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기독교 피난민들이 북부 쿠르드 자치 지역의 수도 아르빌의 성요한교회 마당에 모여 있다. 이슬람국가(IS)가 북부 지역 도시들을 차례로 장악하자 소수종교에 속하는 주민들은 피난길에 올랐다.   ©AP/뉴시스

[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이라크 정부가 이슬람국가(IS)의 박해에서 기독교인들을 보호하기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크리스천포스트는 27일(이하 현지시간) 이라크 가톨릭 지도자인 그레고리 3세 라함 대주교와 한 가톨릭 매체와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 IS가 점거한 지역들에서 빠져나온 기독교인 피난민들이 정부로부터 외면당한 채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보도했다.

라함 대주교는 최근 쿠르드 자치 지역 내의 도시인 에르빌을 현지 가톨릭과 정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방문해, 이 곳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한 기독교인 피난민들을 만났다. 그는 자신의 대변인을 통해서 "사람들은 정부가 완전히 자신들을 포기했다며 화가 나 있었다. 그들은 모술에는 6만여 명의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었지만 ISIS의 공격이 이어지자 이 군인들이 싸우려고도 하지 않고 자신들을 버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을 장악한 IS는 인근 지역들로 점거 지역을 넓혀가면서 세력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중앙정부에 대항해 전쟁을 벌이면서 동시에 점령지 내의 소수종교인들에게 이슬람으로의 개종과 인두세 납부를 강요하고 있으며, 폭력과 살해를 서슴지 않는 잔혹한 박해를 벌이고 있다. 이를 피해 수만 명에 달하는 기독교인들이 피난길에 올랐으며, 이들 중 많은 수가 비교적 안전한 쿠르드 자치 지역에 머무르고 있다.

라함 대주교를 비롯한 이라크 교계 지도자들은 피난민들로 가득 찬 에르빌의 교회들을 둘러보며 교인들을 만났으며,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했다고 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대주교는 사람들을 보며 여러 번 우셨고 그들을 안고 입 맞춰 주셨다. 나 역시 울었다. 동행한 모든 대주교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한탄하며 우셨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난처를 돌아본 교계 지도자들이 현재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의 필요성을 느꼈다고도 전했다. "사람들은 교회 지도자들에게서 해결책을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그들과 함께 기도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기도뿐 아니라 행동 역시 필요로 된다"고 밝혔다.

이라크 소수종교인들은 절박한 상황 속에서 대부분이 입은 옷 외에는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피난길에 올랐으며, 임시 거처에서의 생활은 각종 식량과 생필품의 부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임시 거처마저 많은 피난민들이 몰린 탓에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손길이 절실히 요청되는 가운데, 유엔은 최근 이라크에서의 구호활동을 최고 수준으로 늘릴 계획임을 밝혔다.

현재까지는 이라크 내에서의 대부분의 피난민 구호활동은 비정부단체나 선교단체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피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호소해 왔다. 월드비전 이라크 지역 담당자로 에르빌의 피난민들을 돕고 있는 케스린 태츠쉬는 "가장 기본적인 음식, 물, 대피소가 긴급하게 필요하다. 지금 사람들은 교회를 비롯해 학교나 지역 센터 그리고 채 완공되지도 않은 건물들에서까지 생활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마저도 없어서 밖에서 먹고 자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좁은 교실에서 20명, 30명이 넘는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높은 여름 기온과 수용 인원 초과, 그리고 위생 시설 부족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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