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이 지난 1월 차량을 타고 이라크 내에서 이동하는 모습. 이들은 지난 6월 모술을 점거한 이래로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에서 세력을 확산해나가고 있다. ⓒAP/뉴시스.

[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지난 몇 달간 신문과 TV 방송을 통해 세계인들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가 벌이고 있는 잔혹한 폭력행위들의 참상을 전해 들었다. 이슬람으로 개종하기를 거부했다가 전원 총살당한 기독교인 가족, 눈 앞에서 아내와 딸들이 강간당하는 모습을 보고 자살한 목회자, 몸이 반으로 베여서 살해당한 5살짜리 어린이…. 모두 인간의 존엄성을 무참히 짓밟은 끔찍한 범죄행위들이다.

IS의 반인도범죄는 분명 전 세계가 하나되어 단호히 맞서야 하는 문제다.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저질러서는 안되는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태도로 이들의 범죄에 정의의 심판을 내려야 하고, 박해당하는 이들의 편에 서서 싸워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심판을 행할 때 우리의 마음이 증오로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자신들과 다른 이들에 대한 증오로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 온 IS와 다를 바는 무엇인가?

영국 크리스천투데이가 2일(현지시간) 기독교인 독자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신문은 '가장 어려운 기도: 왜 IS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가(The hardest prayer: why it's time to #prayforISI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모든 기독교인들이 최근 한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문제를 다뤘다. "만약 우리도 증오에서 우러난 마음으로 IS와 맞선다면 그것은 원수를 사랑하고 우리를 핍박하는 자들을 축복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은 아닌가?"

기독교인들에게 답은 분명하다. 예수님은 '의를 위하여 핍박당한 이들은 복이 있으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라고 가르치셨으며, 또한 '핍박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라고 가르치셨다.

그러나 문제는 '원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고 악랄하게 핍박을 가할 때 사랑과 용서의 마음으로 기도하라는 예수님의 분부는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다.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고통 속에 희생되고 있는데, IS를 위해 기도하라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많은 기독교 단체들이 이라크 상황과 관련해서 내놓는 기도제목들에도 IS를 위해 기도하라는 요청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악에 맞서야 하지만 악인의 회개 위해서도 기도해야"

기독교 선교단체 인터서브(Interserve) 역시 교인들에게 제공하는 기도제목에 IS를 위한 기도를 포함시켰다가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판단으로 최종 발표 전에 이를 삭제했다. 단체의 스티브 벨 대표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악인들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우리를 공격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보다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피해를 입은 이들을 보살피는 것을 더 기독교인다운 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벨 대표는 기독교인들이 IS에게 박해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도움의 손길을 모으는 것만큼이나, IS를 위해 기도하는 것 역시 기독교인으로서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기도에는 인간 역사 속에서의 하나님의 목적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며, "악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악을 행하는 이들의 '다메섹 도상에서의 회개'를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S를 위한 우리의 기도는 선과 악을 구별하는 '진리'뿐만 아니라 악인도 회개시키고 변화시키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요한일서에는 율법은 모세에게서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나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것을 알기 위해서는 진리가 필요하고, 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는 은혜가 필요하다"고 그는 설명하며, "이러한 은혜와 진리의 응답이 우리가 악에 대해 더욱 균형잡힌 대처를 할 수 있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벨 대표는 또한 IS의 조직원들을 악한 사상을 이들에게 주입시키는 조직에서 떼어놓고 한 명의 개인으로 바라본다면 '원수를 사랑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이들에게 악행을 저지르게 하는 사상으로부터 이들을 자유케 하라는 뜻인 것 같다"며, "우리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이라크에서의 이 문제에 사랑으로 응답하고 있는지 증오로 응답하고 있는지 돌아보기 원한다"고 전했다.

이제 IS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 신문은 이에 대한 조언을 세 가지 제시했다. 즉, △IS가 소탕되기를 기도하기보다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도록 기도하고, △IS를 저지하기 위한 군사행동이 성공하기를 기도하기보다 평화와 화해가 이뤄지기를 기도하고, △기독교인들이 안전하기를 위해 기도하면서 동시에 IS 조직원들이 하나님께로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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