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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과 인접한 울주군 서생지역 주민은 매년 지원되는 막대한 원전지원금에 비해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이 마을 단위로 집행되는 데다 단기사업에 치중되다 보니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복지 및 수익사업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울주군이 한수원으로부터 지원받아 추진하는 사업도 원전지역 주민과 무관한 경우가 많아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마을 주민도 필요성 여부를 꼼꼼히 살피지 않고 우선 유치하고 보자는 식으로 사업을 요구해 사후 관리를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

경영 능력이 떨어지는 주민이 원전지원금으로 건립된 시설물을 운영하다 보니 효율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거액이 낭비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원전지원금은 '공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원전지원금을 향한 욕망에 분열하는 지역사회

올해 1월 울주군 진하지역 상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서생면 상가발전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 서생주민협의회를 구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상가협의회는 "신고리 3·4·5·6호기 건설로 1500억원 이상의 인센티브가 주어지게 된다"며 "하지만 전체 주민들의 동의 없이 구성된 기존 서생주민협의회가 막대한 원전지원금을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주민협의회가 진하지역 상인들의 의견이 무시된 채 구성돼 대표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상가협의회는 울산지법에 주민협의회 설립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서생주민협의회는 고리1호기 수명 연장과 관련한 지원금을 서생지역 주민들의 복지증진 등에 사용하기 위해 2010년 9월 조직됐다.

지난해 2월 기존 협의회 임기가 만료되자 차기 집행부 선출을 두고 주민대표 간 이견 다툼이 벌어져 새로운 집행부 구성을 못 한 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돼 왔다.

이로 인해 한수원과의 공식 대화창구가 막히면서 원전지원금으로 시행하려던 각종 현안사업이 1년 가까이 처리되지 못한 채 미뤄져 왔다.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는 새로운 정관을 마련, 서생지역 마을이장들로 새로운 주민협의회(회장 이상대)를 구성해 올해 1월 출범했지만 대표성 시비로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서생지역 이장단협의회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설명회 개최를 두고 찬반으로 의견이 갈리며 지역 민심이 두 동강 나고 있다.

지난달 열린 21개 마을 이장단 회의에서 막곡, 신리 등 7개 마을 이장들이 이장단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현 이장단이 일방적으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설명회 반대를 밀어붙여 주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에서다.

주민협의회와 이장단협의회의 분열은 원전지원금을 향한 각 마을의 이해관계가 원만히 조율되지 않으면서 발생하고 있다.

원전지원금을 향한 각 마을의 욕망이 낳은 '주도권 다툼'이라는 시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더욱이 최근 억대의 원전지원금으로 추진된 '이벤트 차량'에 대해 횡령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등 지역 사회는 '바람 잘 날'이 없다.

◇면 단위 사업 발굴과 및 장기발전 방안 마련 시급

울주군의회 원전특별위원회 최길영 의원은 원전지원금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면 단위사업 발굴이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원전지원금이 마을 규모와 상관없이 21개 마을별로 배분돼 소규모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사업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후 관리도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면 단위의 공동사업을 발굴, 원전지원금의 50~70%를 집중 투자하고 나머지를 마을 숙원사업 등의 개별사업에 집행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당 주민 간의 이견을 봉합할 수 있는 행정의 적극적인 중재역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길영 의원은 "지난해 12월 원전특위가 구성된 후 현장 점검을 통해 원전지원금 집행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다"며 "면 단위 공동사업 추진을 위해 현재 마을 이장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내년에는 어는 정도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장기발전 방안 마련에 나선 울주군

장기사업 발굴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울주군은 막대한 원전지원금을 주민복지와 수익사업에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원전지원사업 중장기발전계획 용역'을 실시했다.

당시 용역을 맡은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산학협력단은 원전 주변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서생면 일원에 '해양 패밀리 파크' 조성을 제안했다.

진하와 송정항, 간절곶, 나사리 등 주요 지점에 문화관광 콘텐츠를 도입한 가족 중심의 관광지를 조성, 해양관광벨트화하자는 것이다.

간절곶 일대에는 신재생 에너지를 테마로 한 에코랜드와 해돋이 박물관, 미니어처 파크 등을 조성하는 안이 제시됐다.

신리와 신암, 나사 등의 기존 어항은 개조해 소규모 마리나항만으로 조성해 요트와 보트 등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 외에 방재 체험시설(세이프키즈피아) 건립, 울산 게놈 프로젝트, 울산관광 콘트롤 타워 설치 등의 다양한 사업이 제시됐다.

군은 관련 주민 및 기관·부서와의 협의를 거쳐 우선 순위를 정한 뒤 순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는 원전지원사업에 대한 중장기 발전계획만으로는 현재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치료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울산시민연대 권필성 사무차장은 "정부가 막대한 원전지원금을 원전지역에 주는 이유는 그 지역이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라며 "원전의 친숙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사업에 지원금을 투입할 게 아니라 주민의 안전과 관련된 데부터 우선해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이 들어서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 하다 보니 그 부작용으로 원전지원금 집행을 둘러싼 잡음과 낭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권 사무차장은 "앞으로 정부의 원전정책은 투명성과 안전성을 높여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집단이 참여하는 토론이 가능한 합리적인 문화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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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지원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