 어떤 부서에서 봉사할 수 있는지, 매주 어느 정도의 헌금을 할 수 있는가를 적도록 되어있다.

한국 교회는 월수입의 10%를 십일조로 드리고, 그 이외의 헌금을 추가적으로 드리는 데에 반해, 미국 교회는 자신의 연봉에서 몇 퍼센트를 드릴지를 먼저 결정한 후, 그 금액을 52주로 나누어 드린다. 한국은 주로 월급제이기 때문에 월수입에서 헌금을 내지만, 미국 사회는 대부분 연봉제이기 때문에 연봉에서 헌금을 52주로 나누어 드리는 형태다.

또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 교회는 수입의 액수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10%의 십일조를 강조하지만, 미국 교회는 수입의 액수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한다. 즉 수입이 적은 사람은 10% 미만으로, 수입이 많은 사람은 그 보다 높은 퍼센트로 헌금을 낸다.

이외에도 미국 교회 교인들은 교회나 교단의 각종 기관에 선교헌금 형식으로 돈을 기부하기도 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미국 교회에는 한국 교회와 방식만 조금 다를 뿐, 십일조와 감사헌금이 없다고 볼 수 없다. 퍼센트만 보면 도리어 미국 교회 교인들의 기부금액이 더 많을 수도 있다.

2) 미국 교회 목회자 사례비와 판공비는 어떻게 정할까?

한국 교회는 목회자 사례비와 판공비가 교회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목회자가 기본적인 생계가 힘들 정도로 사례비가 적어 투잡(two job)을 갖는 목회자가 있는가 하면, 대기업을 능가하는 수 억 원의 연봉과 판공비를 받는 목회자도 있다. 이 때문에 매년 공동의회 시즌이 되면, 목회자 사례비나 판공비로 인한 분열로 교회는 극심한 내홍에 휩싸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신학교를 졸업한 목회자들이 자신의 소명과 목회 자질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너도나도 대형교회로 몰리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그렇다면 미국 교회는 목회자 사례비와 판공비를 어떻게 정할까? 먼저 목회자 사례비는 각 교회가 결정하기 보다는 노회의 사례비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이 관례로 되어있다. 노회는 매년 목회자의 학력과 목회 경력을 기준으로 물가 인상분을 반영한 목회자 사례비 가이드라인을 배포한다. 각 교회는 노회가 정한 목회자 사례비 가이드라인을 따라 자유롭게 목회자 사례비를 정하기 때문에 매년 목회자 사례비로 인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목회자 주택의 경우, 교회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교회 내 목사관이 있는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일 사택이 없는 경우는 교회 상황에 따라 주택 보조금을 일정 부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교회와 좀 다른 점은 목회자 사택에서 사용하는 전기세와 수도세 등 각종 세금은 목회자 개인의 부담이다.

사례비 이외에 교회는 목회자의 의료보험과 연금을 지원하고, 휴대폰과 유류비를 지원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목회자 유류비가 한국 교회처럼 매달 일정 금액이 책정된 것이 아니라, 목회 사역에 관련된 부분만 지출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목회자는 심방이나 회의 참석 등 매달 구체적인 마일리지 기록부를 적으면, 교회는 이에 해당하는 유류비를 지원하며, 시온 교회의 경우 1마일에 40센트가 유류비로 책정되어 있다.

미국 교회에는 목회자 사례비, 의료보험과 연금, 휴대폰과 유류비 이외에 한국 교회처럼 자녀 교육비, 도서비, 판공비 등 일체의 다른 지원은 공식적으로 없다.

더구나 한국 교회에 목회자가 사임하거나 은퇴시 관행처럼 되어 있는 전별금도 없다. 다만, 목회자 은퇴시기가 다가오거나 사임을 하면, 교회는 그 목회자를 위해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 위해 특별 헌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하지만, 교회 재정에서 공식적으로 지출하지는 않는다.

3) 미국 교회 예산 수립과 재정 지출 절차는?

한국 교회는 교회 내 중요한 재정과 지출을 장로가 중심이 되는 당회에서 결정한다. 장로가 평생 임기직이다 보니 오랜 기간 목회자와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인간적으로 가까워져 견제의 기능이 상실되어 목회자 비리와 재정 횡령에도 무감각해지기 쉽다. 반대로, 목회자에 대한 지나친 견제와 목회 협력 기능의 상실로 교회 분열을 조장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미국 교회는 한국 교회처럼 당회나 장로제도가 없다. 다만 목회 사역을 돕는 "목회 리더십 그룹"(Ministry Leadership Group) 이라는 위원회가 있다. 대개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한국 교회 당회에 해당되는 기관이지만, 3년 임기제로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물론 이 위원들 또한 공동의회에서 교인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교회 예산 수립과 재정 지출과 연관해서 소위 "재정위원회"(Finance Committee)가 있는데, 이 역시 교인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다.

"목회 리더십 그룹"은 목회자를 도와 교회 중요한 사역들을 결정한다. 사역에 필요한 예산에 관해서는 재정위원회와 함께 상의한다. 재정위원회는 매년 교회 수입과 지출 등 교회 예산을 수립하고 재정이 올바로 지출되었는지를 감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모든 교회 예산과 지출 기록은 교인이라면 언제든 열람할 수 있고, 궁금한 사항이나 건의사항 등은 "목회 리더십 그룹"과 "재정위원회"를 통해 문의 할 수 있다. 교회의 중요한 사역과 재정을 결정하는 "목회 리더쉽 그룹"이나 "재정 위원회"가 임기제로 교인들에 의해 선출되는 직책이다 보니, 교회 재정에 대부분 방관자적인 입장인 한국 교회와는 달리, 교회 구성원들이 교회 사역과 재정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물론 필자는 한국 교회가 미국 교회의 이러한 제도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비기독교인들 뿐만 아니라, 기독교인들 조차도 한국 교회를 신뢰하지 않고 교회를 떠나는 "가나안 교인"이 증가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투명한 교회 재정을 위한 개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하겠다. 더구나 한국 교회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많지만, 막상 개혁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과 대안이 없는 지금, 미국 교회의 재정 시스템은 한국 교회에 좋은 참고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 정진오 목사는...

루터 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Research Fellow와 예일 신학대학원 Visiting Scholar를 거쳐 현재 미국 시온루터교회 (LCMS) 한인부 담임목사로 재직중이다. 연락은 전화 618-920-9311 또는 jjeong@zionbelleville.org 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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