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돈과 권력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섬김을 행동화 하라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샬롬나비 상임대표·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창립원장)

4.19 혁명은 1960년 당시 제1공화국 자유당 정권의 독재에 대한 반대와 3월 15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발생한 부정선거에 맞서 선거 무효와 재선거를 주장한 학생들의 항거로부터 비롯된 민주 혁명이다. 당시 자유당 정권은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고 이기붕을 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3.15일에 열린 선거에 앞서 공무원과 경찰까지 동원해 부정선거를 자행했으며 개표 과정에서의 조작까지 감행했다. 3.15 부정선거에 대한 규탄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대되었고 정부의 강경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마산상고 학생 김주열의 시신이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되자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음날인 4월 19일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의 학생들과 이에 자극을 받은 중고등학생들이 이승만 대통령과의 면담과 강경진압에 관련된 사람들의 처벌을 요구했다. 4월 25일에는 대학 교수들까지 시위에 가담함으로써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에 힘을 실어 주었다. 결국 국민들의 극렬한 반대의 심각함을 인식한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한 후 하와이로 망명했다. 4.19 혁명은 독재 정권의 불의와 부정부패에 맞서 이 땅에서 일어난 최초의 민주운동과 사회혁명이며 헌법에서 선언하고 있는 국민주권과 자유정신, 그리고 인권과 정의에 대한 존중 등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을 실질적으로 구현함으로써 이후 정의로운 민주주의 발전에 기초를 마련한 역사적 사건임은 분명하다.

지난 55년간의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4.19혁명 55주년을 맞이하는 2015년 대한민국 사회에는 여전히 민주주의의 이념과 인권의 가치와 자유를 구현하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이 과제들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이 계속되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며,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은 한국 사회와 교회가 4.19 혁명의 유산을 아래와 같이 계승할 것을 촉구한다.

1. 정부는 4.19 혁명의 유산을 따라 부패를 척결하고 민주적인 사회질서를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에 성공하여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경제성장을 이룰 뿐 아니라 4.19혁명의 유산을 이어받고 박정희 군사정권의 유신독재를 극복하여 민주화를 이루어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나 1년전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고, 지금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 드러난 대로 정경유착으로 인한 부패와 부조리의 관행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본다. 한국사회 내의 총체적인 위기를 해결해야 할 정치지도자들과 정파들이 공익을 무시하고 사익을 추구함으로 국가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4.19 혁명의 유산을 바르게 계승하기 위해 부정부패와 독재에 맞섰던 민주주의의 정신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적 권력을 가지고 사회를 지도하는 위치에 있는 집권자들부터 그 누구보다 더 정직하고 청빈하게 국민들을 섬긴다는 자세를 가지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2. 시민들은 4.19 정신을 따라 사회의 부패에 대항하고 사적 이익의 추구를 버려야 한다.

4.19 혁명은 부패한 정치권력에 대해 대학생과 시민들이 일어나 대항하여 자유 민주주의 질서를 세운 사건이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사익을 위해서 공익을 위협하는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와 항거를 통해서 이뤄졌다. 시민들이 부패한 정치질서를 세우려면 시민들 자신이 단호하게 부패에 대항하여 정의를 수호해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나 여러 대형사건들에서 보듯이 정치인이나 관료들 못지않게 시민들의 부패지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또 정의의 이름으로 부패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자신의 집단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다른 집단과 대립함으로 공동체의 정의를 세우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큰 어려움을 맞고 있다. 사회구성원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소아적 태도를 내려놓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을 포기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부패와 혼란에 빠져 있는 가운데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만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또 그런 이익 추구는 가능하지도 않다. 도리어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상대방을 존중하고 합법적인 틀 안에서 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4.19 혁명 정신을 계승하는 바른 태도이다.

3. 독재를 했으나 애국자 이승만은 스스로 물러났기 때문에 4.19혁명은 성공할 수 있었다.

4.19는 이승만의 독재적 집권을 위한 그의 참모들이 기획한 부정 선거에서 유발하였다. 이승만은 당시 경무대까지 진격한 학생들의 데모대를 보고 민심을 알았고, 그는 스스로 물러났다. 이것이 독재자 박정희와는 다른 그의 민주적 양식이었다. 기독교인인 그는 오랜 권좌에 오래 있어 독립운동가 시절의 초심을 잃고 교만하여져서 자신의 우상을 중요 도시에 세우는 것을 방기했다. 그리고 그의 하수인들이 권력형 부정 선거를 저지르는 것을 막지 못했고 이를 인하여 4.19 혁명이 나도록 했고 많은 학생들과 청년들이 목숨을 잃도록 한 책임이 크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민주 정부를 수립하고 국민들이 저항하여 일어났을 때 스스로 물러나는 양식있는 애국적 정치인이었다. 그는 비록 독재자였으나 건국의 공은 있다. 그의 공과를 분명히 해야 한다. 4.19혁명 55주년에 이승만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요청된다.

4. 1년 전에 일어난 총체적 부패사건인 세월호 참사, 그리고 올해 4월에 일어난 성완종 리스트로 나타난 권력형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경유착 사건은 4.19의거가 미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해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추념하는 오늘날 4월 우리 사회에 느닷없이 닥친 정경유착 사건, 비리 혐의로 수사 받다가 돈을 준 정치인들의 명단을 남기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성완종 전 경남 기업회장의 리스트 파문으로 모든 사건들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정경 유착이 그대로 자행되며, 4.19의거에 나라의 부정부패에 저항하여 피를 흘린 애국학생들의 피를 훼손하고 있다. 올해 55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은 다시 한 번 국민 앞에서 석고 대죄하여 이런 참담한 비극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4.19의거가 미완이기 때문에 1년 전 4월 16일에는 정경유착 부패의 총체적 산물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1주기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는 다시 성완종 리스트사건에 의하여 진통을 겪고 있다.

5. 과거 정권에 대한 험 잡기, 검찰의 지나친 표적 수사 등은 우리 사회를 퇴보시킨다.

이번 경남기업 전 회장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현 정권이 전 정권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도덕적으로 깨끗함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일으킨 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정권에 대한 사정(司正) 드라이브는 부메랑이 돼 현 정권을 내리치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주는 기업인들, 자금을 받는 정치인들, 그리고 이들을 사법적으로 심리하고 처리하는 법조인들도 허물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다. 상대방의 치부를 드러내고 내가 더 선하다고 할 때 우리 사회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장으로 바뀔 것이다.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이나 법조인들도 서로 자제하면서 명분을 세워주면서 이번 사태를 잘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6. 한국교회 지도자(목사와 장로)들은 사회적 추태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기 봉사와 헌신을 보이기 바란다.

오늘날 정경유착으로 다시 심한 사회적 통합 에너지가 손상당하고 있는 우리사회에 대하여 교회의 지도자들은 각별한 자기 성찰을 감행하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군 방산비리에 관여된 이규태 일광그룹회장과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유발한 성회장 모두 개신교 장로였다는 사실은 한국교회의 책임이 크며 이들을 지도한 목회자의 책임을 묻지 아니할 수 없다. 우리들의 기도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교계가 청렴하게 운영되는 모범을 보여주지 못하고 정치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돈과 권력과 명예를 추구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사회가 이 지경이 되지 않았는지 철저히 베옷을 입고 통회자복하며 새로운 출발의 결단을 다짐해야 할 것이다.

7. 한국교회 성도들은 한국사회의 자유와 정의와 평화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 독재질서와 결탁하고 비민주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을 축복한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고, 여전히 사회의 민주화와 자유에 대한 책임의식이 부재한 것이 대다수의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의 현주소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자유와 정의의 나라이다.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나라에 속해 있으면서도 이 시대 한국 사회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역사 인식을 가지고, 4.19 혁명의 정신 안에 나타난 자유와 정의의 정신을 오늘의 사회현실에 적용하여, 우리사회가 하나님 나라의 정의에 입각하여 세워지도록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한국교회 성도들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귀한 존재라는 성경적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인권을 보호하고, 하나님의 공의의 종말론적 실현이라는 차원에서의 사회 정의 구현을 추구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에 기초해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실천에 앞장 서야 할 것이다.

4.19 혁명 55주년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의 지도자들과 모든 국민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일어난 4.19 혁명의 정신을 다시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와 정의의 민주질서를 세우고 오늘날의 여러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통과 상호 배려의 태도를 가질 것을 촉구한다. 또 한국교회는 이 일을 위하여 사회의 정의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사회적인 반목과 대립을 중재하는 화해자로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줄 것을 촉구한다.

2015년 4월 16일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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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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