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교회 전병금 목사가 한복협 1월 월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강남교회 전병금 목사가 한복협 1월 월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명혁 목사 홈페이지

저는 지난 45년간 하나님의 축복으로 목회 사역을 감당해왔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부족한 저에게 베풀어 주신 모든 것이 감사한 것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운 마음과 송구스러운 마음도 가눌 길이 없습니다. 제가 목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한국교회가 크게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교회도 그런대로 사회의 순기능을 하던 때였기에 목회하는데 보람도 많았고, 즐거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한국교회의 위기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시대를 함께 지내온 저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를 않고 송구스럽기만 합니다.

특히 교회를 지도하고 사회에서 모범이 되어야 할 교계 지도자들의 일탈 사건이 하루가 무섭게 터지고 있고, 이와 동시에 교회의 위상이 바닥으로 곤두박질하는 현실은 암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렇게 나가다가 한국교회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구 문명을 일으켰던 기독교가 20세기 후반부터 유럽과 미국에서도 쇠퇴하고 있는데, 한 때 세계교회가 놀랄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교회가 21세기를 맞이하여 풍전등화와 같은 신세가 된 느낌입니다.

그러나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는 출애굽과 바벨론 포로 해방을 통하여 위기와 절망에 빠져 있던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새로운 역사를 이루어 가도록 하셨던 것처럼, 지금이라도 한국교회를 비롯한 세계교회가 더욱 순전하게 하나님 앞에 설 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능력을 허락해 주실 것입니다.

초대교회 또한 로마제국의 박해와 유대인들의 핍박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위기 앞에 놓여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초대교회는 소아시아를 거쳐 로마로, 그리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그것은 모두 살아계신 하나님의 주권적 능력 때문입니다. 그러한 하나님의 주권적 능력을 의지한 초대교회들은 그 무서운 핍박 속에서도 교회의 본질을 놓치지 않고 순교정신으로 무장하여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이처럼 우리 한국교회도 교회의 본질을 다시 회복하고 순교정신으로 재무장하여 다시 일어서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저는 다음과 같은 것을 소원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1. 겸손하게 하나님 앞에서 바로 살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그동안 하나님의 은혜를 분에 넘치게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비록 그 은혜를 다 갚을 수는 없지만, 저는 한 순간도 그 은혜를 잊지 않고 겸손하게 그 분 앞에 서고자 애써왔습니다. 앞으로도 하나님 앞에서, '코람데오' 정신으로 살면서 하나님 보시기에 정직하고 정도를 걷는 삶을 살기를 소원합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말씀과 기도의 경건생활을 늦추지 않고, 늘 주변의 이웃을 돌보며 섬기는 생활을 계속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2. 한국교회가 변화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한국교회는 루터의 '이신칭의'의 교리를 가르치면서, 예수를 믿고 구원받은 것은 강조해왔지만 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적이고 소극적인 차원만 가르쳐 왔습니다. 이것은 이단 교리에서 말한 바, 이미 구원받았으니 어떤 죄를 범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교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루터의 '이신칭의'교리가 의도와는 다르게 한국교회를 무력화시키는데 역할을 해 온 것입니다.

그러나 루터의 '이신칭의' 교리는 그렇게 단순한 교리가 아닙니다. 루터가 말한 '믿음'에는 '행함'이 수반된 것인데, 그것을 도외시 한 것입니다. 몰트만은 "하나님의 나라의 지형 안에 있는 사회선교"라는 책에서 기독교 공동체는 "은총에 의한 칭의를 사회적으로 구현한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은혜를 누리고 사는 것이 개인적 차원에서만 머무르면 안됩니다. 그 믿음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변화시켜 나가는 데까지 힘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교회가 이런 교회로 거듭나기를 기도합니다.

3. 한국교회가 "오라" 구조에서 "가라" 구조로 방향전환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한국교회는 폭발적인 성장기를 거치면서 교회당의 크기, 회중의 숫자, 예산 등으로 교회의 등급을 매기는 비정상적인 관습이 생겨났습니다. 이처럼 교회는 끌어 모으는 구조(Come structure)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교회는 사람에게 찾아가는 구조(Go structure)로 사역을 전환해야 합니다. 예수님도 갈릴리와 이방의 각 지역을 찾아 다니셨고, 초대교회 사도들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상 땅 끝까지 찾아다녔습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을 들고 세상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때 교회가 자기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않고 세상으로 나갔다가는 오히려 세속에 동화되어 교회 공동체가 해체될 우려가 있습니다. 즉 교회는 자기 성장과 성숙을 통한 내적 사역과, 세상을 향해 찾아가는 외적 사역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국교회가 시급히 예배를 회복하고, 말씀을 회복하고, 기도를 회복하기를 기도합니다. 이와 함께 외적 사역을 잘 감당하게 되어 사회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신뢰성을 회복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4. 한국교회가 연합과 일치를 이루기를 기도합니다.

요즘 세계교회의 추세는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아직도 분쟁과 분열을 거듭하면서 교회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교회는 진보와 보수 교회 간의 간격이 너무 넓습니다. 이러한 간격을 무시하고 계속 방치하다가는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거듭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 어떠한 입장에 서 있든지 마음을 열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다보면, 하나님 안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마다 교리나 행정은 다를 수 있지만 예수의 섬김의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은 그 어떤 형제와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진보와 보수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의 연합기구를 이루어 주님이 원하시는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을 섬기는 일에 함께 해나가기를 기도합니다.

5. 한국교회가 민족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도합니다.

우리 민족의 최대 갈망은 민족통일일 것입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우리 민족 구성원 모두가 통일을 지향해 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교회는 자기 교회의 성장에만 몰두해 오면서, 민족적 사명에 동참하는 일에 대해서는 등한히 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교회는 민족의 갈망을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많은 교회에서는 주일예배에서 이런 내용의 기도조차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한목협 통일심포지움에서 한 탈북자 교수가 말하기를, 각 교회 주일예배에서 민족통일을 위한 기도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국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쉬는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시애틀에 있는 퀘스트교회(Quest Church)의 유진 조 목사(Eugene Cho)라는 젊은 목사가 ODW(One Day's Wages) 재단을 만들었는데 이 재단은 자신의 하루 일당을 가지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운동입니다. 유진 조 목사는 자기 집과 연봉 전체를 내놓고 친구 집과 모텔 등을 전전하면서까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자 애쓴다고 합니다.

저는 한국교회도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이라 할 수 있는 굶주린 북한 동포를 위해서 이런 나눔운동을 전개하여 통일의 씨앗을 심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하나님 안에서는 사역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역에 부름받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시한 이런 소원을 기도드리면서,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뜻에 맞는 교회가 되도록 미력하나마 부르심에 응답하는 여생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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