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연합예배'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동윤 기자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한 성도들과 시민들이 '세월호' 피해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진보 측 교단과 교회들이 주도한 이날 부활절연합예배는 20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개최됐으며, 참석자들로 인해 보신각 광장이 가득 메워졌다.

이날 예배는 마음열기, 하늘마음 깨닫고 나누기, 마음 드리기, 살과 피로 나누기(성례전), 하나 되어 살기 순으로 진행됐다.

예배를 인도한 김창희 장로(향린교회)는 '기도 나누기' 시간을 통해 '세월호에서 생명을 잃은 이들을 위한 기도'를 낭독했으며, 참석자들은 '세월호' 피해자들을 위해 엄숙하게 기도했다.

김 장로는 "하느님,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일 자체가 기적인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번 세월호 사태를 맞아 아무 죄 없이 숨져간 저의의 아들딸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집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아픔을 모두 어루만져 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또 "오로지 당신께 의지하여 비오니, 이 땅에 다시는 이런 후진적인 참극이 버어지지 않게 하옵소서. 다시는 국민의 목숨을 보호할 능력이 없고 후안무치한 나라 일꾼들을 세우지 않도록 저희에게 지혜를 주옵소서. 그렇게 세상을 바꾸고 새하늘 새땅을 열어가는 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부끄러움을 씻는 길이며, 차디찬 바닷속에서 숨져간 이들을 소생케 하는 것임을 저희가 믿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애통해하는 자들의 위로자 되시는 하느님, 2014년 부활절을 앞두고 숨져간 세월호의 영혼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온 한국사회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원했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연합예배'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참석자들이 진지하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이동윤 기자

이어 '시국을 위한 기도'를 윤성일 씨(기독교평신도시국대책위원회)가 발표했다. 그는 "저희가 오늘 불의한 세상에 맞서, 정의를 위해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삶의 현장을 지키도록 하시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사람들이 되어 박차고 일어나는 용기를 주옵소서"라고 기원했다.

또 김종일 씨(서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는 '평화를 위한 기도'를 전하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고 최대의 화약고로 변해버린 한반도에서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드는 평화통일의 전환적 국면이 열리길 간절히 기도합니다"라고 했다.

위영일 씨(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건강한 노동 사회를 위한 기도'를 통해 비정규직의 차별이 사라지고 간접고용으로 인한 이중착취가 없어지게 해달라고 말했다.

여정훈 씨(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환경을 위한 기도'를 통해 "저희는 탐욕을 따라 행함으로써 지구 온난화를 재촉하고, 방사능 오염을 유발하고, 다른 생명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았다"고 전했다.

윤소진 씨(성수 내일의 집)는 '빈곤문제 경제정의를 위한 기도'를 전하며 "빈곤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드리며, 이 땅에 올바른 경제정의가 실현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설교를 전하는 최소영 목사.   ©이동윤 기자

최소영 목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는 '온 생명이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말씀을 통해 "이 자리 참석한 모두가 '세월호' 생존자 귀환을 염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참사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고 책임자도 없으며 황당한 사고 대처로 급급한 현실이기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최 목사는 "이러한 죽음의 사회를 바꾸며 제대로 살라고 가르치기보다, 순종하고 성공한 '갑'의 삶을 살라고 가르친 우리들의 모습을 회개한다"고 전했다.

이후 예배는 성찬의 나눔에 후 영성체 기도와 선언문 낭독이 이어졌다. '고난받는 이 땅과 사람들을 위한 부활절 선언문'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온 생명을 창조하시고 그 생명들 모두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이뤄내셨다"면서 "우리 또한 하나님이 창조하신 온 생명의 자유로움을 짓밟는 맘몬숭배 체제와, 온 생명의 평화로움을 파괴하는 권력과 세력들에 대한 응징과 바로 세움을 위해 부르셨다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선언문은 또 "세 모녀 자살 사건처럼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4백만이다. 불안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과 같은 850만이다. 농촌 해체와 농업 붕괴로 고향을 지키는 이들이 280만에 불과하다. 조그만 점포에 기대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자영업자들이 6백만 명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폭력에 의해 송전탑 문제로 억압받고 재산을 빼앗기며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해군기지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터에서 강제로 쫓겨나고 어처구니없는 손해배상청구를 당해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지 교회에서 기도하는 것으로, 서명하는 것으로, 또 티켓을 구매하는 것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 같은 착각과 안일함으로 살았다"면서 "불의를 보고 눈 감고, 이웃의 비명에 귀 막고, 두려움에 당당하게 소리 한 번 못 내고 부끄럽게 살았다"고 전했다.

이어 "부활의 기쁨과 소망을 가지고 주님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으로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가 들불처럼 번져가도록 희망의 전령, 부활의 사도로 살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김영주 NCCK 총무의 축복기도와 조정현 목사(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장)의 광고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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