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신학단상' 은 평신도들의 신학적 소양 함양(涵養)을 위해 각종 행사 등에서 신학자 및 목회자들의 발제문을 뽑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창신교회에서 개최된 한국복음주의 실천신학회(회장 박상구 박사) 제29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제한 웨스트민스터신대원 교수 김선일 박사의 발제논문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김선일 교수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관심은 선교신학은 물론이고 전체 신학 영역과 목회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이에 관한 상반된 신학적 평가도 일어나는 조짐을 보인다. 선교적 교회론은 비교적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 진영 양쪽에서 호의적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복음주의나 개혁주의 일각에서는 이에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러한 신중론은 한편으로는 선교적 교회론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경계의식이 바탕을 이루며,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적 교회의 표지를 수호하려는 입장과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선교적 교회론은 주로 선교학자들에 의해서 이론적으로 제기되어왔기에,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에 대한 소개와 평가에 다수의 선교학자들과 일부 실천신학자들이 참여해왔다. 그리고 논의된 주제들의 범위도 풍성하다. 그런데 현재 북미와 영국에서 진행 되는 선교적 교회 운동은 담론 논의의 과정을 지나서 구체적인 현장에서 교회 개척과 사역 갱신으로 다양하게 실험되고 있다.

본 논문은 선교적 교회의 실천 양상인 프락시스에 대한 복음주의적 평가와 제언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는 선교적 교회에 대한 복음주의적 수용 논의에 실천신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복음주의적 수용이라 함은 선교적 교회론을 복음주의의 고유한 가치에 비추어 관찰하는 것이며, 실천신학적 관점이라 함은 현재 선교적 교회 의 실천적 흐름에 대한 진단과 평가라고 할 수 있다. 하여, 본 논문은 최근 선교적 교회론 의 유래와 핵심 주장들에 대한 국내의 활발한 연구들을 전제로 해서, 이 운동의 프락시스가 복음주의 신앙의 가치 안에서 어떻게 수렴되고 보완될 수 있는지를 실천신학의 관점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실천신학의 논의는 이중적 방향을 갖는다. 우선은 교회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지속적인 선교에 동참하는지에 관한 선교적 초점(the mission focus)을 가지며, 그 다음으로는 교회가 스스로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얼마나 신실한지에 관심을 갖는 교회적 초점(the ecclesial focus)을 갖게 된다. 이러한 선교적 초점과 교회적 초점은 본 논문에서 복음주의 신학의 선교적 교회론 수용 방안을 모색하면서, 복음 전도라는 수렴점과 예배 공동체라는 준거점이라는 결론적 제언에도 적용될 것이다.

1. '복음주의적'이라는 용어의 의미

본 연구는 복음주의 운동의 대표적인 가치에 따라 선교적 교회론의 적용 가능성을 모색하려 고 하기에 복음주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복음주의라는 용어는 많이 사용되면서 도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가장 고전적 정의인 역사가 데이비드 베빙톤이 정리한 대 로 '회심주의,' '성경주의,' '십자가 중심주의,' '행동주의'라는 네 가지 핵심요소에 기초해서 복음주의 운동의 성격을 한정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규정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현대복음주의의 쟁점들은 이러한 요소들보다 더욱 깊고 넓게 확산되고 있지만, 베빙톤의 정의는 본 연구를 위한 작업 정의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네 가지 요소들 의 이해에 비추어 선교적 교회론이 부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복음주의적 수용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보편적 과정이 될 것이다. 네 가지 요소들은 각각의 강조점이 있지만, 이를 종합한다면 구령 사역으로서의 복음 전도와 성경의 절대적 권위를 수호하는 신앙으로 대표될 것이다. 여기서 성경 권위와 영감의 문제는 복음주의와 자유주의 신학 간에, 또한 복음주의 신학 내부에서도 다양한 갈래의 토론이 있어왔지만, 복음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성경을 하나님의 영감된 말씀이며 신앙에 무오한 법칙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선교적 교회론 과 관련해서도 성경의 선교적 해석이라는 의미 있는 시도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성경관 의 문제는 선교적 교회 논의에서 뚜렷한 쟁점으로 부각되진 않았기에, 본 논문에서는 다른 3가지 요소들이 어떻게 선교적 교회론과 상응하는지에 주목할 것이다.

회심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 며, 행동주의는 점차 사회윤리적 책임으로도 발전되긴 했지만 이와 같은 회심과 중생의 사 역에 역점을 두는 선교와 전도로 구체화된다. 회심에 대한 복음주의의 강조는 구원의 확신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른 이들도 비슷한 구원의 확신을 경험하도록 적극적인 증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처럼 회심주의를 선교와 전도라는 행동으로 잇게 하는 동기는 십자가에서 인간을 대신해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으로부터 비롯된다. 따라서 복음주의 운동은 자연스럽게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구원을 선포하는 전도와 선교를 강조하고, 이러한 사명을 위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고유한 책임으로 비중 있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복음주의적 성향의 기성 교회나 목회자들이 선교적 교회론을 처음 이해할 때, 예전부터 이들이 강조했던 '구령사역'(해외와 국내를 모두 포함)에 헌신하는 교회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흔했다. 사실 이는 선교적 교회론에서 말하는 선교와 교회의 관계와는 전혀 반대되는 개념이다. 선교가 교회가 힘써야 할 한 가지, 혹은 중심 사역이 아니라, 교회가 선교에 의해서 규정되고 선교적 본질을 정체성으로 삼는다는 것이 선교적 교회론의 요지라면 이는 전통적 복음주의자들에게 선교란 무엇이며, 전도와 선교의 차이는 어떻게 되며, 교회는 세 상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물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2. 선교적 교회론의 복음주의적 가교

선교적 교회론의 '선교' 이해는 전통적 통념인 타문화권 사역이나 개인구원을 목표로 하는 복음 전파 차원에서 형성되지 않았다. 사실 선교적 교회론을 주창하는 복음주의자들의 경우 에도 선교에 대한 이해는 전통적 복음주의의 개념을 훌쩍 넘어섰다. 에큐메니컬의 '미시오 데이' 개념, 즉 세상 속에서 하나님이 인간의 회복을 위해 일하신다는 하나님의 선교 이해를 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선교신학자인 데이비드 보쉬(David Bosch)와 구약 학자로서 선교적 해석학을 주도하는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는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복음주의의 담론으로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보쉬는 "선교란 일차적으로 교회의 활동이 아니라, 하나님의 본성이다. 하나님은 선교적 하 나님이시다." 이러한 선교는 전도를 본질적인 차원들 중의 하나로 본다고 말한다. 라이트 역시 우리의 선교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것임을 전제로 "우리의 선교는 하나님의 선교로부터, 그리고 그 선교에 참여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하면서, 하나님의 선 교라는 개념이 교회의 구체적인 일이 아니라 전체 역사적 과정에 하나님이 관여하신다는 의 미로 추상화되면서 종종 전도를 무시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하나님의 선 교를 복음주의적 신념과 무관하게 여기지 않고,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증언하는 선 교적 사명과 회심을 목표로 하는 전도와 더불어 추구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선교와 복음주의적 선교/전도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논의도 가능해진다.

복음주의자들은 선교적 교회라는 플랫폼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재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복 음주의자들이 하나님의 선교로부터 연원한 선교적 교회론의 논의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 는 '교회'를 선교의 중심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선교적 교회론의 사상적 효시였다고 볼 수 있는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은 그의 여러 저작들에서 삼위일체적 관계 속에서 선교와 교회를 보는 시각을 제공하였고, 미국에서 뉴비긴의 선교 사상을 계승하여 범 교파 적 운동으로 발전시킨 '복음과 우리의 문화 네트워크'(Gospel and Our Culture Network) 를 주도했던 데럴 구더(Darrel Guder)나 조지 헌스버거(George Hunsberger)도 이와 같은 삼위일체적 선교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미국의 문화 속에서 비판적으로 대응하는 논의를 전개했다.

선교적 교회 사상의 외연이 복음주의로 확장된 데에는 복음전도와 사회참여의 균형을 진지 하게 고민했던 로잔언약 사상이라는 유산과 WCC에 몸담으면서도 에큐메니컬 선교 개념을 비판하며 역사적이며 전통적인 복음과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뉴비긴의 영향력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데이비드 보쉬(David Bosch)의 선교 신학도 복음주의자들의 선 교와 전도에 관한 이해를 확장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한다. 존 프랭키(John Franke), 윌버트 쉥크(Wilbert Shenk), 마이클 고힌(Michael Goheen)과 같은 복음주의자들이 GOCN에 참여하면서 선교적 교회론은 복음주의자들에게도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복음주의자들에게 대중적 파급력을 갖게 된 점에는 이 운동의 신선하고 획기적인 실 천 때문이었다. 알란 록스버러(Alan Roxbourgh), 마이클 프로스트(Michael Frost), 앨런 허 쉬(Alan Hirsch) 등이 대표적 인물인데, 이들은 선교적 교회론이 실제적인 사역과 삶의 현장에서 우리의 신앙과 교회됨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치열하게 해석해주었다. 특히 북미와 영국의 교회들은 세속화되는 사회 속에서 교회가 주변부 위치로 몰림에 따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이론적일 뿐만 아니라, 실천적인 모델이 필요했다. 실천은 단순히 이론을 적용 하는 개념이 아니다. 실천신학적 관점에서 실천은 엄밀히 말해서 프락시스라는 개념으로서 이는 목적과 의미에 관한 이론이 행동에 내재된 현장이다. 따라서 필자는 선교적 교회론 에 대한 복음주의적 연구를 함에 있어서 선교적 교회 운동가들의 프락시스와그들의 실천적 주제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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