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교연 주최로 개최된 '봉은사역명 철폐 긴급 토론회' 모습.   ©이동윤 기자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양병희 목사)은 '종교편향'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시의 '봉은사역'명 사용방침에 강력반대하며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한교연 회의실에서 '봉은사역명 철폐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교연은 지난 20일 서울지법에 봉은사역명 사용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출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김춘규 장로(한교연 사무총장)의 사회로 홍호수 목사의 기도, 경과보고, 양병희 목사의 인사 후 이병대 목사(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와 박명수 교수(서울신대)의 발제, 토론 및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양병희 대표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서울시가 지하철 역명에 특정 종교의 사찰이름을 쓰는 것은 타 종교와 다른 종교 신도들과의 위화감을 주고 종교적 편향에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봉은사역명은 부적절하다. 또 지하철역명은 일반적으로 해당지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해당지역과의 연관성이 뚜렷하고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옛지명 또는 법정동명 및 가로명 등을 원칙으로 하고 있음을 비춰볼 때 지하철 9호선 코엑스 교차로에 위치하는 역사는 봉은사 사찰하고는 120미터가 떨어진 곳으로 봉은사역명을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 "어제도 그 역에 가서 직접 확인해보니 기막힌 현실이었다. 역안의 표시들이 봉은사와 관련된 것이고 기둥들도 불교를 상징하도록 만들어 놔, 봉은사에 있는 것 같았다"며 "현재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일정이 바쁘다는 핑계로 회피하며 박 시장과는 관련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서울시장인지 불교시장인지 궁금하다. 서울시와 박 시장은 기독교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계속해서 종교편향적 태도만 취하고 있다"고 서울시와 박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병대 목사는 이날 발제에서 "9호선 봉은사역명을 즉각 폐지하고 교체하라"며 "서울 시민들과 국민들이 이용하는 전철 9호선이 2차 구간 완성으로 오는 28일 전면 개통된다. 그런데 지금 9호선은 객차 4량짜리로 '미니전철열차'다.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9월이 돼야 20량 정도 추가한다고 했다. 28일 2차 구간이 개통되면 혼잡으로 인해 지옥이 따로 없다고 언론들이 걱정하고 있다. 이것은 '가축수송열차'다. 때문에 우선 서울시는 오는 28일 2차 구간 개통을 즉각 중지하고 서울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가장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인 전철 역명을 봉은사역으로 명명하려고 한다. 한국이 불교국가인가. 사찰보다 더 가까운 곳에 글로벌 랜드 마크인 '코엑스'가 있고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이름이다"며 "그럼에도 서울시는 봉은사역을 단독 명으로 결정해버렸다. 서울시지명위원회의 심의 원칙은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이다. 국내외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코엑스역을 제쳐놓고 불교신자들만 아는 봉은사역으로 정한 것은 자신들의 원칙에도 위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서울시는 궁색한 변명으로 봉은사의 전통성과 역사성을 들먹인다. 그렇다면 과연 봉은사가 역사적으로 볼 때 의미있고 자랑할 만한 곳은가. 봉은사는 1000년 이상의 역사성을 자랑한다고 하지만 근현대에 들어와서 씻지 못할 과오가 있는 곳이다. 즉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의 경기도 선종의 대본산으로 친일불교의 대표적인 사찰이었다. 또 조선총독부가 조선인을 황민화정책으로 만들기 위한 '심전개발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하던 인사들의 주된 활동 무대였다. 친일의 대표적 승려 가운데 무려 3명이 이 사찰의 주지를 지냈다. 이 사찰은 세계평화를 짓밟는 일본군의 무운장구를 기원하던 곳이었고 중일전쟁에 대한 기념법회와 법요식을 거행하는 등 그야말로 친일이라는 의미를 뺄 수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 사찰명이 대중적인 전철 이름으로 들어가도 괜찮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다종교국가에서 '종교편향'이 있어서는 안 된다. 종교편향을 통해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특정종교에 베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봉은사에게 노골적인 혜택을 줘 종교편향 시비를 자초했다"며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서울시와 불교계가 계속 고집한다면 이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전철 9호선이 완전 개통되기 전에 잘못된 이름부터 바꿔라. 종교편향과 친일사찰, 국민감정과 국민통합 차원에서 볼 때 합당하지 않는 이름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촉구했다.

▲'봉은사역명 철폐 긴급 토론회' .   ©이동윤 기자

박명수 교수는 '코엑스는 세계를 향한 대한민국 무역의 중심지 - 특정종교 사찰 역명은 다종교사회에서 갈등의 요인이 된다'는 제하의 발제에서 "기독교계와 일반시민들은 이곳을 지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엑스를 방문하기 때문에 코엑스역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서울시는 기독교계와 일반시민들의 입장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다만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서울시의 무대책과 관료주의적 행정을 강력 비난했다.

박 교수는 "코엑스는 매일 14만명, 주말에는 25만명의 인구가 방문하는 곳으로 봉은사의 1년 방문자가 코엑스의 주말 하루 방문자 숫자 밖에 되지 않는다. 시민의 편의를 위해서도 당연히 코엑스 역명이 합당하다. 역명을 정하는 데 고려해야 할 것이 역사와 문화다. 봉은사는 일제강점기 민족의 아픔에 동참하지 못하고 친일운동에 앞장선 곳이다. 특히 일제말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친일인사가 바로 봉은사의 주지였다. 하지만 코엑스는 현재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정부는 1988년 이곳에 한국무역을 진흥시키기 위해서 전시장, 호텔, 각종 회의시설을 마련해서 무역을 위한 원스톱 무역센터를 만들었다. 그후 이곳은 한국 무역의 상징이 됐다. 단지 무역 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 각종 회의장이 됐다. 이곳에서 매일 수많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한국문화와 세계문화를 즐기고 있다. 서울시는 과거의 문제있는 역사를 내세워서 봉은사역명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코엑스역을 역명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시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맹비난하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태도다. 서울시는 정당한 역명을 만들기 위해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2011년 10월 모 불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교편향을 비판한 적이 있다. 이렇게 종교편향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명백하게 알고 있는 박 시장이 특정종교 편향적인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편, 한교연은 이날 토론회를 통해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임원회를 소집해 회원교단과 함께 봉은사역명 문제를 대처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연합기관과 교계를 비롯, 한국교회 성도들이 함께 기도하며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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