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재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장윤재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간디는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동물 보호를 위해 곤충을 미래 단백질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철학자 피터 싱어는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한 모든 인간은 나치다”라고 말한바 있다. 동물 보호에 관한 입장은 다양하지만, 공통 사항은 동물은 우리처럼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동물은 인간처럼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장윤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로마서에서 바울은 동물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마저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 계획안에 있다고 증언했다”고 강조할 정도다. 그가 제시한 로마서 8:19, 21은 다음과 같다.

“피조물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서,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된 자유를 얻으리라는 것입니다”(로마서 8:19,21)

기윤실은 ‘인간과 동물 : 같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란 제목으로 100주년 기념교회 사회봉사관 지하 2층에서 12일 저녁 강연회를 진행했다. 첫 번째로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장윤재 교수는 간디의 말을 빌려 “왜 사람들은 건물이나 예술작품과 같은 인간의 창조물을 파괴하면 ‘야만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신의 창조물인 동물을 파괴하면서도 ‘진보’라 자처하는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그는 “인간이 진보할수록, 동물에 대한 잔인성도 그만큼 증강된다”며 “동물학대는 개인의 병리적 현상이 아닌, 사회적으로 제도화된 폭력으로서 진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생명에 대한 모든 학대는 신성모독”이라며 “왜냐면 모든 생명을 사랑으로 지으시고 생육·번성해 복을 누리라는 하나님 섭리를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동물신학자 앤드류 린지 말을 빌려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이 친히 가치를 부여하심으로 말미암아, 부여받은 ‘신적 권리’를 가진다”며 “동물 학대는 바로 이 하나님 권리에 대한 명백한 훼손 행위”라고 설명했다.

"서구 사회에서 동물 학대가 빈번히 일어나는 기저에는 도덕적 제약의 부재에 있다"며 "이는 서구 근대 사상사에서 그 뿌리를 진단할 수 있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즉 그는 “성 크리소스톰 같은 초대 교부는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명했다”며 “그러나 어거스틴 및 토마스 아퀴나스는 인간 선(善)을 위해 동물을 사용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아퀴나스의 견해를 인용하며, “동물은 정신과 이성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고 어떤 도덕적 지위도 가지지 못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근대 서구 사상사 기초를 놓은 데카르트는 ‘동물은 한낱 사고하지 않는 기계에 불과한다”며 “칸트 역시 ’동물은 인간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하여, 그는 “동물학대 뿌리는 결국 서구의 이성 중심적 신학 및 철학에 근간을 둔다”며 “어떤 도덕적 제약도 받지 않는 버젓이 자행되는 동물 학대를 막는 길은 주류 신학과 사상의 물길을 전환하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우선 자크 데리다의 문제제기를 빌려, “동물이 할 수 없는 것들을 부각시켜 인간 우월성을 주장하기 전에, 우리가 정작 던져야 할 질문은 ‘동물이 무얼 할 수 있는가?’”보다 “‘동물도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동물의 존재 가치를 효용성에 두는 건 어쩌면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라며 “동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끼기에 그 자체로 존엄하다”고 역설했다.

길고양이

아울러, 그는 “데리다는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인간 주체가 동물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동시에 타자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즉 그는 “얼굴이 타자와의 관계 형성을 매개하는 통로라면, 데리다의 사유는 동물 또한 인간에게 존재 가치를 부여해주는 주체적 관계로 상정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신학자 셀리 맥페이그의 말을 빌려 “수학적 이성을 근거로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의 필연적 근거는 없다”며 “동물에게서 인간처럼 친절, 용감, 우정, 인내, 관대함 같은 감정도 발견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힘주어 말했다. 계속해서 셀리 맥페이그 말을 인용한, 그는 “창조세계는 ‘하나님의 몸’”이라며 “세계는 하나님이 육신이 되신 성육신 사건”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그는 “그런 관점으로 세계를 이해한다면, 2010년 11월 구제역 참사 현장에 산채로 매장 당했던 모든 가축들의 고통은 곧 하나님의 고통”이라며 “구제역 파동 때 생매장 당했던 동물들의 울음 속에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오버랩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서를 근거로, 그는 “동물이 인간의 먹거리로서 존재하는 게 아닌, 인간과 어울려 지낼 피조물”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처음 창조에서 하나님은 인간과 동물에게 채식을 명령하신다”며 “노아 방주 이후 육식을 허용했을 때도 ‘피째 먹지 말라’고 경고하시면서, 생명의 권리는 하나님께 있음을 분명히 못 박으셨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사야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시는 새 하늘과 새 땅은 모든 육식이 중지되고 본래 채식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다”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 순수한 세상(이사야 11:7)”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인용한 성경구절은 이사야 65:17, 25 이다.

“보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이전 것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생각나지 아니할 것이라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을 것이며 사자가 소처럼 짚을 먹을 것이며 뱀은 흙을 양식으로 삼을 것이니 나의 성산에서는 해함도 없겠고 상함도 없으리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니라“(이사야 65:17, 25)

한편, 그는 “아담과 하와의 타락, 가인의 아벨 살인 사건, 바벨탑 사건 같은 인간의 폭력 및 탐욕으로 첫 번째 창조세계를 하나님은 끝내기로 작정하셨다”며 “대신 세계를 새롭게 시작하시길 원하셨으며, 이를 위해 초기 상태로 'reset'해야 했었다”고 밝혔다. 하여, 그는 “하나님은 대홍수로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물로 가득 찼던, 창조 전 무질서 상태로 되돌리셨다”며 “그래서 노아의 이야기는 파괴와 멸절의 이야기가 아닌, “새 하늘과 새 땅”(이사야 65:17)을 지으시는 하나님의 계속적인 창조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결국 그는 “방주(方舟)란 히브리어로 ‘테바’(teba)인데, 배라고 부르기 적절치 않는 상자와 같은 배”라며 “아기 모세를 구했던 갈대 상자처럼 그것은 생명을 구하기 위한 도구”라고 전했다. 이에 그는 “테바는 바지(barge)선처럼 자체 동력도 없고 조향타도 없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이 방주는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와 보호 그리고 은총에 달려 있음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는 “세계는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창조된 만큼, 피조물의 생명 또한 좌지우지할 권리는 우리에게 없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 했다.

이어 이박광문(전 물푸레생태교육센터 활동가)은 ‘인간과 동물권의 관계’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사회는 고재길 장신대 교수이자 기윤실 기독교윤리연구소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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