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탈북민

남한에 들어온 탈북민의 수가 2만 8천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많은 교회에서 이분들을 섬기기 위한 북한 선교부를 만들거나 전문 사역자를 세우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고, 또 통일시대 새로운 교회의 모델로 남과 북의 성도들이 함께 예배하는 통일교회 공동체 사역을 하는 목회자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분명 탈북민들을 섬기는 일은 하나님께서 남한 교회에 주시는 큰 사명이요, 또한 복음적 통일의 기틀을 세우는 일에 꼭 필요한 축복의 통로다. 하지만 반대로 이분들을 교회가 제대로 섬기지 못해 오히려 탈북민들이 교회에 대해 실망하고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제 탈북민 사역은 어떤 특정한 일부 교회만의 사역이 아닌, 이미 대한민국에 있는 교회라면 꼭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분들에 대한 바른 이해와 함께 어떤 비전을 가지고 탈북민들을 섬겨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탈북민 사역간에 많은 교회가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는 탈북민만의 독특한 특성과 이로 인한 사역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없이 남한 주민들에게 하는 방식과 동일한 개념과 방법으로 사역하는 것이다. 특히 단순히 불쌍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동정심에 기초한 사역들이 많은데, 이러한 관점에 기초한 사역은 오히려 여러 가지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즉 탈북민들이 무시당한다고 느끼도록 행동하거나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서의 우월감을 암암리 드러내어 탈북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비록 의도하지 않았거나 좋은 뜻으로 탈북민들에게 다가갔을지라도 그분들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다면 사역간에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섬기는 성도 및 사역자와 탈북민 모두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비록 같은 민족이지만, 탈북민 사역은 타 문화권 선교에 가깝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생활해 온 남한 주민들을 장기간의 독재와 공산주의 사회에서 교육받고 생활하면서 강력한 국가 통제와 감시 체계, 그리고 생명이 위협받는 극단적인 상황을 경험한 북한 주민들은 엄연히 다른 가치관과 생활 방식, 그리고 심리상태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교회가 탈북민을 대상으로 사역할 때 꼭 유념해야 할 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글에서는 탈북민 사역의 중요성과 탈북민이 남한 정착 과정에서 가지고 있는 어려움, 그리고 이에 따른 교회의 사역적 필요와 유의해야 할 사항을 살펴봄으로써 탈북민 사역을 개괄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탈북민 사역이 중요한 이유

본 사진은 자료사진일뿐 기사와 실제 관계는 없습니다.

탈북민 사역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복음적 통일이라는 큰 목표 속에서 민족 화합과 북한 지역 복음화를 위해 감당하게 될 그분들의 특별한 역할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와 사역자는 탈북민이야말로 통일 한국의 주역으로 북한 복음화에 꼭 필요한 인재라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쉽게 통일에 대한 근거 없는 기대에 사로잡힐 수 있다. 마치 통일이 되기만 하면 북한 주민들이 남한 주민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남한 중심의 사회 개편에 순순히 따라 주리라 보는 것이다. 교회에서도 통일되기만 하면 수십 수백 개의 교회를 세우고 신학교를 세우고 금방 북한을 복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북한을 성공적으로 빠른 시일에 복음화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우리의 장밋빛 기대처럼 북한 주민들이 변화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복음을 북한 주민들에게 맞게 전하고 또 사회적으로 성경적인 변화가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각자 자기의 고향에서 활동하게 될 탈북민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남한 출신 사역자들에게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아픔, 애환을 공감하고 그들을 섬기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깊이 공감할 수 있는 탈북민들이야말로 일선에서 북한 복음화에 주역이 될 사람들이다.

또한 지금 탈북민 사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북한 주민들의 독특함에 대한 경험이 없는 교회가 통일 이후에 북한 주민들을 섬긴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며, 교회가 시행착오를 겪는 사이에 많은 북한의 영혼들을 섬길 기회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탈북민 사역이야말로 교회가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가장 기초적인 준비다.

또한 탈북민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경험들은 북한 복음화를 넘어서 세계 복음화에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그분들이 겪은 아픔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아픔을 복음으로 승화시켰을 때 오히려 기대할 수 없는 큰 능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아직 복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많은 지역이 또한 전쟁과 분쟁, 재난이 끊이지 않는 분쟁지역이고 상처와 아픔이 많은 곳이다. 그 땅에서 이방인으로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위로하고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어야만 할 것이다. 탈북민 출신 사역자 및 선교사들이야 말로 이러한 사역을 훌륭히 해낼 수 있는 인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탈북민 출신의 훈련된 사역자들이 많이 세워지게 된다면 세계선교의 큰일을 감당하는 귀한 일꾼이 됨과 동시에 앞으로 통일 한국의 북한 성도들에게도 선교적 비전과 도전을 주는 귀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탈북민을 위한 사역적 필요

탈북민교회인 꿈의교회 성도들이 선보인 뮤지컬   ©기독일보

교회가 탈북민 사역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이를 위해 헌신할 결심이 서게 되면, 이제는 탈북민들에게 어떤 사역적 필요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탈북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필요를 파악함으로써 교회가 어떤 부분에서 그분들을 섬길 수 있는지 안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사역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탈북민에게서 볼 수 있는 몇몇 연약한 모습 중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심리적인 부분이다. 김홍근 교수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현 남북하나재단)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탈북민들의 자기 표상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탈북민들은 자기 자신을 남한 주민들에 비해 거칠고 공격적이며 개방적이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또한 자신의 상태를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기보다는 의기소침하고 우울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연구는 탈북민들이 스스로에 대해 진단한 결과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탈북민들 스스로가 남한 주민들과 심리적 측면에 차이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 연구에서는 해당 결과에 대한 분석으로 탈북민들이 북한에 거주할 당시 경험했던 다양한 형태의 결핍과 정신적 외상이 연구 결과에 나타난 심리적 증상의 원인인 것으로 진단했다. 즉 어릴 때부터 자기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고 깊이 사랑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국가로부터 부여된 정체성을 따라 명령에 복종하며 서로를 사랑하기보다는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을 생활화함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식량난으로 인한 굶주림 및 탈북 과정에서 겪은 생명의 위협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심리적 상태는 사람간의 진솔한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주고, 또 상대방의 호의에 대해서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 사회 속에서 고립 상태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위와 같은 약점이 가정 폭력이나 폭음, 잦은 다툼 등 폭력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심리적 문제 외에도 탈북민들은 남한 정착 과정에서 다양한 실질적인 어려움에 직면한다. 정종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탈북민들의 남한 사회적응 및 자립을 어렵게 하는 것들로 심리적 외상과 자기 정체성 혼란 외에도 남한 사람들이 북한 출신에 대한 잘못된 편견, 취업과 학업의 어려움 등이 존재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즉 삶에서 직접 맞닥뜨리는 실질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탈북민들은 일반적으로 남한 사람들보다 취업 정보를 얻는 방법이 부족하고 자격증이나 학위 등 취업에 필요한 여러 요건을 준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의 경우 남한의 교육이 북한에서 교육받던 내용과 상이하고 공부법도 북한에서 하던 방식이 통하지 않아 학교에 들어가더라도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남한 사람들의 잘못된 태도, 즉 무턱대고 빨갱이나 간첩으로 의심하거나 탈북민들은 게으르고 감사할 줄 모르고 자기주장이 세다는 등의 잘못된 편견, 또는 지나친 동정심으로 대하는 태도로 인해 사회 속에서 당당한 인격적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교회들은 탈북민들에게 다가가는데 매우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며, 그분들이 처한 독특한 상황에 따른 사역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교회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교회의 탈북민 사역을 위한 제언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회의 탈북민 사역은 통일을 준비하고 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포를 돕는다는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대적 사명이다. 그렇다면 교회의 탈북민 사역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첫 번째로는 전 교회적으로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을 이해할 수 있는 강좌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인들의 북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쌓이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북한 선교의 비전과 탈북민 선교에 대한 열망도 생겨날 것이다. 또한 탈북민 사역에 있어서도 간접적으로나마 그분들의 과거 삶의 배경과 환경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에 그분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데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북한에 대한 교회적인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북한선교와 탈북민 사역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기도 힘들고, 오히려 세상의 정치 논리에 교회가 더 혼란해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탈북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교회가 그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교회에서 탈북민들의 학업과 취업에 도움을 줄 만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및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면 분명 탈북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 교회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탈북민 사역을 하는 교회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는 또한 각 교회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사실은 직접적인 금전 제공은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몇몇 교회에서는 탈북민들에게 돈을 지급함으로써 교회 출석을 유도하기도 하는데, 물론 특별히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탈북민을 대상으로 하는 후원은 가능하겠으나 돈을 매개로 교회 참석을 유도하는 것은 탈북민의 신앙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그들을 남한 성도들과 동등하게 대우하기보다 그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혜자로 만들어 교회 내에서 제대로 된 인격적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직접적인 금전적 도움보다는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운 부분들을 채워주면서 인격적 관계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 간접적이면서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및 지언 프로그램이 좋을 것이다.

세 번째 교회들이 탈북민 사역은 인내를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 많은 탈북민이 각종 모임에 대한 기본적인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북한에서 이미 잦은 강제적인 모임과 조직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 모임이 강제적이라고 느끼게 되거나 짐이 된다고 여기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곤 한다. 교회 출석 문제로 탈북민을 압박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평소에 인격적인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탈북민들이 사역자 및 성도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교회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될 것이다. 사실 탈북민들은 고향을 떠나 낯선 외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외로운 처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 좋은 친구와 가족이 되어 주는 것이야말로 그들에게 큰 도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관계를 쌓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공을 들이고 노력을 해야 그 열매를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탈북민 사역자는 전문적이고 오랜 기간 맡은 영혼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또 그런 환경을 교회에서 보장해 주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교회가 인격적이고 가족 같은 공동체로 탈북민들을 맞이해야 한다. 김홍근 교수는 탈북민들의 부정적인 자기 표상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이를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안아주는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인격적 관계, 즉 사랑을 충분히 공급받을 때 진정한 회복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탈북민들에 대한 많은 오해와 편견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공격적이고 도움을 받아도 감사할 줄 모르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등의 편견들은 결국 다른 말로 하면 인격적 관계에 서툴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물론 몇몇 탈북민에게 그런 모습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전반적으로 탈북민의 개인적인 잘못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처했던 상황과 환경, 이 한반도의 역사적 아픔과 결과다.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며,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야말로 이 일을 해야 할 당사자들이다. 결국 본질에서는 우리 교회가 정말 그리스도의 사랑이 숨 쉬는 교회인지 돌아봐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탈북민 사역을 위한 제언은 많은 탈북민 사역자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제시된 사항들이다. 90년대 말 급격하게 증가한 탈북민에 대해 영적 부담을 느끼고 개척자의 정신으로 그분들을 섬기고 사역하신 분들이 있다. 하지만 탈북민 사역은 몇몇 사람의 사역이 아닌 전 남한 교회의 사명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이다. 교회가 새롭게 갱신되고 새로워질 기회이며 통일을 준비하는 교회로 교회의 체질을 변화시킬 기회이다. 주님께서 주신 기회와 축복을 진지한 태도로 수용하고 준비하며 나아갈 때, 분명 우리가 기대하지 못할 놀라운 은혜와 축복이 교회 가운데 임할 것을 확신한다.

오픈도어선교회 북한사역연구소 제공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통일선교 #통일 #탈북민사역 #오픈도어 #북한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