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신장을 기증한 김진정 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박진탁 본부장)는 지난 20일, 올해 두 번째 순수 신장기증인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된 이번 신장기증수술을 통해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이는 김진정 씨(43세, 김해)이다.

"'항상 네가 손해보고 살아라', '남에 대해 함부로 비난하지 말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어머니는 늘 이야기하셨어요. 평생을 이웃을 위해 봉사 해온 어머니의 그 사랑을 보고 자라왔어요."

사랑이 많은 어머니 곁에서 항상 베푸는 모습을 보고 자란 김 씨는 어머니의 말씀처럼 나누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던 중 최근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고 그녀는 나눔을 지금 당장 실천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5년 전, 골육종암으로 여동생을 잃게 되고, 지난해에는 본인이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제 가족이 투병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또 제 자신이 육체적 고통으로 투병생활을 하면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더욱 절실히 깨달았어요."

설상가상으로 올해 초 자신의 소중한 가족이었던 반려견을 병으로 떠나보내며, 한동안 큰 슬픔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

"아픔도 죽음도 남의 일이 아니었어요. 이 모든 것이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제 남은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오래 전,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과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 등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해왔던 그녀는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장기기증 서약하기'를 결심했다. 그리고 본부 홈페이지를 찾아 사후 장기기증 서약에 참여하던 중, 유독 눈에 밟히는 특별한 나눔에 대해 알게 됐다.

"두 아들 중 한 아이가 어렸을 적부터 사구체신염을 진단 받을 정도로 신장기능이 좋지 않았어요. 혹시나 신장기능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6년간을 치료했어요. 그러다보니 신장이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요."

생명나눔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생명을 살리는 데 있어 시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그녀는 생존시에 한 생명을 살리고자 지난 4월, 사후장기기증 서약과 함께 생존시 신장기증을 등록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그녀는 두 아들과 남편의 응원에 힘입어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6년간의 암흑 같았던 제 인생에 생명의 손길을 내밀어 준 천사를 만났습니다"

한편, 김진정 씨를 통해 새 생명을 선물 받은 이식인은 제주도에 거주하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40대 남성인 윤창근 씨다. 지난 2006년부터 만성신부전을 진단받고 복막투석을 받으며 생명을 유지해 온 윤 씨는 최근 당뇨 합병증으로 망막에 이상이 생겨 시각 장애 판정까지 받으면서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두어야 했다. 두 아들과 딸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윤 씨는 수술비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자녀들이 함께 모은 돈과 응급 의료 지원금을 신청해 수술비를 마련했기에 이번 신장이식 수술은 그에게 있어 더욱 떨리고 긴장되는 일이었다. 지난 2008년, 본부에 신장이식대기자로 등록을 하고 6년 만에 신장이식을 받은 윤 씨는 "앞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대로 가슴이 벅찹니다. 더욱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고, 제게 신장을 기증해주신 기증인의 뜻을 받들어 우리 가족과 행복하게 살게요"라는 소감을 전했다.

"20년 지기 우정으로 생명을 나누게 되었어요."

한편 지난 8월 19일, 원주 연세기독병원에서 생명을 나누는 특별한 신장기증 수술이 진행됐다.

지난 8년간 만성신부전으로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겨온 김용렴 목사(광명순복음교회 담임목사)를 위해 20년 지기 친구인 김성수 목사(명암감리교회 담임목사)가 자신의 신장하나를 기증한 것이다. 8년간 투병생활을 해 온 김용렴 목사의 건강이 점점 악화돼 급기야 지난해 7월 신장 이식을 하지 않으면 생명의 위험이 올 것이라는 진단까지 받게 됐다. 그런 김용렴 목사를 안타깝게 생각한 친구인 김성수 목사는 자신의 생명을 친구와 함께 나누기로 결심했다.

김성수 목사의 숭고한 나눔으로 새 생명을 선물받게 된 김용렴 목사는 부푼 희망을 갖고 수술일자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수술을 18일 앞둔 지난 7월 11일 그 꿈은 산산히 깨져버렸다. 장기 이식 수술 승인권을 갖고 있는 보건복지부 장기이식관리센터가 "두 사람의 친분 관계가 의심되어 수술을 승인할 수 없다"라고 이들에게 통보한 것이다. 20년 지기인 두 사람은 같이 찍은 사진들, 두 사람이 친구임을 보증하는 제천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서명이 담긴 보증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심지어 서로의 딸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적었던 방명록, 최근 6개월간 통화 내역까지 냈다.

하지만 이식센터 담당자는 "교단이 다르고 가족도 아니라 친분을 입증할 수 없다"며 끝내 수술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친구를 위해 생명을 나누고자 앞장섰던 김성수 목사는 순수한 생명나눔의 뜻을 매도당한 억울한 사연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서신으로 전했다. 이들의 사연은 한 언론매체를 통해 지난 7월 중순, 세상에 알려졌고, 결국 수술 재승인이 이뤄졌다. 지난 8월 19일, 진한 우정으로 새 생명을 나눈 김성수 목사와 김용렴 목사의 수술이 원주기독병원에서 진행됐고, 이들은 빠른 회복 중에 있다.

박진탁 본부장은 "두 분 목사님의 신장이식 수술이 무사히 잘 마쳐질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며 "장기매매와 같은 불법을 근절하고자 제도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친구나 이웃을 위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숭고한 뜻을 훼손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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