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근 목사가 지난 19년 동안 목회했던 강남교회를 떠난다. 그리고 다음 달 1일 삼일교회 제5대 담임목사로 새 사역을 시작한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그렇게 한 목회자의 청빙은 홍역을 앓았다. 그래서 한편으론 다행이다. 때로 열병은 비와 같아서, 그것이 지나면 몸과 마음이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일종의 ‘통과의례’랄까. 왠지 더 성숙해 보인 송 목사와, 25일 서울 노량진 강남교회 목양실에서 마주했다. 지난 청빙 과정은 묻지 않았다. 이미 많이 알려진 터였다. 대신 앞으로의 각오와 ‘청년목회’에 대해서만 물었다.

첫 설교 부담 없어, 예수와 십자가만 전할 것

-지난 17일 강남교회에서 고별설교를 하셨습니다. 24일 주일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 강남교회를 떠나 삼일교회로 향하는 송태근 목사. 그는 지난 17일 강남교회에서의 고별설교 후 24일 주일은 가족과 함께 작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했다. 이 사진에서의 옷차림 그대로. ⓒ크리스천투데이 김진영 기자

“참 오랜 만에 작은 교회에서 가족과 함께 예배 드렸습니다. 지금 이 차림으로요. 하하. 한 5~60명쯤 모였나.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제 의지와 상관 없는 부분도 많았고. 강남교회에 대한 부채감이랄까, 여전히 마음이 무겁네요. 사랑과 행복한 마음만 빚지고 갑니다.”

-7월 1일 삼일교회에서 첫 주일설교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분이 어떠신지요.

“조금 긴장은 되죠. 하지만 강남교회에서 했던 것처럼 일관되게 예수님만이 드러나는 설교를 할 겁니다. 센세이셔널한 것보다는.”

-삼일교회는 전임 전병욱 목사의 흔적이 매우 큰 곳입니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으십니까?

“네. 없습니다. 그와 전 스타일이 다릅니다. 그리고 교회는 하나님과 그리스도만 드러나면 되는 곳이니, 그런 부분에서 제가 부담 가질 이유가 전혀 없어요. 인간적 능력이 필요했다면 부담이 됐겠죠. 가능하면 지도자가 안 드러나야 해요. 그게 교회를 건강하게 하니까. 또 하나, 성령의 임재와 하나님의 일은 우리가 작아질수록 더 크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삼일교회 청년들과 함께 우리의 인간적인 모습을 십자가에 못박는, 그 일을 하려 합니다.”

‘고지론’ 논쟁? 결국 김동호 목사와 초점은 같아
청년들, 좀 더 넓게 봤으면… 세계관이 제일 중요

-십자가를 강조하시는데, 최근 소위 ‘고지(高地)론’ 논쟁에 휘말리셨죠(송 목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은 1%의 고지를 정복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저지대로 가지 않기 때문”이라며 마치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의 ‘고지론’을 비판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김 목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반박하면서 때 아닌 ‘고지론 논쟁’이 인 바 있다. 김 목사는 “나는 기회만 있으면 고지론을 주장한다”며 스스로 ‘고지론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편집자 주)?

“결국 그와 제가 말하려는 초점은 같은 것입니다. 김 목사님의 고지론도, 말하자면 고지에서 생성된 잉여를 물을 흘려 보내듯 저지로 보내자는 것이죠. 백 번 동의하는 부분이에요. 다만 교회가 고지에 올라가야 한다고, 그것을 목적으로 일반화해서 가르칠 필요까지 있겠느냐는 겁니다. 김동호 목사님의 고지론도 알고 보면 그 끝은 저지대입니다. 고지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그런 논리가 아니라는 거죠. 교회가 청년들에게 가르쳐야 할 정신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협착한 길, 바로 그것이에요. 이를 위해 한 10년만 몸부림 친다면…, 앞으로 삼일교회 청년들과 한 10년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십자가를 지고 협착한 길을 가는 것인지 막연할 때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교회 헌신도가 높으면 그런 것인가요?

“청년들의 이런 고민은 우리들(지금 시대 목회자)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그들에게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가르쳤기 때문이죠. 세상의 일은 세속적인 것이고 교회에서 일해야 거룩한 것이라고. 하지만 모든 게 다 하나님의 주권 하에 있는 것 아닌가요. 삶의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세상에서도 크리스천답게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겠죠. 자꾸 성속을 구분하는데, 지금까지 설교가 그랬고 그걸 듣고 자랐기에 그런 사고방식이 생긴 겁니다. 개인적으로 청년들이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도 좀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요새 미디어 파급 효과가 엄청나죠? 좋은 피디(PD), 좋은 감독이 되면 그 영향력이라는 것은 아마 목사 몇십 명 이상은 되지 않을까요.

여기, (강남교회가 있는) 노량진에서 19년 있는 동안 청년들의 아픔을 많이 봤습니다. 공무원 하겠다고 몇만 명이 몰려오는데…, 안타깝죠. 그들이 좀 더 넓은 세계로 나갔으면, 교회가 하나님의 다양한 세상을 더 많이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이제 삼일교회도 많이 바뀌겠죠?

“교회가 갑자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아마 그럴 거예요. 제품 찍어내는 공장이라면 또 모를까. 그저 송태근 개인의 철학이 아닌 성경의 가치를 청년들에게 꾸준히 우직하게 전하려구요. 당장의 열매는 없겠지만….”

-그래도 목사님만의 목회관은 있을텐데요.

“강남교회에서 지난 19년간 제자훈련을 해왔는데, 그 속에서 궁극적으로 부딪혔던 문제가 사람이 훈련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눈, 곧 관점(view)이 바뀌어야 한다는 거였죠. 역사와 정치, 인생과 물질, 그리고 종교 이 모든 것을 과연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볼 것인가. 마치 하나의 안경처럼요.”

청년들, 비전 콤플렉스 버려야… 성령 잠잠히 기다리길

-역사를 보는 관점, 흔히 비전(vision)이라고 하죠. 특히 청년들에겐 이 비전이 중요한 문제 같습니다.

“청년집회 할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어요. 한국교회 청년들이 비전 콤플렉스에 걸려 있다고. 비전 하나씩 못 갖고 있으면 바보 취급 당하는 시대인데…, ‘젊은 놈이 비전도 없냐?’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비전은 강요하는 게 아닙니다.

비전 하면 많이들 사도 바울의 마게도니아 환상을 떠올립니다. 여기서 환상이라는 게 비전이거든요. 그런데 이 비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 헬라어로 ‘격렬한 논쟁 끝에 설득당했다’ 이런 뜻이죠. 그러니까 마게도니아 환상은 우리가 이해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바울에게 비전을 제시하셨다는 그런 차원이 아니고, 바울이 말을 듣지 않으니 하나님이 그를 설득하셨다, 그래서 그가 설득당했다는 의미입니다. 비전은 바로 그런 것이에요. 설득 당하는 것.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게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죠.

우리가 얼마나 성경을 오용합니까. ‘넌 비전이 뭐냐?’ 물어서 없다고 하면 마치 좀 떨어지는 것처럼 보는. 한국교회가 이런 분위기를 조장하고 굉장히 작위적으로 선동을 하는 게 있어요. 청년들의 열정을 이용해서 말이죠. 이건 성경적 가르침이 아닙니다.

-작위적이다, 선동한다….

“네. 한국교회에는 너무 무브먼트(movement)가 많아요. 선동과 주장과 동원, 그런데 이런 걸 갖고 각성이 될까요. 엄청난 인력과 재정이 들어가는 데 남는 건 별로 없는…. 하나님은 물리적인 세력이나 크기로 일하는 방식을 가장 싫어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능력은, 은과 금은 없어도 나사렛 예수의 이름이 있는 곳, 바로 그곳에서 드러나는 거죠. 하지만 오늘날 교회에 돈과 인력이 있으니 여기에 의존하는 일이 왕왕 있어요. 물론 모든 교회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살금살금 드러나는 병폐죠. 이제 좀 진정하고 위로부터 임하는 성령의 고요한 임재를 차분히 기다렸으면 좋겠어요.”

-선동해서도 안 되지만 그게 먹히지 않는 시대기도 하죠? 특히 청년들에겐.

“요즘 청년들 똑똑합니다. ‘믿어라, 따르라’로 되는 시대가 아니예요. 소통이 중요하죠. 목회는 항상 인카네이션, 성육신 방식이 중요합니다. 아래로 내려가 그들의 문화, 그들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호흡하는 것.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어떤 귀결점이 모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삼일교회에서 그렇게 하시겠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네. 맞습니다. 청년들에게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내가 하나되어야겠다는 차원에서 그들에게 다가가다 보면 그들 또한 절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소중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2~30년 후 한국교회 미래 걱정… 청년에 투자해야

▲ 송태근 목사는 “청년들에게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내가 하나되어야겠다는 차원에서 그들에게 다가가다 보면 그들 또한 절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소중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삼일교회로 향하는 기대를 드러냈다. ⓒ크리스천투데이 김진영 기자

-요즘 청년들 특징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일단 결단하면 목숨까지 던질 수 있는 응집력과 헌신이 있어요. 이게 장년들은 늦죠. 4.19와 같은 역사를 다른 나라에선 아마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가방(학생)이 정부를 주저앉힌 대사건 아닙니까. 그 만큼 한국 대학생 운동사는 굉장히 격렬했고 힘이 있었어요. 그것을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야겠죠.

다른 한편으론, 요즘 학생들 우리 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환경이 다르니 그런 것일텐데, 우선 졸업 후 먹고 사는 문제에 부딪히니까 다른 데 마음을 쏟을 여유가 없어요.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고. 아까도 말했지만 청년들이 보다 더 넓고 다양한 세계로 눈을 돌렸으면 해요. 그래서 기쁨과 행복을 좀 찾았으면….”

-한국교회에서 청년 숫자가 줄고 있습니다.

“세상의 말을 빌리면, 투자를 안 하니까요. 단 1세기 만에 영국교회가 무슬림화되고 선교지가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하나님 말씀의 권위를 땅에 내려놓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교회마다 교회학교에 대한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죠. 그래프를 보면 이 때부터 정확하게 교회가 주저앉기 시작했어요.

지금 한국교회가 이 만큼 현상유지라도 하는 게 당대 목회자들의 수고가 분명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아닐 수도 있다고 봐요. 적어도 2~30년 전까지만 해도 본당에 100명 앉아 있으면 교육관엔 200명 앉아 있었죠. 뭘 말합니까? 교육관에 있던 아이들이 지금 자라서 교회를 채우고 있다는 말이에요. 그럼 생각해 봅시다. 2~30년 후 한국교회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지금 교회학교 과거 절반도 안됩니다. 무서운 역사적 현실이죠. 한국교회가 정신차려야 해요. 다른 데 투자할 여유와 겨를이 없습니다. 아이들을 다 PC방에, 학원에 빼앗기고 있는데…, 교회는 뭘 하고 있는지….

결국 책임은 지금 담임목사들에게 있습니다. 절 포함해서.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으니. 전문인력도 키우지 않았고. 교회학교 전문인력들이 평생 걱정 없이 교회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처럼….”

-삼일교회로 가시면 그런 대비를 하시겠죠.

“삼일교회가 17년 간 청년교회였으니 그 때 청년들이 지금 3~40대가 됐을 겁니다. 자녀들도 있을 테고. 정말 좋은 교회라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손자 손녀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다 건강하게 자라는 그런 교회겠죠. 이런 것에 대한 다양한 준비를 할 생각이에요. 물론 초점은 청년에 두면서.”

목자 없는 2만여 청년들 외면하는 것 옳은가 고민
실망시키지 않고 겸손하게 작은 교회와 함께할 것

-삼일교회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겠습니다. 아무래도 전병욱 전 담임목사 부분이 민감한데요. 혹 그와 관련해 삼일교회측과 대화를 나누신 적이 있습니까?

“아직 그런 대화를 하기에는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저도 그렇고 삼일교회도. 또 그런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고 보구요. 적당한 시기가 되면 그(전병욱 목사)와 만날 수도 있고…, 제가 아끼던 분이었죠. 문제가 불거진 후 만난 적은 없지만, 그저 잠잠히 기도할 따름입니다.”

-목사님께서 삼일교회로 가신다니, 많은 이들이 실망도 하고 비난도 했습니다.

“그랬습니다. 송 목사 너마저도, 너마저 대형교회로 가느냐, 그런 비난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당연해요. 그래서 굳이 변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맞는 말이니까요. 욕을 하면 욕을 먹어야죠. 각오했던 부분입니다. 섭섭하거나 그렇지도 않아요.”

-그래도 묻고 싶습니다. 왜 가시나요? 내년이면 강남교회서도 원로가 되실텐데.

“2만 가까운 청년들이 있고 그들이 2년 가까이 담임목사 없이 지냈는데, 청년 다음세대 떠들던 내가 과연 그들을 외면하는 게 옳으냐…, 그런 고민이 있었어요. 그리고 작년부터 삼일교회가 절 두고 기도를 해 온 것으로 압니다. 만약 저 말고 다른 이가 또 있었다면 아마 문제는 달라졌겠죠. 그런 상황에서 그냥 강남교회 원로가 되어 편안한 길을 가느냐 아니면 (삼일교회로) 가야 하느냐, 사실 이게 올 봄부터 가장 큰 기도제목이었어요.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강권적으로 밀어붙이신다는 부담감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끝으로 삼일교회, 그리고 한국교회에 바라시거나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한국교회에 바라는 건 없고, 그저 제가 잘 해야겠죠. 어쨋든 실망시키지 않고 겸손하게, 정말 예수님의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는 교회로서 작은 교회 목회자들과 함께 사역할 생각입니다. 이제는 (교회가) 작다 크다는 논리로 목양지를 서로 재단해선 안 될 것 같고, 하나님 나라라는 우산 속에서 함께 가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삼일교회 청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좀 추상적인 표현 같지만, 지금 청년들이 너무 불행한 것 같아서요. 희망이 없고…, 그러나 삼일 청년들은 행복했으면…. 평생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예수님만으로 족하다는 마음이 2만여 청년들의 마음에 오롯이 피어날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우선은 지난 2년 동안 많이 지쳐 있는 교역자들, 그들부터 격려하고 싶네요. 수고 많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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