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한 선교단체는 본 계정(계좌)과 도서판매 계정이 있어 예산이 모자랄 경우 각 계정에서 빌려서 사용하고 후에 갚기도 한다. 하루는 도서판매 계정 기타수익에 5백만 원이 입금됐다. 예전에 본 계정에 빌려준 5백만 원을 돌려받은 것이다. 단식부기로 기재할 경우 수익으로 보이지만 실제 수익은 아니다.

(사례2) 해외 선교사 훈련을 위해 1천만 원 상당의 선교훈련교재를 미리 보냈다. 하지만 교재는 아직 다 팔리지 않았다. 팔리지 않은 책 판매대금을 수익으로 볼 수 있을까.

KWMA 제5기 선교재정학교에 참석한 교단 선교부, 선교단체, 교회 선교부 재정담당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이지희 기자

국내 교단 선교부, 선교단체, 교회 선교부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신뢰 제고 등을 돕기 위한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제5기 선교재정학교가 4월 24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삼광교회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학교는 2011년 제4기 선교재정학교에 이어 3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교단 선교부, 선교단체, 교회 선교부의 재정관리자 및 실무자들의 회계 원리, 용어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재정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최근 한 선교단체 산하 출판사 전 대표의 공금횡령 사건 등이 논란이 되면서 선교단체 재정운용의 투명성이 이슈가 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교육이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첫날에는 교단, 선교단체, 교회 재정관리자 및 실무자 등 23명이 참석했다.

손창남 선교사는 “선교계 재정관리 실무자들이 복식부기 등 기본적인 큰 그림을 이해하여, 선교계 재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이날 강사로 나선 전 한국 OMF 대표 손창남 선교사는 "전반적인 선교계 재정 관리, 감독 상황이 엉성한 부분이 많다"며 "표준화된 회계 기준에 맞춰 재정 관리를 할 전문 인력이 선교계에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손 선교사는 국립세무대학 회계학 교수(1981~1989)를 역임했다.

손 선교사는 "회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선교계 재정관리 실무자들이 복식부기 등 기본적인 회계의 큰 그림을 이해하여, 선교계 재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복식부기는 현금 흐름에 따라 세입, 세출만 표기하는 단식부기와 달리 세입, 세출뿐 아니라 자산, 부채, 자본, 수익, 비용 등을 차변, 대변에 이중으로 기입해 결산하는 방식으로 자기검증 기능이 있는 것이 큰 강점이다. 이는 재산의 변동, 손익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회계적 오류를 자동으로 검출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재정의 효율적인 관리와 투명성 확보에 유용하다.

KWMA 선교단체 회계 기준 제시, 회계프로그램도 보급

 한 선교단체 관계자는 "사단법인은 복식부기 회계제도를 의무적으로 사용하지만, 규모가 영세한 선교단체의 경우 대부분 단식부기를 사용하기도 한다"며 "선교단체 중 일부가 아직도 단식부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고, 상황에 따라 수작업이나 엑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영세한 선교단체나 미자립 교회 등은 별도로 회계나 경리를 둘 형편이 안 되고, 다른 업무도 함께 담당하면서 재정담당자로서 전문성을 갖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KWMA는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개발한 복식부기 프로그램 'M-Account'를 2007년부터 선교계에 보급해 왔으나 작년에 더는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할 수 없게 되자 새로 KWMA-ERP 프로그램을 기증받아 최근 1년간 선교계에 저렴하게 보급하고 있다. 이에 예장대신 선교부, MVP 선교회 등이 KWMA-ERP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대형교단 선교부는 M-Account를 사용하다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프로그램 판매 비용은 업그레이드 및 사후관리, 더 좋은 회계프로그램 개발 비용에 사용된다.

손 선교사는 "사실상 모든 선교단체가 비용, 회계 지식을 갖춘 인력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복식부기를 도입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영세한 단체는 단식부기를 사용해도 되지만, 예를 들어 파송 선교사가 10명 이상이거나 1년에 적어도 선교사 후원금을 포함해 예산이 1억 원 이상 되는 단체는 복식부기를 도입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WMA 제5기 선교재정학교에 참석한 교단 선교부, 선교단체, 교회 선교부 재정담당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이지희 기자

한편 이번 교육은 재무제표의 기본 틀, 회계의 사이클과 기본 용어, 대차대조표와 영업성과표의 기본 원리, 자산과 부채 평가, 수익과 비용의 인식과 측정, 현금주의와 발생주의 등을 다뤘다. 특히 손창남 선교사는 "복식부기에서 왼쪽 차변에는 자산이 증가한 것, 부채가 감소한 것, 자본이 감소한 것, 비용이 발생한 것만 기록하고 오른쪽 대변에는 자산이 감소한 것, 부채가 증가한 것, 자본이 증가한 것, 수익이 발생한 것만 기록한다"며 "대변의 금액과 차변의 금액은 항상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 대차평균의 원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기에는 실질계정(Real Account)과 명목계정(Nominal Account)이 섞여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이해하면 회계가 굉장히 쉽다"며 "현금, 비품, 차량, 건물, 토지, 빛 등 모든 자산과 부채는 실질계정이며 자본은 명목계정으로,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하면 자본이 구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회계원칙(GAAP, 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이 있으며 선교단체에도 회계, 재정 담당 전문가들이 모여 기준을 제시한 GAAP가 있다"고 말했다. 2004년 4월 작성된 '선교단체의 재무제표에 관한 연구'는 KWMA 홈페이지(http://www.kwma.org/gnuboard4/bbs/board.php?bo_table=s_02&wr_id=74&page=2)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선교단체 재무제표 작성 시 조직의 성격과 보유 자산 및 부채 성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의무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재정관리자뿐 아니라 선교 지도자도 회계 원리 이해해야

손 선교사는 재정적 상태를 나타내는 회계보고서인 재무제표를 간혹 장부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며 "장부는 회계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지만, 재무제표는 회계의 결과를 알고 싶은 주주, 세무서 등에 보여주는 경제 활동의 기록으로 유용성을 고려해 작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손 선교사는 선교 지도자들도 회계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도자가 회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재무제표를 제대로 읽을 수 없고, 자신이 아는 선에서 주먹구구식으로 회계를 처리하도록 지시해 회계 결과가 더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학, 기술 전공 선교사는 많지만, 회계학 전공 선교사 및 선교 지도자의 부재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손 선교사는 "크리스천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은 많지만 선교계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려수 있는 강사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선교계 재정 투명성을 위해 사명감으로 교육에 나서고 함께 기준을 마련할 인재들이 많이 발굴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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