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유가족 최순화
▲(두번째 줄 왼쪽에서 두번째)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 학생의 어머니 최순화씨가 예배 중 기도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하는 기도회 페이스북

[기독일보=사회]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 옆 컨테이너에는 개신교·천주교·불교 등 각 종단별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한 종교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개신교 예배는 매주 목요일 오후 6시와 주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6일에는 이 모임 시작의 주축이 됐다는 장신대 신학생들과 세월호 유가족 10여명, 이날 방문한 새터교회 교인들, 꾸준히 이 모임에 온다는 지역교회 목회자 몇몇이 참여했다.

"2학년 5반 이창현 엄마 최순화에요."

그날 만나 인터뷰한 세월호 유가족에게 그의 이름을 묻자 그가 한 대답이다. 마음이 찡했다.

지난 2015년 1월부터 시작된 세월호 유가족 개신교 예배모임의 대표로 있는 최순화 씨는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와 교회와 사회에 많이도 실망해 날이 서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이름을 말할 때는 아직도 소녀 같은 '어머니'였다.

세월호 사건 이후 최 씨는 다니던 교회를 떠났다고 했다. 50년을 다닌 교회도 그의 마음을 위로하기에는 부족했었던 모양이다.

'내 자식, 내 가정 잘 되는 축복 받기 위해서 하나님 잘 믿어야 한다'는 똑같은 설교를 자식을 잃고서는 더는 듣고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후 '우리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교회는 여전히 사회에 대해 무관심했다. 우리 교회, 우리 교인만 잘 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교회 안에 들어가면 다 천사 같고 아픈 사람도 한 명도 없는 것 같고, 저들은 모든 일이 잘되는 것 같고....그런데 개개인 다 들어가 보면 아픔이 있고 사정이 있잖아요. 그런데 다 감사하고, 은혜롭기만 하고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나면 이상한 사람이 돼버리고...."

그런 분위기도 그에게 힘들었던 것 같다. 크리스천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이렇게도 말했다.

"세월호에 탔던 250명 학생 중에 76명은 크리스천이라, 그래도 그나마 천국 가서 다행인데 나머지 아이들은 지옥 가서 불쌍해서 어떻게 하냐고...."

최순화 씨도 교회에서 그렇게 들어왔기 때문에 뭐라고 반박은 못했지만 그런 말들이 위로가 되기보다는 교회에 대한 실망감만 안겨줬다고 했다. '그런 하나님은 아닌 것 같은데....' 교회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자식을 잃은 고통에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정치세력으로 비춰지는 억울함까지 더해졌지만 교회는 그 보호막이 되어주지도 못했다.

"모르시는 분들은 세월호 리본만 봐도 교회에서 그걸 왜 하고 있냐고 오히려 손가락질하셨어요. 세월호 리본 하나 했다고 교회에서 해임 되기도 하고, 선교사님들이 후원금이 끊어지기도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었어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왜곡된 뉴스들이 '교회에서는 더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그래서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세월호 사건이 있던 그해 9월부터는 교회들의 신청을 받아서 직접 찾아가 간담회를 했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주류 언론에서 말하는 그게 진짜가 아니고 우리가 말하는 게 진짜라고 말하고 싶어 해외까지 가서 알렸어요."

최순화 씨는 "정부와 싸우면서 말도 안되는 정부의 태도를 많이 겪었고요.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는 방법들이 너무나 교묘했고 어떻게 그렇게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가는지 그 현실이 정말 믿어지지 않았고 억울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사람들은 유가족들의 사정을 이해했다.

최순화 씨는 끝으로 교회에 대해서 그만큼 믿었기 때문에 더 실망도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제가 하나님을 버린 것은 아니고 하나님이 나를 버린 것도 아니에요. 분향소에서 목요일, 주일에 드려지는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 믿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지금은 감사해요. 극소수지만요."

광화문에서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예배에도 지금까지 꾸준히 오는 이들이 있다며 "가족같이 서로 아니까 힘이 된다"고 했다.

유가족들을 찾아 왔지만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는 그들에게 그의 말마따나 '예수님 안에는 해답이 없는 게 없다'고 너무 쉽게 답해주는 교회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가족같이 지내는 이들은 교회에 대해서 '유가족들이 나쁜 말을 해도 불경건하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순화 씨는 "내 속에는 그런 게 가득한데 겉으로는 거룩한 척, 괜찮은 척 하는 건 위선이잖아요. 진짜 속마음 내보여야 길이 있는 거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사건이 하나님께서 「한국교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보내는 신호 같다'고도 생각했다는 최순화 씨는 그 사건 이후, 누구 못지않게 한국교회가 바뀌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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