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바 매게이 박사는 표면적, 피상적 수준의 복음전파가 아니라 가치, 신념, 세계관 등 깊은 차원에서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야 하며, 더 나아가 기독교가 국가건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이지희 기독일보·선교신문 기자] "필리핀 기독교인이 사회 정의와 자주성을 회복하기 위한 실제적인 활동에 참여하면서 기독교가 사회적으로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복음의 영향력이 어떻게 국가 조직과 체계, 구조 자체에까지 미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멜바 매게이 박사(64·Melba Maggay)는 "개개인을 제자화하는 것이 그가 속한 국가가 하나님 나라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표면적, 피상적 수준의 복음전파가 아니라 가치, 신념, 세계관 등 깊은 차원에서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야 하며, 더 나아가 기독교가 국가건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5~17일까지 안양제일교회(홍성욱 목사)와 횃불트리니티신학교(총장 김상복 박사)에서는 복음주의 선교신학자들의 국제모임인 인페미트(INFEMIT)와 영국 옥스퍼드선교대학원, 안양제일교회의 협력으로 '스토트-베디아코 포럼'(Stott-Bediako Forum)이 열렸다. 포럼은 비서구권의 선교신학 발전에 공헌한 존 스토트(John Stott)와 콰메 베디아코(Kwame Bediako)의 업적을 계승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매년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서구와 비서구의 복음주의 선교신학자들이 모여 급변하는 21세기 상황에서 복음의 본질을 따른 총체적인 선교 방안을 주로 모색했다.

1978년 필리핀에 설립된 ISACC(Institute for Studies in Asian Church and Culture) 총장이며, 인페미트와 꾸준히 교류해 온 매게이 박사는 포럼에서 '필리핀에서의 복음과 문화(The Gospel and Culture in the Philippines)'에 대해 기조발제를 했다.

16일 기독일보·선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이후 필리핀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확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돼 왔다"며 필리핀 상황에 맞는 선교와 신학 정립을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그는 국가 체계 변화를 위한 기독교의 구체적인 노력의 한 예로, 필리핀 곳곳에 있는 미군 캠프를 본토로 보내는 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들었다. 매게이 박사는 "한국처럼 대부분 필리핀 개신교는 미국 선교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미국의 원조를 받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미군 캠프가 필리핀에 주둔한 지 90년이나 지났고, 주둔 지역이 집창촌으로 변하며 심각한 사회문제가 많이 일어났다"며 "근대에 식민조약으로 미국에 강제 지배를 받았을 뿐 아니라 단지 미국의 식민지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폭격을 받은 것도 억울하게 생각한다"며 이유를 덧붙였다.

▲16일 진행된 인터뷰 통역을 맡은 하늘비전교회 김완 교육국·청년부 목사(좌측)와 스토트-베디아코 포럼 주 강사 멜바 매게이 박사.   ©이지희 기자

그는 또 "한국 상황에서 한국의 보수 기독교인은 일반적으로 친미일 것"이라며 "필리핀도 대부분 보수 크리스천이고 친미적 영향 아래 있는데도 지금은 자주성을 갖고, 우리 상황에 맞는 우리의 신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로 인해 일본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필리핀 역시 미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이상 좋은 감정을 갖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 삼으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느끼는 시점"이라며 "이는 이미 기독교 국가를 이루었던 서구 신학에서 시도하지 않은 것이고, 아시아만의 신학화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매게이 박사는 아시아 신학의 발전을 위한 또 다른 주제로 '조상숭배'를 들었다. 그는 "서구 신학자들은 단 한 번도 다루지 않았지만, 동양인에게 조상 문제는 너무나 중요한 주제"라며 "아시아 각 국가와 민족마다 조상에 대한 서로 다른 예전(例典)과 의식이 있는데, 전부 다 우상숭배로 몰아칠 것인지, 우리만의 애도하는 문화와 풍습으로 볼 것인지, 조상을 기리고 공경하는 것인지, 우상숭배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서구 신학의 관점에서만 재단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상황에서 조상 문제에 대해 신학적으로 재조명하고, 이에 대한 아시아 신학을 정립해야 하는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한편, 필리핀은 과거 5백여 년간 스페인의 통치를 받으면서 인구의 83%가 가톨릭, 9%가 개신교를 믿는 기독교 국가다. 대부분 가정에서 태어나자마자 '기독교인'이 되는 상황에서 가치, 신념, 세계관까지 예수님을 믿고 신뢰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매게이 박사는 "한 민족을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변화시키려면 특별히 그들이 속한 문화권의 중요한 가치, 신념 체계 등을 파악해야 한다"며 "그들이 믿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를 파악하지 않고 단순히 복음을 믿으라고 해서 믿게 하는 것은 표면적, 피상적인 변화만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 문화권의 핵심 가치를 먼저 분석한 후, 이것을 성경으로 끌고 와 성경적 가치인지 비교하고 성경적 가치관으로 변화시키려고 할 때 개인의 진정한 변화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고통 당하는 이미지만 깊이 박혀 있는 필리핀인에게 지금도 살아있고 능력 있는 하나님을 강조하는 신학 정립도 시도하고 있다. "로마 가톨릭의 영향으로 필리핀에서 예수님은 피 흘리시고 고통 당하셨지만, 지금도 살아 있고 함께하시는 능력 많은 분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며 "죽어있고 고통 받으며, 무능력한 하나님의 이미지가 강해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져도 기도하지 않고, 사회 부조리가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매게이 박사는 "죽은 하나님만 믿는 필리핀인들이 부활하시고 지금도 살아계신 승리자 예수를 믿을 수 있도록 새로운 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멜바매게이 #인페미트 #필리핀 #총체적선교 #스토트-베디아코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