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자살 생존자(Suicide Survival)”란 사랑하는 이를 자살로 잃은 사람들의 어려움을 그대로 반영하는 단어이다. 우리나라는 자살을 개인적인 죽음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며, 자살자 유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자신의 슬픔을 표출하기 매우 어렵다. 유가족들은 평생 자기마음 속에서 고인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고인과 함께 살아가야하는 고통을 겪는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들은 먼저 죽은 그 고인에게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고, 그들 중 일부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자살 생존자는 보통 사람들이 “평범한" 죽음에서 경험하는 슬픔 이외에 고유한 죄책감, 혼동, 정서적인 혼란이라는 시련을 견뎌야 한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시간은 치유하는 능력이 있지만, 시간만으로는 자살 생존자를 치유 할 수 없다. 결코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 진실이지만, 그들이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과 상담이 필요하다. 같은 아픔을 공유한 사람들끼리의 자조모임도 효과적이다.

유가족 자조모임에 나오는 분들을 보면 보통 자녀를 잃은 부모의 케이스가 많다. 너무나 엄청나고 큰 아픔이기 때문에 상담을 받기 위해 더 나오기도 하고, 자녀를 잃은 부모님들끼리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유대관계도 좋아 모임이 유지되는 편이다.

그러나 부모를 잃은 자녀, 형제자매를 잃은 청년들이 모임에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모든 세대에서 유가족이 존재하지만, 사회의 낙인을 뚫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아직 어리고 할 일이 많은 청년들에게는 쉽지 않은 까닭이다.

생명의전화는 지난 몇 년간 청년이 중심이 되는 유가족모임을 함께 진행해 왔다. 청년 유가족들이 활발히 움직인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면, 자살자 유자녀들을 집중적으로 캐어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후에 이 유자녀들이 성장하여 청년이 되어 어린 유자녀들을 위한 멘토가 되고, 장학기금을 모금하여 도움을 주는 등 선례를 남겨왔다.

대표적인 기관이 일본의 유가족단체 LIFELINK이다. 생명의전화와 LIFELINK의 청년유가족은 지난 2016년 한차례 일본 초청으로 교류를 가졌다. 올해는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2박 3일 동안 한국으로 일본의 청년들을 초청 한다.

생명의전화는 이번 일에 대해 "삶의 중요한 시기인 10대, 20대에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져있는 청년유자녀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을 회복하고, 또 다른 이들의 회복을 위해 나설 수 있는 초석이 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우리들의 작은 관심이 더 이상 슬픔 속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고, 세상을 향해 건강하게 걸어가고자 하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다"고 했다.

또 "겉으로 드러나는 일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일들이 있다. 미래를 위해, 오늘 하나의 씨앗을 심는 일이 있다. 씨앗이 되어주실 많은 후원자들의 후원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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