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원 선교사(아프리카 부룬디 International Leadership University, 교회사와 세계 기독교)
문대원 선교사(아프리카 부룬디 International Leadership University, 교회사와 세계 기독교). ©홍은혜 기자

[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기독교의 중심이 점차 남반구로 옮겨가는 것을 확인했던 20세기 중반 이후로, 세계 선교학계에서는 서양 종교가 아닌 세계 종교로서의 기독교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활발하다. 세계 기독교(World Christianity)라는 새로운 학문의 분야는 서양 중심의 제도권적인 기독교가 아니라, 복음이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한국선교연구원(KriM)의 2017 상반기 한국 선교학 포럼에서는 아프리카 독립 교회와 조상 숭배의 사례를 통해서, 세계 기독교의 보편화(universalization)와 개별화(particularization) 과정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해서 고찰해 보고자 문대원 선교사(아프리카 부룬디 International Leadership University, 교회사와 세계 기독교)를 초청, "아프리카 독립교회와 조상숭배"라는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그는 미국 보스턴 대학교에서 Dana Robert 교수의 지도하에 세계 기독교와 아프리카 기독교를 연구하고 있다.

문대원 선교사에 따르면, 19세기 후반의 저명한 인류학자 에드워드 타일러와 제임스 프래저 등은 '조상 숭배'를 원시 종교의 확정적인 표징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이들은 종교 진화론적 관점에서 세계 종교들을 분석하며 애니미즘(animism)을 가장 단순화 된 저등 종교(혹은 원시 종교)로 인식했는데, 애니미즘 종교관의 핵심 중 하나로 조상 숭배를 꼽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민시대의 종말과 세계화의 도래와 함께, 조상 숭배와 같은 아프리카 전통 관습에 대한 이전의 오래된 인식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문 선교사는 "20세기 중반 이후로 많은 학자들이 아프리카에서 조상이 가진 사회학적, 현상학적 가치와 의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아프리카 독립교회의 현격한 부상은, 조상과 관련된 아프리카인들의 전통적 종교 관습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요구하게 됐다"고 이야기 했다.

이는 아프리카 독립교회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조상과 연관된 믿음, 그리고 행동을 그들의 아프리카 정체성의 중대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 선교사는 "아프리카의 종교적 세계관에서 조상이 차지하고 있는 역할과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아프리카 독립교회가 조상과 연관된 종교 의식을 어떻게 그들의 기독교 신앙 안에 포함하게 되었는지를 논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문 선교사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전통 세계관에서 죽은 자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고, 생존하는 가족들의 일상 생활에서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이것은 현재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한다. 문 선교사는 "그런 면에서 아프리카인들은 망자(the dead)들과 끊임없이 교통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셈"이라며 "이것이 바로 많은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이 회심 이후에도 여전히 조상에 대한 믿음을 계속 갖고 있는 이유"라 했다.

더 나아가서 아프리카인들은 그들의 일상 여러 부분에서 매우 종교적이다. 그들에게 종교의 영역과 세속의 영역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고, 영적인 문제와 물질적인 문제도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문 선교사는 "그들 삶의 총체적인 필요를 채우기 위해, 아프리카 기독교는 아프리카 전통 종교의 다양한 의식을 변화시켜 기독교 신앙과 결합하고자 노력했다"면서 "이 과정은 매우 진지하고 신중한 신학적 고찰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아프리카와 서양의 전통 모두에 진실 되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 신앙이 서양의 문화와 전통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변화한 만큼, 아프리카의 문화와 전통의 영향을 모두 이교적이고 미신적으로 치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자세란 것이다.

한국선교연구원의 '2017 상반기 한국 선교학 포럼'이 열리고 있는 남서울교회 비전센터.
한국선교연구원의 '2017 상반기 한국 선교학 포럼'이 열리고 있는 남서울교회 비전센터. ©홍은혜 기자

아프리카 독립교회는 복음을 아프리카의 문화적, 사회적 상황에 맞게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 왔다. 문 선교사는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이 스스로 그들의 전통 문화와 종교에서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것을 거절할 것인지 결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말하고, 무엇보다 "아프리카 독립교회의 가장 큰 공헌은 기독교를 더 이상 서양의 종교가 아닌, 그들 자신의 신앙으로 변화시킨 일"이라며 "조상과 연관된 의식을 정화하고, 변화시키고, 보존하는 사명 역시 아프리카 독립교회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 했다.

그리고 문 선교사는 "아프리카 독립교회가 아프리카인들이 그들의 아프리카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했다"고 했다. 더불어 "20세기 중반부터 등장한 '세계 기독교'에 대한 담론은 보편적 진리로서 기독교가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에서 발견되고 받아들여질 뿐만 아니라, 그 문화를 보존하고 변화시키는 역할을 감당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크게 기여했다"면서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아프리카 독립교회를 이해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역사적으로 서구 신학자들이 기독론을 그리스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인 관점으로 연구한 반면, 아프리카 신학자들은 기독론을 그리스도의 능력과 역사에 대한 실존적인 관점으로 바라봤다고 한다. 때문에 문 선교사는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이 오늘날 현실 세계에서 질병과 기근, 가난과 악한 영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고 구원하는 그리스도의 사역을 경험적으로 고찰하며, 아프리카 전통 종교에서 조상이 가졌던 중재자의 역할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고 완성하는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선교사는 "아프리카 사회에서 조상이 내포하는 이미지가 가감 없이 그리스도로 전이 되는 심각한 기독론적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아프리카인들의 전통과 정체성을 단순하게 이교적으로 치부하지 않는 견식 있는 신학적 자세가 더욱 절실히 요청 된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행사는 12일 오후 2시, 남서울교회 비전센터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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