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불교 회일 스님과 천주교 남창현 신부.   ©이동윤 기자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개신교·불교·원불교·천주교 4대 종단이 12월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협의회)를 발족하며 "인종차별 정책을 중단하고, 이주민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4대 종단은 1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이날 발족식 겸 기자회견에서 보편적 인류애와 4대 종단의 신앙적 고백에 따라 이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연대해 나갈 것'을 선포하며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내용을 설명했다. 이날 발족식은 대한불교조계종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주민소위원회, 한국천주교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전국협의회, 원불교 인권위원회가 주축이 됐다.

4대 종단은 "불교, 개신교, 원불교, 천주교 등 4대 종단의 이주·인권위원회는 열악한 이주민의 인권현실에 대해 깊이 우려해왔으며, 앞으로 이주민 인권 보호를 위한 상호 협력과 연대의 틀을 강화하기 위해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를 조직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앞으로 종교적 양심과 신앙에 따라 비인간적이고 제도화된 폭력을 없애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 강력히 대응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4대 종단 이주·인권 협의회 발족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이동윤 기자

4대 종단은 "'UN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이해 현 정부가 이주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법률 개선의 노력은 외면한 채 각종 통제와 노동력 착취, 제도적 차별을 가하고 있음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앞으로 합리적인 제도의 도입과 함께 인종차별이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에 정착되도록 각 종단별 기구간 협의체를 통해 지속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함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을 비롯해 국내외적인 협력에도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어 "12월 18일은 UN이 제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1990년 12월18일 유엔(UN) 총회는 '이주민권리협약'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UN은 이 협약을 통해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기본적 권리 보장을 위해 각국이 노력해야 함을 밝혔다"며 "우리 정부는 UN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이주민권리협약'을 아직도 비준하지 않고 있으며, 이주민의 권리를 외면하는 정책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안실한 인식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의 수는 17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은 이주노동자·결혼이주민·이주아동·난민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며 "각 종단의 이주·인권위원회는 이들이 각종 차별과 인권침해를 경험하며 크나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공동으로 우려를 표하며, 이러한 문제의 주된 원인이 부실하거나 차별적인 정부의 정책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언론을 통해 농장에서 일하면서 고용주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화장실도 없는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참혹한 실태가 보도됐다"며 "농축산업과 수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고 있고 인권유린이 빈발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4대 종단은 "특히 산업재해가 적용되지 않으며 건강보험 가입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제도의 부실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며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는 영역에 자기방어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들을 들여와 일을 시키는 무책임한 정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4대 종단은 제조업 분야의 이주노동자들 역시 심각한 인권유린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4대 종단은 "이들 이주노동자들은 4년 10개월 체류 기간 중 자발적인 사업장 이동이 완전히 불가능하며, 이로 인해 노동자에 대한 강제노동과 노동착취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이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여 일하고 있기에 과거 산업연수생제도를 지칭하던 '현대판 노예제도'가 다시 되살아났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고 했다.

4개 종단은 "심지어 근로기준법상 퇴직 후 14일 이내에 지급받게 되어 있는 퇴직금마저 출국한 이후에나 받을 수 있도록 해 차별정책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렇듯 이주노동자에 대해 권리는 빼앗고 노동력만을 활용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결국 인권유린을 양산시키는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으며, 결국 지난 10월 국제 앰네스티가 대한민국의 고용허가제에 대해 '인신매매 제도와 같다'는 충격적인 평가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4대 종단은 정부의 '다문화정책'에 대해서도 개선을 촉구했다.

4대 종단은 "'다문화가정'의 범위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결혼 가정만으로 한정돼 있다가 최근 그 범위를 이주민 가정으로도 확대했으나, 이주노동자 가정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보이지 않는다"며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정책 역시 입국초기 적응 위주여서 이들의 문화적 정체성 보호, 사회적 활동을 위한 지원은 부실하기만 하다. '다문화정책'이 아니라 '단일문화정책'이란 평가에 대해 귀담아 들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다문화지원 사업 중 이주민의 절대 다수장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산업현장 차별해소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 4대 종단은 이주아동들의 문제도 지적했다. 4대 종단은 "중도입국 자녀들을 위한 적응 지원정책이 절실하며, 청소년기에 이른 국제결혼가정 자녀들 중 가정해체와 이로 인한 학업이탈, 사회 부적응 등은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미등록(소위 '불법체류') 상태에 놓인 아동들의 경우,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4대 종단은 "최근 들어 배타적 민족우월주의와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들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기에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이를 명백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하도록 법규 제정을 촉구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인종차별을 범죄로 규정하려는 노력은 커녕 이를 방지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 일부 이주민에 의한 사건이나 범죄를 빌미로 이주민 전체에 대해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는 사회 일각의 현상에 대해 정부는 명확한 기준 마련을 통해 의사표현과 인종혐오 표현 사이의 경계를 구분함으로써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4대 종단은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지탄받는 구시대적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는 진정한 다문화 인권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내국인과 이주민 모두가 존중받고 상생하며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기념촬영을 하는 참석자들의 모습.   ©이동윤 기자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4대 종단 이주·인권위원회 위원장의 대표 발언 후, 개신교 우삼열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주민소위원회 서기)가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 발족 취지를 설명해다. 이어 장영석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와 우다야 라이 위원장(이주 노동자 노동조합)이 지지 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이 이어졌다.

기자회견에는 불교 회일 스님(마하 이주민 지원 단체협의회 공동대표), 개신교 김은경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주민소위원회 위원장), 천주교 이상민 신부(천주교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전국협의회 총무), 남창현 신부, 원불교 최서연 교무, 장영석 변호사, 우다야 라이 위원장(이주 노동자 노동조합)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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