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피어스 목사의 친딸 메릴리 피어스 덩커 여사가 밝은 표정으로 고아원 원장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랑을 주던 사람들과 받던 사람들이 60년 만에 만났다. 사랑을 주던 사람들은 100개국 4만 사역자로, 받던 사람들은 전세계 1억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예수, 사랑, 한국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굶어죽거나 방치되는 어린이들을 살리기 위해 故 밥 피어스 목사가 바로 이 단체, 월드비전을 설립했다. 고아원 사역부터 자모원 사역까지 폭넓게 구제활동을 펼쳤고, 이것이 모태가 되어 오늘날 월드비전은 전세계에서 4백만명의 어린이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할 뿐 아니라, 긴급구호사역·지역개발사역을 종합적으로 감당하는 세계 최고의 기독교 구호기관으로 성장했다.

피어스 목사 당시 그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던 고아원 원장 20여명이 4월 19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몬로비아에 위치한 월드비전 세계본부를 방문했다. 수십년간 사역하며 월드비전으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감사하기 위해서 한국에서부터 비행기에 오른 그들이었다. 이미 그 역사의 산 증인들은 대부분 세상을 떴고 그 자녀들이 대신 감사를 전하기 위해 동행했다.

이들이 온다는 소식에 현재 월드비전 사역자이면서 피어스 목사의 친딸인 메릴리 피어스 덩커 여사가 함께 했다. 그녀는 원장들이 도착하기 몇 시간 전에 이미 세계본부에 도착해 자신이 보관해 온 아버지의 사진과 사역의 모습들을 전시했다. 그녀는 여러 사진을 들며 자랑하듯 “혹시 오늘 오는 분 중에 이 사진에 있었던 분도 있을 수 있다”며 기대하고 있었다.

멀리서 원장들이 나타나자 덩커 여사가 먼저 뛰어 나갔다. 말이 잘 안 통했지만 눈빛만으로도 그리움과 사랑이 넘쳐 나왔다. 고성에서 43년간 사역해 온 윤금선 원장이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사진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피어스 목사님이 사 주신 선물을 우리 고아원 아이들에게 나눠준 후 찍은 사진”이라고 말하며 “목사님은 다시 볼 수 없지만 딸이라도 만나게 되니 참 감사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덩커 여사는 “월드비전이 여러분들을 도운 것이 아니다. 여러분들이 우리와 함께 사역한 것이다. 여러분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생명을 구하는 일에 참여했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우리가 도왔던 한국이 지금 전세계의 가장 부강한 나라로 발전했다”며 “지금도 남미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만나면 한국에 관해 이야기하며 희망을 전하게 된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녀는 “우리가 하는 일은 육신을 구하는 일임과 동시에 그 영혼을 구하는 사역이었기에 더욱 중요한 사역이었다”고 말하자 한 원장이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은 우리 고아원에서 목사가 11명 배출됐다”고 자랑했다. 박수가 쏟아졌다.

그녀는 “지금 전세계에서 사역하고 있는 이 월드비전은 바로 여러분이 낳으신 것이다. 전쟁의 상흔이 가득한 그 땅에서 여러분이 이 월드비전을 낳았다. 어떤 돈으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기적을 우리가 함께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원장들은 “피어스 목사님이 없었더라면 우리도 없고 우리 사역도 없었다”고 감사함을 연거푸 전했다.

모임이 끝난 후, 덩커 여사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느냐고. 그녀는 “1년에 가끔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나는 내 아버지가 내가 아닌 다른 한국 어린이들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고 말했다. 그녀는 월드비전이 창설되던 그 해 태어났다고 한다. “별로 가정적이지 못하셨던 거 같다”고 했더니 “그렇지만 아버지의 생명을 향한 그 사랑이 나에게도 감동이 될 때, 나는 아버지께 감사할 수 있었다. 그는 늘 지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또 곧장 한국으로 떠나곤 했지만 그는 헌신적이고 기도의 힘을 믿는 아버지이자 목회자였다”고 강조했다.

▲ 덩커 여사가 사진을 보며 한국 고아원 원장들과 과거를 회고하고 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원장은 “피어스 목사님은 사실 월드비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교회에 복음을 전해 준 대표적인 부흥전도자이자 목회자였다”며 "서울에서 한경직 목사님과 함께 집회하실 때 받았던 그 은혜를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당초 예상했던 1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이들은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예수의 사랑으로 어린이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했던 그들을 기억하는 2세대들이 월드비전 본부에서 월드비전의 정신과 사역을 다시 한번 나누고 다잡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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