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연구원   ©오상아 기자

[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지난 2일 서강대에서 진행된 제3회 연구집단 카이로스 포럼에서 최경환 연구원(현대기독연구원 연구원)은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과 공공신학'을 주제로 발제했다.

'공적인 것', '사적인 것'.'국가적인 것'의 반대, '국가에 대한 책임'

최 연구원은 먼저 "지난 30년간 민주주의 담론과 시민사회에 대한 논의 속에서 '공공성'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다"며 "이는 그만큼 단어가 다원화되었다는 망리고, 이로 말미암아 그 개념과 의미가 모호하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공적이라는 말은 사적이라는 말의 반대말"로, 또 "'공적인 것'은 '국가적인 것'에 반대되는 용어로도 사용되기도 한다"며 "공론장은 거리시위라든가 촛불집회와 같이 광장에서 시민들이 자신들의 공적인 의견들을 함께 형성하고 표현한 것, 그리고 국가나 경제에 대한 저항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암묵적인 가정이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반대로 '공적인 것'은 '국가에 대한 책임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거나 국가에 충성하고 봉사하기 위해 이러한 공적인 삶을 제공하고 내구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며 "소위 공영방송이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은 실재로 국가를 보조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특정한 이념적인 프로파간다(propaganda:사상의나 교리의 선전)로 이용될 수 있다"고 했다.

공공신학, 공론장에서 '종교의 역할' 찾아야

그는 "공공신학을 연구하는 신학자들에게도 공공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유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공공신학에서 말하는 공공성은 복음, 교회, 신학이 항상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영역인 공적인 삶과 관련이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다시 말해 신학은 창조, 역사, 문화, 사회, 인류 전체를 포괄한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신학은 공적인 삶 속에서 교회의 위치와 교회의 사회적 형식, 그리고 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을 주로 다룬다"며 "이러한 세 가지 주제들은 전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신학적 이슈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버는 교회가 항상 사회와 정치라고 하는 환경으로부터 초연하게 떨어지려 하면서도 실제로는 얼마나 내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설명한다"며 "교회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항상 세상 안에 존재하며 세상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므로 자신이 알든 모르든 다양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공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공공신학의 과제를 단순히 교회와 세상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것으로 규정하거나, 신학은 항상 대중을 상대로 공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면, 그동안 기독교세계관이나 기독교사회윤리가 다루던 내용과 변별점이 사라짐으로 그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도 전했다.

이어 "따라서 공공신학은 보다 직접적으로 교회와 신학이 민주주의 이후 공적인 영역들에 끼치는 영향을 양방향으로 연구함으로 자신의 관심영역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론장에서 종교의 역할과 지위에 대한 문제, 그리고 참여의 방식과 정당성에 대한 문제는 언제나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며 "그러나 근대화 이후 종교와 신앙은 사적인 영역으로 후퇴해서 이제는 더 이상 공공의 영역에서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고도 정의했다.

그러나 "최근 기독교 복음이 사적인 영역으로 후퇴하는 현상을 안타까워하며 사회참여를 힘써 주장하는 극우 근본주의 기독교는 국가주의와 결탁해서 새로운 세력으로 집결하였다"고도 했다.

그는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미국처럼 정치인들의 종교적 신념이나 태도들이 대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종교적으로 예민한 문제들에 있어서는 여전히 정치와 종교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최 연구원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종교가 공론장에 참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리 탐탁해 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이에 적절한 비판의 근거와 이유를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론장에서 종교의 역할과 지위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참여의 형식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이론과 성찰이 부재한다고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공공신학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이렇게 민주주의가 만들어낸 공론장에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연구집단 카이로스 포럼이 '공공의 적, 공공의 신' 주제로 2일 진행됐다.   ©오상아 기자

기독교신앙, 비판적 검증 통해 보편성 확보해야

최경환 연구원은 "공공신학이라는 말은 마티(Martin Marty)가 1974년에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eibuhr)의 사상을 연구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마티는 이 논문에서 니버가 이후에 전개된 모든 공공신학을 위한 하나의 패러다임을 제공했다고 말한다"고 했다.

또 "이 용어는 다시 트레이시에 의해 차용됐는데 트레이시(David Tracy)는 1981년에 출판된 '유비적 상상력'이라는 책에서 신학이 다른 분과학문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어떤 방식으로 대화할 수 있는지를 질문했고, 신학이 어떤 의미에서 공적인 담론에 학문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고 했다.

그는 "트레이시가 밝히고자 한 것은 공적인 삶 속에서 신학이 단순히 윤리적인 이슈들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 학문으로서의 본질을 지니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질문한 것이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자신의 삶에서 이 질문으로 오랜 시간 괴로워했다고 고백하면서 신학은 공적 담론의 한 형식으로서 적절한 패러다임이 될 수 있고 이 물음을 지속적으로 묻는 것이 오늘날 가장 중요한 신학적 아젠다라고 결론을 내린다"고 했다.

최경환 연구원은 "특별히 트레이시가 제시한 신학의 공적 영역은 교회, 학문, 사회인데 모든 신학은 이 세 가지 영역에서 유의미한 담론을 제공해야 하고, 이들의 관심사를 포괄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또 트레이시는 "신학이 보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것이 단순히 진리를 변호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적인 신념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논증의 형식을 취해야만 한다"고 했다고 같은 책에서 말했다.

이어 최경환 연구원은 스택하우스를 소개하며 "그는 국내에 널리 소개된 프린스턴신학교의 공공신학 연구소장으로 공공신학을 가장 대중적으로 소개한 신학자이다"며 "그 역시 '신앙은 철학이나 타종교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의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진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기독교신앙이 비판적인 검증을 통해 보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택하우스의 말을 소개했다.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인간이 창조세계 속에서 하나님의 보편적인 사랑을 볼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섭리의 은총 속에서 그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것을 알 수 있고,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통해 이 모든 것이 성취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사는 자들이다. 이러한 하나님을 아는 모든 이들은 반드시 공적인 영역으로 나가야 하며, 이 세상의 영혼과 문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의 증인이 되어야만 한다"

최경환 연구원은 "스택하우스에게 진정한 신적 현실은 반드시 보편적 현실이어야 하고, 신학자는 이 현실을 보다 간문화적인 연구를 통해 적절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이렇게 될 때 신학은 윤리, 법, 사회의 각 영역에서 모든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스택하우스가 공공신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삼은 것은 '보편성'과 '합리성'이었다.

최 연구원은 "이는 개인적인 경건이나 교회 중심의 신학이 아닌 교회와 공론장의 비판적 대화를 통해 형성되어야 한다"며 "자연스럽게 스택하우스가 말하는 공공신학은 변증적인 성격을 취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레이시나 스택하우스에게 '공공성'은 '보편성'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값을 가진다. 이들에게 기독교 신앙은 합리성이라는 검증 기준을 통과해야 하며, 합리적인 언어로 번역 가능해야 한다"며 "공적인 학문의 영역에서 신학은 과학적인 방법론을 선택해야 하고, 가능하면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신앙의 확신을 만들어야 하며 이러한 논증은 논리적 정합성, 일관성이라는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한다"고 했다.

(자료사진) 지난 5월 신촌에서 진행된 퀴어 퍼레이드. 최경환 연구원은 "공론장에서 종교의 역할을 찾는 것이 공공신학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또한 "'그들과 다른 현실 이해'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공공신학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권력의지에 다름 아니다"고 했다.   ©기독일보 DB

그는 "많은 신학자들은 이러한 보편성에 근거한 공공신학을 오히려 정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한다"며 "또 이들은 신앙의 언어가 합리적인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위험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학이 공론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그들과 다른 공공성, 그들과 다른 합리성, 그들과 다른 현실 이해를 진지하게 수용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며 "만약 이 과정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공공신학은 기독교가 자신들의 주장과 세계 이해를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고집스럽게 관철시키려는권력의지에 다름 아니다"고 했다.

최 연구원은 또 "실제로 스택하우스는 세계화 시대에 직면한 기독교 신학의 보편성을 주장하지만, 그 속에는 다원주의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생략되어 있다"고도 지적했다.

남아공 '공공신학' 과제, 국가 질서에 저항해 국가 재구성 참여

이어 그는 "보편성에 근거한 공공신학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힌학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과 저항 담론에 집중"한 남아공의 그루치(John de Gruchy), 꾸푸만(Nico Koopman), 말루레케(Tinyiko Malueke) 등을 언급했다.

최경환 연구원은 "그들은 공공신학을 보편성, 합리성, 세속화,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맥락에서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와는 달리 신앙과 공적인 삶의 관계를 보다 갈등적이고 투쟁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라며 "남아공의 신학자들에게 공공신학의 과제는 아파르트헤이트라는 국가 질서에 저항하고 새롭게 국가를 재구성하는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그루치는 남아공의 공공신학이 북미의 공공신학과 다른 점은 고통 받고 주변화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들을 돕기 위한 신학을 전개하는 것과 공적 영역의 변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 말한다"며 "말루레레케는 '과연 공공신학이 오늘날 남아공의 현실을 담아내기 위한 가장 적합한 신학인지를 근본적으로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버마스가 말한 공론장의 의미가 본래 어떠한 협박이나 위협으로부터 벗어난 시민들이 서로 비판적인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공적인 삶을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의 과정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남아공 신학자들의 논의를 하버마스의 공론장과 연결해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스톨라와 아더톤 같은 영국의 공공신학자들을 소개하며 "공론장 개념으로부터 공공신학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도 페미니스트의 비판을 적극 수용한다"며 "스톨라(Storrar)는 공적인 영역에서 교회의 사명은 낯선 자들을 만나는 것이며 선한 시민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구촌 공론장에서 의사소통 합리성의 다양한 형식과 다원주의를 환영하고, 동시에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함으로 버림받은 공공성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연구원은 "아더톤은 신학자들이 할 일은 공론장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자들에게 집중함으로 '포용성을 향한 편견'을 공리처럼 다루는 것이라고 말한다"며 "이러한 편견은 가난한 자들을 위한 편견이며 그들의 사회와 그들의 교회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공공신학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내용들이 결국에는 차이와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연대와 연합의 정치체를 구성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며 "따라서 오늘날 공공신학의 가장 큰 과제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러한 차이와 다양성을 담아 낼 수 있는 '구별된 연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며, 공론장의 주변부와 주변화된 이들을 기독교와 어떻게 연결해서 재구성할지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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