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안 박사가 강연을 전하고 있다.
강영안 박사가 강연을 전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정의롭게 기억하고, 화해를 위해 망각하라!" 고통을 당한 피해자가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내기 위해 외치는 음성이다. 얼마 전 '알라'(IVP)라는 책 한 권으로 '알라=하나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로슬라브 볼프 박사(미국 예일대 신앙과문화연구소장)가 새 책 "기억과 종말"(IVP)을 한국에 내놓으면서, 2일 밤 은혜와선물교회에서는 책의 출간을 기념하는 특별 좌담회가 이 주제를 갖고 개최됐다.

좌담회 전 강영안 박사(고신대 이사장,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강연을 통해 먼저 볼프를 설명했다. 그는 "볼프가 비록 조직신학자이지만, 항상 어떤 주제를 다루든 실천적이고 목회적"이라 특징짓고, "그러면서도 역사적 추적, 배경 등에 대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인물"이라 설명했다. 더불어 강 박사는 볼프가 '화해적'이라 설명하고, "늘 평화를 추구하는데, 갈등과 전쟁 등이 있는 곳에서 그것을 어떻게 넘어서서 평화를 지향할 것인가에 늘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는 "배제와 포용, 그리고 논란이 됐던 알라, 그리고 이번에 내놓은 기억의 종말 모두 다 같이 평화를 지향한다"고 이야기 했다.

볼프의 이번 저서 "기억의 종말"은 '기억', 특별히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어떻게 그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극복되어지는 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강 박사는 "기억이란 우리를 우리 자신되게 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밑바탕"이라 설명하고, "볼프는 특별히 기억 가운데 '폭력'의 문제를 다뤘다"고 했다.

볼프 자신도 유고슬라비아에서 군대에 있었던 동안 상관 등에게 스파이 혐의를 받으며 갖은 고초를 겪었던 바 있다. 그것이 그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았고, 이 책에서 그는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지,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해 그것을 이겨나가는지 설명하고 일반론을 만들어낸다. 강 박사는 "볼프는 기억하지 말자, 혹은 단순히 기억하자를 넘어 '올바르게 기억하자'고 말한다" 했다. 그러면서 책의 다음 구절이 볼프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올바르게 기억하기란 진실하고 정의롭게 기억하기이며, 다른 사람들을 해치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을 치유하는 기억하기이고, 과거의 일이 정의를 위한 정의로운 투쟁과 은혜가 가득한 화해의 사역을 진행할 동력이 되는 기억하기이다."(책 179페이지)

주최 측은 "일일이 다 기억하기도 힘든, 그렇다고 차마 잊을 수도 없는 일들로 가득 찬 시대"라고 운을 떼고, "세월호 이후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민낯을 보았고,
그 아픔을 '잊으라'는 목소리에 저항하여 '기억하라'고 외치지만 그 아픈 기억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듣기 어렵다"면서 "볼프는 국가에 의해 폭력을 당한 자신의 경험을 기술하면서 고통스럽고 잔혹한 현실 속에서 ‘올바르게’ 기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완전한’ 용서와 치유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치열하게 탐색한다"고 이야기 했다.

때문에 주최 측은 "분노와 슬픔만을 불러일으키는 기억들을 우리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이 배제와 폭력의 시대에, 완전한 용서와 치유는 정말 가능한지, 이 책 죄담회를 통해 그 해답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한편 강영안 박사의 강연 후에는 김응교 교수(숙명여대)의 사회로 김경은 교수(장신대), 박종운 변호사(세월호특조위)와 함께 "세월호 이후 우리에게 기억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전체토의와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특별히 김 교수는 "화해는 정말 아픈 과정"이라 말하고, "고통의 강에 집을 짓는 것과 같은데, 피해자가 노력해서 가해자를 바라보고, 그와 함께 살아야 하기에 그런 것"이라며 "화해는 진하고 힘든 과정"이라 했다.

좌로부터 김응교 교수(숙대), 강영안 박사(고신대), 김경은 교수(장신대), 박종운 변호사(세월호특조위).
좌로부터 김응교 교수(숙대), 강영안 박사(고신대), 김경은 교수(장신대), 박종운 변호사(세월호특조위).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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